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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밤] 여전한 판타지... (스포 O)

겐테 겐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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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는 조폭 영화라 반가왔습니다. 

 

박훈정 감독님 인터뷰를 보니 일관되게 이 영화가 "느와르" 장르라고  말씀하시던데, 글쎄요... 보통 느와르라 하면 어두운 밤의 차가운 도시를 배경으로한 폭력의 낭만적 묘사를 떠올리게 되는데,  이 영화는 주로 밝은 낮에 아름다운 전원 풍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얼터너티브 느와르? 

 

그냥 우리나라에서 90년대 이후 암묵적으로 정의되어 있는 "조폭장르"로 규정하는게 더 포괄적이지 않을까요. 

 

박훈정 감독님의 전작 조폭영화는 "신세계"였는데요, 이 영화에 등장하는 조폭의 세계 역시 철저히 장르의 규칙을 따르는 판타지의 영역입니다. 모든 조직원이 검은색 수트를 빼입고 다니고, 보스에게 목숨바쳐 충성하며, 다른 조직끼리 각목과 회칼로 대규모 전쟁을 벌이고... 나름 몇가지 장르 규칙이 꼬인 설정도 등장하긴 하지만, 기본적인 룰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신세계가 나온지 십여년이 지났어요. 이제 감독님이 창조한 깡패들의 세계가 좀더 현실성을 갖출 만도 한데, "낙원의 밤" 속에 등장하는 그들의 리그는 여전히 판타지에 고정되어 있더군요. 수트빨은 여전하고, 모든 인프라에 CCTV가 촘촘히 박혀있는 대한민국에의 도로 한 복판에서 버젓이 회칼전쟁이 일어나며, 공권력은 그저 현장 뒷수습만 하러 올 뿐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로마의 중심 거리에서 칼싸움을 벌이지만 이른바 '컨티넨탈 그라운드' 이기 때문에 괜찮다는 "존 윅 2"의 세계가 떠올랐습니다. 

 

이런 게 싫다거나 나쁘다는 말이 아니에요. 오히려 우리가 과거 수많은 조폭영화를 통해 학습한 그들만의 비정한 이야기가 검은 수트라는 고전적 상징과 함께 펼쳐지니 오히려 반갑지요. "신세계" 이후 나온 조폭영화들이 고정된 장르적 규칙을 깨기 위해 지극히 현실적 상황을 그리거나 ("범죄와의 전쟁" 등), 기발한 상황전개 ("악인전" 등)를 펼쳐냈다면,  "낙원의 밤"은 여전히 올드한 클리쉐와 감성에 안착해 있습니다.  2021년에도 여전히 몇십년동안 우려낸 이미지와 스토리를 좀더 새로운 맛으로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에요.  

 

하지만 "마녀"에서 느꼈던 박훈정 감독님 영화의 문제점이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는 게 아쉽습니다. 바로, 너무 진부하기 그지 없는 (어쩌면 유치하기 까지 한) 대사들의 향연입니다. 안그래도 맥이 빠지는 대사라 대신 화면이라도 빠르게 지나가면 좋겠는데, 오히려 대화를 나누는 인물의 모습을 일부러 느릿 느릿 교차편집 함으로써 무력감을 배가시킵니다. 태구(엄태구)가 숨을 거둘 때 재연(전여빈)과 나누는 대사도 눈쌀 찌푸리지 않은 채로 듣기 힘듭니다. 

 

마 이사(차승원)의 캐릭터 묘사도 전 그리 호의적이지 않아요. 마 이사는 이 세계의 진한 고인물로서 잔인함과 피곤함을 모두 갖추고 있는 인물입니다. 갈등이 첨예한 순간에 갑자기 모든게 귀찮은 듯 툭 끊어버리는 마 이사의 태도에서, 이 분이 하도 오래 이 바닥에 있다 보니 짜증에 쩔어 그러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그 짜증스런 모습이 반복적으로 나오다 보니 보는 제가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하더군요. 오히려 매사를 계산이라는 방식으로 바라보는 그의 냉철하고 무덤덤함을 강조하는 연기였으면 더 좋았을 걸 그랬어요. 

 

저에게는 한 끗 부족함이 있었음에도, 한국 조폭영화의 고전적 향취가 아직도 살아있어서 좋았던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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