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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 최고의 로드 무비인 <자유의 이차선>을 만든 몬테 헬만을 추모하며

스코티 스코티
1388 7 10

(이 글에는 영화의 엔딩에 대한 언급이 살짝 있어요. 글의 형태로 작성해서 말투가 이런 것이니 양해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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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이차선>의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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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이차선> 포스터

 

얼마 전 몬테 헬만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나는 몬테 헬만이 만든 한 편의 영화를 소개하며 그를 추모하고자 한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클로이 자오의 <노매드랜드>를 보면서 문득 몬테 헬만의 걸작 <자유의 이차선>(원제: Two-Lane Blacktop)(1971)을 떠올렸다. <노매드랜드>가 빼어난 로드 무비라고 느꼈기 때문에 선배격에 해당하는 <자유의 이차선>이 떠올랐던 것 같다. 

 

<자유의 이차선>은 서부극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는 로드 무비의 전통을 이어받아 극단으로 밀고 간 궁극의 로드 무비이다. 이 영화를 넘어설 수 있는 로드 무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왜? <자유의 이차선>은 로드 무비를 끝장내버렸기 때문이다. 존 포드의 <웨건 마스터>가 가장 순수한 웨스턴에 근접해있다면 같은 의미로 몬테 헬만의 <자유의 이차선>은 가장 순수한 로드 무비에 근접해있다. 이 영화는 첫 쇼트부터 이미 길 위에 있고 영화의 마지막 쇼트는 길 위에 있는 것을 넘어서 영화 자체를 아예 날려버린다.(스포일러라서 표현을 자제한다.) 

 

길은 목적지가 없는 이상 무방향성을 지향한다. 목적지가 없는 길이 끊어지지 않는다고 가정한다면 그 길은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다. '로드 무비'가 길 위의 여정을 따라가는 영화라고 정의할 수 있다면 목적지가 없이 길 위에서 시작해서 목적지에 도달하지 않은 채 길 위에서 끝나는 <자유의 이차선>만큼 로드 무비의 본질에 충실한 영화는 없다. 흔히 로드 무비는 목적지에 당도하거나 목적지로 가는 과정에서 캐릭터들에게 심리적 변화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길은 길 자체로 존재한다기보다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자유의 이차선>은 애초에 플롯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며 그런 만큼 길은 수단화되지 않고 오롯이 길 자체로 존재한다. 

 

여기에는 오로지 길 위를 달리는 자동차의 순수한 운동과 질주의 굉음만이 있다. 인물들의 욕망은 불분명하며 실존 그 자체에 방점이 찍혀있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무를 지향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짐 자무쉬의 <패터슨>과도 유사한 측면이 있다. 무를 지향하기 때문에 오히려 해석의 가능성은 무한대로 열린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서사의 가능성은 확장된다. GTO로 상징되는 워렌 오츠가 뉴욕으로 갈 마음을 먹고 히치하이커들에게 영웅담을 지어내는 것도 사실 이 영화가 무의미를 지향하기 때문에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영화의 주요 인물들인 세 명의 남성(제임스 테일러, 데니스 윌슨, 워렌 오츠)과 한 명의 여성(로리 버드) 사이에서 감지되는 성적 긴장감 또한 인물들의 행동의 동기가 모호하기 때문에 더욱 커질 수 있다. 한 여성을 향한 세 남성의 대립 양상이나 두 자동차의 대결 구도는 웨스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무의미가 오히려 무한한 가능성으로 열리는 <자유의 이차선>은 단순히 로드 무비를 넘어서 영화의 가능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위대한 로드 무비인 <자유의 이차선>을 만든 몬테 헬만의 죽음을 깊이 애도하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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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자유의 이차선>은 정말 저 시대였기 때문에 만들 수 있었던 영화인듯합니다. 당시 어떤 하나의 시대정신이 담긴 상징적인 작품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엔딩을 보고서 멍해졌었습니다 ㅎㅎ
댓글
스코티글쓴이 추천
00:20
21.05.05.
profile image
스코티 작성자
놀스
예. 저도 그런 것 같아요. 이 영화를 보셨다니 반가운 마음이 드네요. 위대한 걸작임에 비해 덜 알려져 있는 것 같더라구요. 저도 이 영화를 본 지 2년 정도밖에 안 됐어요. ^^
댓글
00:24
21.05.05.
profile image
스코티
몬테 헬만 감독님 작품들이 예나 지금이나 상대적으로 간과 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이 작품과 더불어 서부극 <복수의 총성>이나 특히 <바람 속의 질주> 같은 작품도 워낙 좋게 봤었는데 얼마 전 작고하셨다는 소식에 마음이 좋지 않았네요ㅜㅜ
댓글
스코티글쓴이 추천
00:43
21.05.05.
profile image
스코티 작성자
놀스

저도 슬프더라구요. 그래서 추모 글을 올렸어요. ㅠㅠ

댓글
00:49
21.05.05.
profile image 2등

몬테 헬먼 영화는 <자유의 이차선>..한 편만 봤어요.
플롯 설정 보고 나름 천연덕스러운 구석이 있을 줄 알았는데 정말
흐트러지지 않고 찐으로 정처 없는 로드무비더라구요.
아무튼 어떻게 이런 작품을 만들었을까봐하면서 신기한 경험이었는데..
더 모습 못 비추고 작고하셔서 슬플 따름이네요.
개인적으로 차에서 주인공이 회상에 잠기던 워렌 오츠의 말을

단칼에 끊는 장면이 묘하게 기분이 서글퍼지더라구요.
이분보다 형이신 93세의 연세.... 뉴시네마의 장인 제리 샤츠버그도 이렇게 언급 안 되다가
돌아가실까봐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으며 앞으로 계속 이런 뜻깊은 옛 보석들에 대한
이야기 더 들려주세요.^^ 제게 있어서 회원들과 더 널리 소통하고픈 주제입니다.

댓글
스코티글쓴이 추천
02:08
21.05.05.
profile image
스코티 작성자
로보캅
글을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고전영화를 좋아해서 기회가 되는대로 글을 올릴 생각이에요. ^^
댓글
03:00
21.05.05.
profile image 3등
이런 작품이 있는 줄 몰랐네요.
댓글
스코티글쓴이 추천
08:47
21.05.05.
profile image
스코티 작성자
golgo
저도 영화 스승을 통해 알게 되었던 작품인데 초강추해드려요. 농담이 아니라 영화사 최고의 로드 무비라고 해도 무방한 걸작이에요. ^^
댓글
12:25
21.05.05.
profile image
혹자는 영화가 무척 지루하다고 하던데 저는 정말 재밌게 본 영화였어요. 라스트 씬은 잊혀지지 않을 만큼 강렬했네요.
댓글
스코티글쓴이 추천
08:51
21.05.05.
profile image
스코티 작성자
ipanema
영화에서 무엇을 보고 싶은가에 관한 욕망과 영화의 지루함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이 영화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몬테 헬만의 부고 소식을 듣고 이 영화에 대한 글을 올리지 않을 수 없었네요. ^^
댓글
12:28
21.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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