5월의 영화들
5월이란 달은 가정의 달이고 5.18 민주 항쟁이 일어난 달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가족, 어린이, 학생과 선생님, 민주화 운동에 대한 영화들이 특히 많이 개봉하죠. 2021년 코로나 시국에도 5월은 푸르고 5월과 관련된 영화들도 개봉했습니다.
학교 가는 길은, 장애인 학교(특수 학교) 설립을 다룬 다큐입니다. 서울시 강동구 서린 학교가 개교하기까지의 과정을 중심으로 발달 장애인 자녀와 어머니들의 이야기, 강동구의 사정, 특수 학교 설립의 어려움과 나아갈 길을 보여준 다큐였어요. 여러분, 장애인 특수 학교 하나 개교하기가 이렇게 어렵습니다ㅠㅠ 아침 일찍 동네 버스정류장을 지나칠때면 마주쳤던 특수 학교 등교 차량이 왜 그 이른 시간에 다녔는지, 대형 버스차가 왜 필요했는지 제대로 알게 된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만듦새도 괜찮은 편입니다. 추천드려요.
아들의 이름으로는, 광주 5.18 민주화 항쟁 이후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와 사과 받지 못한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안성기, 윤유선, 박근형과 같은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그 외에 몇 조연 분들을 제외하곤 거의 다 비전문 일반인분들이 출연하기 때문에 만듦새가 조악하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왜 넣었는진 알겠다만 영 산만하고 민망하게 진행되는 이야기 줄기들도 보였구요. 하지만 중후반부, 안성기 배우가 무등산으로 향하면서부터는 이야기가 힘을 얻고 흥미로워졌으며, 끝내 울컥하는 마음을 들게 했습니다. 이 영화가 광주의 아픔에 위로가 되길 바라게 되네요.
좋은 빛, 좋은 공기 또한 광주 민주화운동에 대한 작품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빛의 광주에 더해 공기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대한 이야기를 같이 다루고 있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아픔을 겪은 두 도시 분들의 이야기와, 청산되지 못한 과거를 재조명, 재조립하여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현대의 시도를 보여줍니다. 임흥순 감독님은 설치 미술가이기도 하시기에 작품이 난해하고 지루.... 하긴 해서 쉽게 추천드리긴 어렵지만 5월의 영화로는 잘 어울리는 작품이었어요.
아이들은 즐겁다는, 다른 익무분들의 뛰어난 후기들 말대로 참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게 해준 작품이었습니다. 어른이 바라보는 어른아이 얘기도 아니고, 또다른 어른이 바라보는 철부지 아가들의 이야기도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이 느끼는 기쁨과 행복, 즐거움과 슬픔, 질투와 우정, 만남과 이별, 그리고 부모님을 비롯한 어른들이 보내는 사랑이 담긴 따뜻하고 맑은 이야기었어요. 땅에 뿌리내리고 옹기종기 핀 꽃들처럼 쑥쑥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좋았습니다.
내겐 너무 소중한 너는, 시청각장애를 다룬 국내 최초의 영화라고 합니다. 돈이 쪼들리는 리를빗 건달 주인공과 돈줄이 될지도 모르는 아이의 이야기라는 통속적인 틀에 위기의 순간들 또한 전형적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시각과 청각에 장애를 지닌 아이를 보며 느껴지는 막막함, 주인공과 아이 사이에 조금씩 이어지는 감정, 위기의 순간들 이후 주인공의 선택과 행동들이 상식적이며 따뜻하게 그려졌기에 영화가 꽤나 만족스러웠습니다. 또한 주인공의 주변인들-아파트 주인집 아주머니, 시골 등장인물들-의 모습에서 장애인, 아니 한 아이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려한듯 해서 위의 '학교 가는 길'이 생각나기도 했네요.
5월이 꽤나 개봉작 경쟁이 치열한 달이라 위의 작품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겠지만ㅠㅠ 영화로 전달할 수 있는 5월의 이야기를 조금 더 많은 분들이 나누어 가지길 바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