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의 한국 영화, 잘될 수밖에 없다" (전주영화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의 침체와 OTT의 부상은 한국의 영화 제작 현장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디즈니플러스, 애플TV, HBO맥스 같은 글로벌 OTT들의 잇단 한국 진출은 한국 영화계에 위기일까 기회일까.
지난 4일 ‘전주 컨퍼런스’에서는 글로벌 OTT와 협업 경험이 있는 영화계 관계자들이 이러한 질문에 답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영화 <신과 함께>를 제작한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처스 대표, 영화 <승리호>를 제작한 유정훈 메리크리스마스 대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고요의 바다>(공개 예정)를 연출한 조영욱 프로듀서가 연사로 참여했다.
‘극장의 종말’이 올 것이라는 전망엔 세 명 모두 동의하지 않았다. 원 대표는 “극장은 관객에게 OTT가 줄 수 없는 정서적인 보상을 제공한다”며 “시각효과(VFX)가 화려한 극장용 영화와 그렇지 않은 OTT용 영화가 나누어지는 방식으로 상호 보완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영화가 관객과 만나는 ‘퍼스트 윈도우(제1의 관문)’으로서 극장의 위상은 사라질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영화를 제작해 극장에 걸고, 이렇게 회수한 수익을 제작자와 극장이 5 대 5로 나눠 갖는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 역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봤다.
유 대표는 “콘텐츠 공급자들은 극장에 가기 전부터 이미 많은 대안을 가지게 됐다”며 “극장도 ‘미니멈 개런티’ 제도를 도입하는 등 수급 전략의 변화를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제작 현장에서 영화와 드라마, 극장과 OTT의 경계도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승리호>는 시나리오 단계부터 영화는 넷플릭스에, 웹툰은 카카오페이지에 제공하는 전략을 취했다. 하나의 원천 지식재산권(IP)을 다양한 플랫폼에 공급하면서 수익을 다변화하는 전략이다. 우주 정거장을 배경으로 한 SF물 <고요의 바다>는 당초 극장 개봉을 염두에 둔 영화로 쓰였지만 예산 부담으로 투자자를 찾지 못해 7년간 표류했다. 이후 넷플릭스와의 협업 과정에서 드라마로 장르가 바뀌었다.
조 PD는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더 이상 극장 개봉용 영화만 기획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웹툰같이 완전히 다른 플랫폼에서 관객과 만나는 방안도 고려한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세부적으로는 OTT별 콘텐츠 전략도 다르다. 넷플릭스는 청소년 관람불가 장르물에 호의적이지만, 디즈니플러스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영화를 선호한다”며 “장르적 다양성은 파괴되기보다 오히려 훨씬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시장이 인정한 한국의 콘텐츠 경쟁력은 코로나19 이후 한국 영화의 미래를 낙관하게 하는 요인이다. 유 대표는 “과거에는 외국 제작사들과의 대화 주제가 리메이크나 판권 구매에 한정돼 있었다면 최근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한국 배우가 등장하고 한국 감독이 연출해도 좋다며 공동 프로젝트나 투자 제안을 한다. 잘 될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플랫폼들이 웹툰·웹소설 회사를 인수해 IP를 확보하고 유통까지 맡는 현재의 기조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영화 제작사들이 하청화될 우려도 있다”고 했다.
원 대표는 “한국 영화 산업은 지난 2년간의 변화가 20년간의 변화보다 더 큰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과거에는 영화 제작사가 산업화된 체계 없이 구멍가게처럼 운영되는 경향이 있었다면 지금은 자본력을 가진 IT·게임회사들이 콘텐츠 업계에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지고 있다. 한국 콘텐츠가 미래 산업이 되는 초기 단계인만큼 산업 종사자들의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고 했다.
우려점도 적지 않다. 일단 영화 편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반면 현장 스태프들의 인력난은 오히려 심해졌다. 조 PD는 “드라마는 제작 기간이 영화보다 길다보니 스태프 한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작품 수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유명 영화 감독들이 OTT가 선호하는 드라마에 진출하는 현상도 이런 흐름을 가속화한다.
전주 컨퍼런스는 국내외 영화 산업 화두를 던지기 위해 전주국제영화제가 올해 처음 론칭한 행사로, 2~4일 전주시 한국전통문화전당 공연장에서 열렸다.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도 다시 볼 수 있다.
전주|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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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적인 부문에서 신기술도입도 적극적으로 하고 계속 채찍질하고 변화를 줘야해요 ott플랫폼을 통해서 저예산으로 실험적인 작품 좀 많이 만들어서 신인 영화인 발굴도 적극적으로 해주면 좋겠고 당장 네임드 감독들 10년내외로 은퇴할 나이대인데 그분들 이후의 한국영화계를 반세기 이상 이끌 신인이 전혀 안보인다는게 암울 그렇다고 해외ott가 가진 ip만큼 매력적인 콘텐츠가 있는것도 아니고
웹툰 웹소설에서 끌어오는것도 완전 뜯어고쳐서 각색하지않는이상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수밖에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