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즐겁다》 힘들 땐 울어도 괜찮아 (약스포)
영화에 방해될 건 크게 없지만 혹시나 포스터에 속아 마냥 예쁜 영화를 기대하셨다가 마상(?)입고 나오실 분들을 우려해
‘약스포’정도로 영화를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익스트림무비의 도움으로 《아이들은 즐겁다》를 봤습니다.
제 어린 시절을 생각해 봐도 그 나이때면 자연스럽게 무엇인가를 가지고 싶어하고 맛있는 걸 먹고 싶어 할 나이겠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인 다이에겐 그런 기회가 잘 없습니다.
인천으로 이사오는 걸로 시작하는데, 최근 아이들이 어른들의 삶에 이끌려 이사오는 걸로 시작했던 《남매의 여름밤》이나 《미나리》와는 달리 주인공 다이에게는 새로운 시작보다는 그냥 그런 삶의 연속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이도 같이 어울릴 수 있는 또래 친구들과의 만남으로 그리 칙칙하지 않은 삶의 순간이 만들어지지만 어린 아이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세계를 맞딱드리고 이것을 계속 참아내야 하는 과정을 겪습니다.
원작이 그래서 일수도 있지만 이런 상황이었다면 어떤 친구들은 매일같이 울면서 지냈을 수도 있었겠지만 묵묵히 현실을 받아들이는 주인공을 택하면서 절제된 연출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다이라는 아이가 뭔가 어른들이 생각하는 ‘의젓하고 성숙한 아이’에 대한 기준에 맞춰진 존재는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안타까움이 들었습니다. ‘아이다움’을 함부로 규정하는 것도 그렇지만 저 어린 나이에 저렇게 힘든데 한 번은 힘들다고 한 번은 아프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벅차 오르더라고요.
한 편으로 생각해 보면 O린이 같은 말로 자신의 미숙함을 용서 받으려는 어른들이 이런 어린이들을 보고 좀 깨닫는 게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같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다른 아이들 특히 우등생(맞아?)인 재경과의 갈등인데 초등학교라는 공간은 인간의 가장 이상적인 공간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 아직은 편견이 없는 상태의 아이들이 한 군데 어우러져 있는 곳이고 삶의 수준이나 환경과 상관 없이 같은 교실에서 모여서 살게 되는데(요즘은 그마저도 안되고 있지만) 어린 친구들은 사실상 그런 벽이 없죠. 그런 것들을 ‘학습’하게 되는데 바로 학교 밖 공간에서 그것들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래서 초등학교라는 공간의 중요함, 그 속에서 또래들과 잘 지내는 법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끼게 됩니다.
어울리지 않았던 친구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 소통하는 시간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재경이 같은 아이들이 성공하여 사회의 주류가 되어 살 수 있는 가능성이 크겠죠. 그땐 과거의 자신은 잊고 자신의 세계에 있는 어른들과 똑같은 어른이 되어 자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릴 때 이런 경험이 있었느냐 없었느냐의 차이는 꽤 클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없을 지 모른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 대한 인식을 만드는 데는 아이들 스스로의 선택 못지 않게 어른들의 역할도 중요하지 않나 합니다.
마지막으로 영화 속 아이들의 모습을 살펴 봅니다. ‘아이가 나오는’영화와 ‘아이가 주인공인’ 영화의 차이는 전자는 등장하는 소수의 아이들의 모습에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아이에 대한 가치관이 농축되어 표현되었다고 한다면 후자는 주인공에 영화의 중심 생각만 놓을 뿐 주변에 가급적 다양한 아이들을 두면서 아이에 대한 고정된 관점을 지양한다는 차이가 있는 것같습니다.
이를테면 이 영화에서는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서 각자의 스타일들이 나오는데요, 민호처럼 시끄럽게 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 시아처럼 조용히 책 읽는 걸 좋아하는 아이, 저녁 시간의 다이처럼 조용히 TV만 보는 아이처럼 다양한 모습들이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아이들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고자 한 것이겠죠.
익무게시판을 보면서 몇몇 관크들의 사례를 보면 떠드는 아이들 때문에 ‘초딩들 극혐’이런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놀랍게도 많은 유-소년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있고 이들은 문제를 안 일으키는데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이 하도 특출나서 ‘초딩대표’가 되는 건 좀 억울하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처럼 우리가 이 시기를 겪어봤을 뿐 정확히 이들을 안다고 볼 순 없을 것인데 어떤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건 아닌지요.
밝을 때는 아이다움을 그리고 살아갈 땐 어른스러움을 아이들에게 강요하며 산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raSp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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