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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늦은 수정 백조 시사회 후기

쿨쿨_ 쿨쿨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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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머리가 좀 복잡해서 익무도 자주 못들어오고 글쓰기도 잘 안되더라고요ㅠㅠ  늦었지만 시사회 후기 올려봅니다.

 

------------------------

(커다란 스포가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 처음에 바로 눈에 들어오는 건, 90년대를 생각나게 하는 화면비와 소품들입니다. 옛 시대를 그리고 있다는 게 바로 느껴지지만 의외로 또 다루고 있는 이야기는 매우 보편적인 이야기인 것만 같습니다. 적당히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만나 이런 저런 문제들에 대해 떠들어 대고 부딪히다 결국 화해하는 그런 종류의 이야기인 것 같아 보이거든요.

 

실제 줄거리도 그렇습니다. 경제 상황으로 강요된 실업의 상황에서 주인공은 클럽 DJ를 꿈꾸고 이상향 미국으로 탈출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안정된 직업이 필요하고, 가짜 재직증명서를 구해 서류를 내긴 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부딪힙니다. 최종적으로 직장에 확인 전화를 할 거라는 대사관 직원의 이야기를 들은 거죠. 부랴부랴 대충 적은 전화번호의 주인을 찾아 시골 마을로 내려가고, 대가족이 모여사는 그 집에서 이 반항적인 도시 여자와 군대에서 막 제대한 시골 총각이 만나게 됩니다. 당연히 가치관이 충돌하면서 티격태격하는데, 둘 사이에 뭔가 묘한 기류가 흐르는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이 남자는 며칠 뒤에 결혼할 예정이고, 주인공은 그 결혼준비로 바쁜 집에 들이닥친 불청객이죠. 자, 여기까지만 들으면 흥미로운 코미디 소동극 같지 않습니까?

 

그런데 갑자기 이 남자가 돌변해 여자를 강간하고 그 때부터 영화의 질감이 뭔가 달라집니다. 이제는 더이상 따뜻하고 조용한 시골 마을이 아니라 악마같은 인간들이 득시글대는 흉악한 곳처럼 느껴지는 것이죠. 그렇다고 김복남처럼 다 찔러 죽이고 뛰쳐나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주인공은 별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대사관의 전화도 여전히 기다려야 하고요.

 

이 급작스런 사건은 주인공 뿐만 아니라 관객에게도 매우 충격적입니다. 그전까지 이어지던 영화의 질감이나 내용을 생각하면 이야기가 이런 방향으로 전개될 거라 생각하기 힘들거든요. 그 전까지 안심하고 인물들에게 감정을 투영하고 있었다면 느닷없는 강간 장면에 깜짝 놀라게 됩니다. 이게 대체 무슨 내용이지?

 

한 마디로 얘기하면 고장난 사회와 그 속에 살고 있는 고장나버린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벨라루스는 경제적으로 유럽에서 최하위를 달리고 있고, 현재도 독재가 이어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국가라 불리는 데다 언론이나 인권 자유 지수 또한 최저 수준이죠. 감독에게는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 마저도 병들고 고장난 사람들입니다.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자신의 호감을 강간으로 표현하는 아들도, 그 아들의 강간을 지켜보면서 제지하지 못하는 아버지도 모두 이를 드러내는 장치인거죠.

 

하지만 처음 보다 보면 사실 그런 이야기인지 눈치채기 힘듭니다. 벨라루스라는 나라는 한국인에게 그렇게 친숙한 나라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그 나라가 90년대에 어떤 사회였고,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는 아는 건 더 어려운 일이죠. 대충 이 나라의 사정을 알고, 감독의 설명도 듣다 보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긴 합니다만.

 

crystal-swan.jpg

 

어쨌거나 그 속에서도 주인공은 희망을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구소련이 이제 막 붕괴한 무채색의 동유럽 세계에서 그녀는 홀로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며 강렬한 원색의 옷을 입고 바쁘게 돌아다닙니다. 그리고 이 세계의 부조리에서 벗어나 이상향으로 설정된 미국으로 가고 싶어하죠. 물론 그 과정에서 식료품 살 돈을 탕진하고 엄마의 물건을 훔쳐 파는 등 주변에 피해를 좀 입히기는 하지만 자기 욕망에 충실할 뿐 악하거나 못된 인물은 아닙니다. 이렇게까지 고통받아야 할 인물은 아니죠. 어쨌든 결국 주인공의 희망은 좌절되고 터덜터덜 수도 민스크로 돌아가게 됩니다. 그 가운데서 뭔가 새로운 희망과 기대 비슷한 걸 찾긴 하지만요.

 

자 정리해봅시다. 영화는 상당히 재밌었습니다. 인물들은 꽤 매력적이고 그 사람들이 모여 투닥대는 것을 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그런데 이 충격적인 반전 이후에는 흘러가는 양상이 좀 난해합니다. 적당히 이상하거나 적당히 주인공과 대적하거나 하던 인물들은 갑자기 괴물이라도 되버린 것 같고, 새로운 희망과 대안으로 제시되는 어린 남동생은 그 전까지 감정선이 충분히 다 차지 않아서 왠지 뜬금없고 난데없습니다. 물론 GV를 듣고, 또 이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찾아보고 나니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느껴졌습니다만, 이렇게 찾아보지 않고도 좋다, 잘 만들었다를 느끼게 하는 즉시성 또한 중요한 예술적 가치 아니겠습니까? 벨라루스를 잘 모르는, 그리고 감독의 설명을 듣지 않은 사람들이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지는 좀 미지수인 것 같습니다.  

 


# 영화를 보다보면 확실히 주인공의 옷 색깔이 눈에 들어오고 그래서인지 질문이 여러 개 있었습니다. 감독이 어린 시절 일화를 들려줬는데, 회색의 칙칙한 구소련 세계에서는 애니메이션조차도 어두운 색감이었기 때문에 처음으로 디즈니 만화가 방영되었을 때 그 천연색의 색감에 매우 놀랐다고 합니다.

 

# 보면 극 중에서 결혼식을 할 때 의사와 환자 상황극 같은 걸 합니다. 한국으로 따지면 함 사시오 같은 일종의 혼례 의식인데, 청진기를 든 의사와 주사기를 든 간호사가 신랑 앞에서 상황극을 하니 매우 독특하더라고요. 감독이 하는 말이 구소련 체제 하에서 전통이 많이 파괴되어 종교 의식이나 전통 의식이 많이 사라졌는데, 결혼과 같은 행사는 어쨌거나 의식을 요구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이런 역할극이나 상황극이 많이 행해지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신기한 풍속이더라고요.

 

# 감독은 차기작으로 넷플릭스에서 제작하는 드라마를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러시아 폐쇄시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라고 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영화도 있는데 검열 때문에 벨라루스에서 촬영이 어려워 우크라이나 등의 주변 국가에서의 촬영을 고려하고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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