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10
  • 쓰기
  • 검색

영화사 최고의 로드 무비인 <자유의 이차선>을 만든 몬테 헬만을 추모하며

스코티 스코티
1393 7 10

(이 글에는 영화의 엔딩에 대한 언급이 살짝 있어요. 글의 형태로 작성해서 말투가 이런 것이니 양해 부탁드려요.)

 

B3A4D08E-AF0A-41A6-A0DF-255CE782C236.png.jpg

861AB7E1-51E6-42EA-AC91-675EFEB112FB.png.jpg

1FA2A5C3-0013-4584-9086-FC79D5E084BB.jpeg

<자유의 이차선>의 장면들

 

FE12F8B4-B0D3-4F14-AFD9-C8AE79891E8D.jpeg

<자유의 이차선> 포스터

 

얼마 전 몬테 헬만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나는 몬테 헬만이 만든 한 편의 영화를 소개하며 그를 추모하고자 한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클로이 자오의 <노매드랜드>를 보면서 문득 몬테 헬만의 걸작 <자유의 이차선>(원제: Two-Lane Blacktop)(1971)을 떠올렸다. <노매드랜드>가 빼어난 로드 무비라고 느꼈기 때문에 선배격에 해당하는 <자유의 이차선>이 떠올랐던 것 같다. 

 

<자유의 이차선>은 서부극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는 로드 무비의 전통을 이어받아 극단으로 밀고 간 궁극의 로드 무비이다. 이 영화를 넘어설 수 있는 로드 무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왜? <자유의 이차선>은 로드 무비를 끝장내버렸기 때문이다. 존 포드의 <웨건 마스터>가 가장 순수한 웨스턴에 근접해있다면 같은 의미로 몬테 헬만의 <자유의 이차선>은 가장 순수한 로드 무비에 근접해있다. 이 영화는 첫 쇼트부터 이미 길 위에 있고 영화의 마지막 쇼트는 길 위에 있는 것을 넘어서 영화 자체를 아예 날려버린다.(스포일러라서 표현을 자제한다.) 

 

길은 목적지가 없는 이상 무방향성을 지향한다. 목적지가 없는 길이 끊어지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 그 길은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다. '로드 무비'가 길 위의 여정을 따라가는 영화라고 정의할 수 있다면 목적지가 없이 길 위에서 시작해서 목적지에 도달하지 않은 채 길 위에서 끝나는 <자유의 이차선>만큼 로드 무비의 본질에 충실한 영화는 없다. 흔히 로드 무비는 목적지에 당도하거나 목적지로 가는 과정에서 캐릭터들에게 심리적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길은 길 자체로 존재한다기보다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자유의 이차선>은 애초에 플롯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며 그런 만큼 길은 수단화되지 않고 오롯이 길 자체로 존재한다. 

 

여기에는 오로지 길 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순수한 운동과 질주의 굉음만이 있다. 인물들의 욕망은 불분명하며 실존 그 자체에 방점이 찍혀있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무를 지향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짐 자무쉬의 <패터슨>과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무를 지향하기 때문에 오히려 해석의 가능성은 무한대로 열린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서사의 가능성은 확장된다. GTO로 상징되는 워렌 오츠가 뉴욕으로 갈 마음을 먹고 히치하이커들에게 영웅담을 지어내는 것도 사실 이 영화가 무의미를 지향하기 때문에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영화의 주요 인물들인 세 명의 남성(제임스 테일러, 데니스 윌슨, 워렌 오츠)과 한 명의 여성(로리 버드) 사이에서 감지되는 성적 긴장감 또한 인물들의 행동의 동기가 모호하기 때문에 더욱 커질 수 있다. 한 여성을 향한 세 남성의 대립 양상이나 두 자동차의 대결 구도는 웨스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무의미가 오히려 무한한 가능성으로 열리는 <자유의 이차선>은 단순히 로드 무비를 넘어서 영화의 가능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위대한 로드 무비인 <자유의 이차선>을 만든 몬테 헬만의 죽음을 깊이 애도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7


  • 엄마손
  • ipanema
    ipanema
  • golgo
    golgo
  • 로보캅
    로보캅
  • 얼죽아
    얼죽아
  • 놀스
    놀스

  • 나마재

댓글 10

댓글 쓰기
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올라갑니다~!!
profile image 1등
<자유의 이차선>은 정말 저 시대였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던 영화인듯합니다. 당시 어떤 하나의 시대정신이 담긴 상징적인 작품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엔딩을 보고서 멍해졌었습니다 ㅎㅎ
댓글
스코티글쓴이 추천
00:20
21.05.05.
profile image
스코티 작성자
놀스
예.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이 영화를 보셨다니 반가운 마음이 드네요. 위대한 걸작임에 비해 덜 알려져 있는 것 같더라구요. 저도 이 영화를 본 지 2년 정도밖에 안 됐어요. ^^
댓글
00:24
21.05.05.
profile image
스코티
몬테 헬만 감독님 작품들이 예나 지금이나 상대적으로 간과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이 작품과 더불어 서부극 <복수의 총성>이나 특히 <바람 속의 질주> 같은 작품도 워낙 좋게 봤었는데 얼마 전 작고하셨다는 소식에 마음이 좋지 않았네요ㅜㅜ
댓글
스코티글쓴이 추천
00:43
21.05.05.
profile image
스코티 작성자
놀스

저도 슬프더라구요. 그래서 추모 글을 올렸어요. ㅠㅠ

댓글
00:49
21.05.05.
profile image 2등

몬테 헬먼 영화는 <자유의 이차선>..한 편만 봤어요.
플롯 설정 보고 나름 천연덕스러운 구석이 있을 줄 알았는데 정말
흐트러지지 않고 찐으로 정처 없는 로드무비더라구요.
아무튼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었을까봐하면서 신기한 경험이었는데..
더 모습 못 비추고 작고하셔서 슬플 따름이네요.
개인적으로 차에서 주인공이 회상에 잠기던 워렌 오츠의 말을

단칼에 끊는 장면이 묘하게 기분이 서글퍼지더라구요.
이분보다 형이신 93세의 연세.... 뉴시네마의 장인 제리 샤츠버그도 이렇게 언급 안 되다가
돌아가실까봐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으며 앞으로 계속 이런 뜻깊은 옛 보석들에 대한
이야기 더 들려주세요.^^ 제게 있어서 회원들과 더 널리 소통하고픈 주제입니다.

댓글
스코티글쓴이 추천
02:08
21.05.05.
profile image
스코티 작성자
로보캅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고전영화를 좋아해서 기회가 되는대로 글을 올릴 생각이에요. ^^
댓글
03:00
21.05.05.
profile image 3등
이런 작품이 있는 줄 몰랐네요.
댓글
스코티글쓴이 추천
08:47
21.05.05.
profile image
스코티 작성자
golgo
저도 영화 스승을 통해 알게 되었던 작품인데 초강추해드려요. 농담이 아니라 영화사 최고의 로드 무비라고 해도 무방한 걸작이에요. ^^
댓글
12:25
21.05.05.
profile image
혹자는 영화가 무척 지루하다고 하던데 저는 정말 재밌게 본 영화였어요. 라스트 씬은 잊혀지지 않을 만큼 강렬했네요.
댓글
스코티글쓴이 추천
08:51
21.05.05.
profile image
스코티 작성자
ipanema
영화에서 무엇을 보고 싶은가에 관한 욕망과 영화의 지루함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이 영화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몬테 헬만의 부고 소식을 듣고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올리지 않을 수 없었네요. ^^
댓글
12:28
21.05.05.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곧마감]'아이들은 즐겁다' 한줄평/리뷰 이벤트 48 익무노예 익무노예 21.05.04.21:30 5692
HOT 극장과 공연장의 인상적이었던 사회적 거리두기 좌석들... 6 Hyoun Hyoun 4시간 전23:14 1295
HOT 5월 16일 박스오피스 (귀멸의 칼날 200만 돌파!) 24 paulhan paulhan 4시간 전00:00 1768
HOT 오늘의 마지막 영화+신카이 마코토 전작 결산(?) 6 판다소라 판다소라 4시간 전23:14 621
HOT 코메박에서 영화보고 나왔더니 멋진걸 바닥에 깔고있네요 30 김라티 김라티 5시간 전22:56 2766
HOT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 200만 달성 가능했던이유 28 reo 5시간 전22:17 2553
HOT 아빠 표정 따라하는 미스터 빈(로완앳킨스) 딸... 18 온새미로 온새미로 7시간 전20:58 1698
HOT The Rider - Chloe Zhao 8 네버랜드 네버랜드 6시간 전22:01 886
HOT 특전 수령 관련 이야기(CGV, 메가박스) 9 기억제거기 기억제거기 6시간 전21:29 2321
HOT 배우 하정우, 그림 4점 아트부산서 완판 8 friend93 6시간 전21:21 1993
HOT 구찌 화보 엄청 예쁘게 찍은 대한민국 여자배우의 위엄 10 제임스카메라 제임스카메라 7시간 전21:06 3074
HOT 마블 '샹치' 중국서 망할 수도 있겠네요. 32 golgo golgo 7시간 전20:52 4724
HOT 잊혀지고 있는 것 같아 오랜만에... 14 강톨 강톨 8시간 전19:27 2185
HOT 두가지 이유로 극장관람이 훨씬 더 좋은 아트 영화들 5 sirscott sirscott 8시간 전20:00 1845
HOT 스튜디오 카라 "안노 히데아키 감독 차기작에 대한 소식은 사실무근" 2 하이브치즈NX 하이브치즈NX 8시간 전19:59 551
HOT 반지의 제왕 재개봉 굿즈들 떼샷 16 반지의제왕 반지의제왕 8시간 전19:54 2421
HOT 20년도랑 너무 대비되는 21년도.. 14 천둥의호흡 천둥의호흡 8시간 전19:46 2769
HOT 빅 피쉬 패키지, 내겐 너무 소중한 너 월타 패키지 + 명씨네 아트패키지 6 지그재구리 지그재구리 8시간 전19:42 1384
HOT 귀멸의 칼날 n차-오늘 52회차 했습니다. 50 inflames inflames 9시간 전19:01 2020
HOT sm 걸그룹이 분노의질주 ost로 컴백하네요...ㅋㅋ 15 너그나 9시간 전18:45 4274
HOT 이제훈 청보리밭 앞에서 5 e260 e260 9시간 전18:13 1475
HOT [내겐 너무 소중한 너] 신파 예상했으나 의외로 괜찮았어요 1 테리어 테리어 10시간 전17:35 488
HOT 귀멸 200만 돌파! 19 단밤 단밤 10시간 전17:50 2729
HOT 영화 자체보다 영상미가 더 기억에 남는 영화 있으신가요? 38 가미 가미 11시간 전17:10 2216
48897
normal
ReMemBerMe ReMemBerMe 3시간 전00:36 155
48896
image
레몬에이드라면 레몬에이드라면 3시간 전00:33 214
48895
image
네버랜드 네버랜드 6시간 전22:01 886
48894
image
츄야 츄야 7시간 전20:19 195
48893
normal
가미 가미 8시간 전20:07 551
48892
image
히치맨 9시간 전19:00 231
48891
normal
오기 9시간 전18:37 215
48890
image
R.. R.. 9시간 전18:31 532
48889
image
브리즈번 브리즈번 10시간 전17:17 262
48888
image
R.. R.. 13시간 전15:00 819
48887
image
화이트라뗴 13시간 전14:46 321
48886
normal
데헤아 데헤아 18시간 전09:18 181
48885
image
히치맨 1일 전02:48 470
48884
image
양파파 1일 전01:25 448
48883
normal
소울메이트 소울메이트 1일 전00:31 591
48882
image
stanly stanly 1일 전00:18 940
48881
normal
인생은아름다워 인생은아름다워 1일 전22:37 228
48880
image
reckoner reckoner 1일 전22:33 1280
48879
image
입찢어진남자 입찢어진남자 1일 전20:46 635
48878
image
등불 등불 1일 전19:07 1275
48877
normal
고슴도 고슴도 1일 전18:30 524
48876
image
등불 등불 1일 전18:13 524
48875
image
히치맨 1일 전17:52 340
48874
image
R.. R.. 1일 전15:22 1613
48873
normal
255percent 1일 전14:08 356
48872
image
입찢어진남자 입찢어진남자 1일 전12:42 1176
48871
normal
데이비인 1일 전08:49 357
48870
image
히치맨 2일 전22:59 357
48869
image
영원 영원 2일 전22:27 942
48868
image
솜사탕지갑 솜사탕지갑 2일 전22:12 916
48867
normal
슈하님 슈하님 2일 전22:05 773
48866
image
KimMin KimMin 2일 전21:08 1189
48865
image
입찢어진남자 입찢어진남자 2일 전20:27 576
48864
image
입찢어진남자 입찢어진남자 2일 전20:25 1394
48863
image
A열중앙관객 A열중앙관객 2일 전19:40 1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