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빅 피쉬> 이 세상 모든 아버지들을 위한 ‘환상적인’ 변명
윌은 아버지 에드워드 블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의 삶이 모험으로 가득해서 언제나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윌이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게 된 때까지 반복되는 그의 말들은 이제 더 이상 흥미롭지 않고 되려 윌에게 의구심만 불러 일으킨다. 그는 이제껏 아버지의 허상만 끌어안고 살아왔던 것일까. 그의 삶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윌은 오래도록 연락을 끊었던 아버지와 오랜만에 마주한 자리에서 마침내 속내를 드러냅니다. '빙산의 드러난 일각' 아래 감춰진 아버지의 솔직한 삶을 알고싶다고 말이지요. 하지만 에드워드는 자신이 항상 하던 이야기만을 반복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바로 흥미롭게 표현한 자신의 실제 삶이었으니까요.
에드워드의 삶은 그의 이야기로 각색되어 전해집니다. 그리고 그들은 팀 버튼 감독의 손끝에서 더욱 환상적이고 아름답게 과장되어 펼쳐집니다. 마을마다 하나씩 있던 폐가괴담도 멋지게 돌파하고, 첫눈에 반하는 맹목적인 사랑의 우여곡절도 극적으로 전개되고, 전쟁의 참상도, 그가 관여한 비즈니스와 그 파트너들도 다양하게 변주되고 흥미롭게 표현됩니다.
에드워드는 윌에게 왜 자신의 삶을 사실대로 솔직하게 전하지 않았던 것일까요. 아마도 그 모든 것이 그저 '평범해서'이지 않을까요. 윌에게 그저 보통의 아버지로 남기보다는 '특별한 남자'가 되고 싶었던 바람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숨을 헐떡이며 죽음에 한발짝씩 다가서던 에드워드는 윌에게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들려달라 말합니다. 이제 그 자신도 아버지가 될 윌은 그 순간 온전히 아버지를 이해하고, 그의 환상적인 모험담에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지고 행복한 결말을 들려줍니다.
에드워드의 간절한 바람에 왈칵 눈물을 쏟은 후, 윌이 지어내는 이야기를 들으며 내내 눈물이 멈추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이 결정적 장면을 위해 차곡차곡 이야기를 쌓아왔던 팀 버튼 감독의 연출에 경외감이 들었습니다.
<코코>에서 '죽은 자들의 세상'으로 들어선 미구엘은 한 번 죽었던 그들이 영원히 소멸할 수 있음을, 산 자의 기억에서 지워지면 영원히 사라져버린다는 것을 알게됩니다. 수 많은 이들에게 둘러싸여 맞이하는 에드워드의 마지막 길. 모두가 그의 삶을 나누고 기억합니다. 비록 평범한 삶을 살았지만 특별한 이야기를 남기고 영원히 기억될 에드워드. 우리의 아버지도, 그 아버지의 아버지도, 세상 모두의 아버지들이 바라던 그 모습으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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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재개봉작들에서 예전에 놓쳤던 보석을 발견하게 됩니다 ^^
며칠전엔 볼려고 했다 원래 볼려고 했던 다른 영화랑 겹쳐서 예매했다가 영화는 못보고 그냥 포스터만 받고 왔었다가
어제 극장 다시 가서 봤는데 중반까지는 좀 무덤덤하게 보다가 마지막 가서는 눈물이 정말 왈칵...ㅠㅠ
눈물이 많아서 영화 보다가도 눈물 날려고 하면 억지로 좀 참을려고 하는
편인데 이 영화는 못참고 눈물이 주루룩 났네요....ㅠ_ㅠ;
집에서 봤어도 똑같은 감정이 느껴졌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같은 감정이었다면
엄청 눈물 쏟아냈을것 같네요. 겨우 참아서 눈물 한줄 두세번 주루룩이었네요.
왜 많은 분들이 호평을 하시는지 제대로 느끼고 왔네요.
환상적인 동화정도로만 기억에 남아있던 작품의 진면목을 발견한 기쁨의 눈물이기도 했어요 ^^
멋진 후기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