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실망에도 불구하고 다시 볼 예정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는 강렬한 제목에서 보건데, 현대판 유다의 배신이 주제입니다. 유다는 예수 그리스도의 12제자 중 하나였으나 은화 30닢에 스승을 유대의 대제사장에게 팔아 넘깁니다. 영화는 성경의 유명한 일화를 적극적으로 사용합니다. 배신의 상징인 가롯 유다가 근현대사에 등장했다면, 그가 운명적으로 배신할 '검은 구세주'는 과연 누구일까?
영화는 1960년대말 FBI 주도하에 시카고 지부당 프레드 햄프턴의 암살사건이 바탕입니다. 1960년대말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말콤 X의 암살이후 미국내 인종차별이 쟁점화되면서 흑인 무장단체인 흑표당이 등장합니다. 바비 실과 휴이 뉴턴에 의해 창시되었으며, 불과 20세의 프레드 햄프턴이 뛰어난 화술과 카리스마로 흩어진 흑인과 타 소수민족 및 단체와 연대를 주장하며 주력인사로 부각됩니다. 존 에드거 후버가 이끌던 FBI는 흑인 정보원을 심어 '검은 구세주'란 존재를 없애,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흑표당을 와해하려 합니다.
극적인 내용의 줄거리로 2021년 아카데미 기획전 중 유력한 감독상과 작품상 후보로 초미의 관심사인 노매드랜드 보다 더 궁금했습니다. 이전에 누벨바그의 상징이던 진 세버그가 인종차별 반대에 흑표당을 지지했다가, FBI의 조직적인 음해에 시달리게 되던게 생각났습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 주연의 전기 영화 <세버그> 개봉을 기대했는데, 엇갈린 평을 받고 아마존에서 스트리밍으로 공개되었지요.
다니엘 칼루야는 제게 <겟 아웃>에서 공포에 질린 큰 눈망울로 각인된 배우였는데, 각종 영화제서 남우조연상을 휩쓸던 완벽 변신에 더더욱 기대가 되었습니다. 예고편을 보건데 칼루야의 카리스마 가득한 '검은 구세주'를 어서 보고 싶었습니다.
기대를 잔뜩해선지 어제 보고 실망을 금치 못했지만, 다시 곰곰히 뜯어보니 음악감독이 다른 사람이였다면, 영화가 그렇게 졸음과 사투할 정도인가 싶어요. 이 영화를 위해 따로 작곡해 음반도 내었지만, 제 생각에 이 영화가 가장 부족한 것은 적재적소의 음악과 음향같습니다.
물론 음악까지 세세하게 지도하는 것도 감독의 연출 중 하나입니다. 감독이 음악감독에게 원하는 음악의 톤이라던가 전체적 느낌을 조율해야하는데, 샤카 킹 감독의 두번째 장편영화던데 역량이나 경험은 아직까진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경찰과 총격장면 등이나 주인공 빌 오닐이 정체가 들킬까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 때 등등 긴박한 음악이 필요할 땐 음악이 없거나, 다소 맞지 않는 음악이 흐릅니다. 복장 터지는 내용의 인터뷰 클립과 현실서 어떠한가 설명하는 자막이 흐른 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느긋한 재즈풍의 음악은 ????
영화서 시적인 비유가 등장하는데, 라임을 넣어서 랩처럼 말하는 대사가 있습니다. 힙합 음악이 1970년대 길거리 낙서와 함께 등장했으나 그전부터 전조 현상은 있었고, 영화니까 얼마든지 배경음악으로 활용할 수 있는데, 영화는 그런게 없습니다. 엔딩 크레딧 올라가면서 음악 감독 누구야? 소리가 먼저 감돌았어요. 음악을 능수능란하게 사용하는 스파이크 리나 스티브 맥퀸 감독이 만들었다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ㅠ
성경의 가롯 유다의 배신이란 알레고리를 1960년대말 흑표당 시카고 지부장인 프레더 햄프턴 암살사건과 연관 지은 것은 탁월합니다. 충격적인 실화로 미국의 인종차별과 항거의 역사를 영화를 통해 재환기하며 재평가하는 계기가 되니 환영할 일입니다. 그래서 더 아쉬워요.
다니엘 칼류야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 뿐만 아니라 정체가 들킬까 초조함과 배신을 앞둔 빌 오닐 역의 배우 연기 역시 매우 돋보였습니다. 후버 국장 역에 마틴 쉰의 분장 역시 감쪽같습니다. 목소리로 겨우 알아챘어요.
그러나 영화는 진한 커피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집중하기 힘들어요 ㅠㅠ 몰입감이 뛰어난 영화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편집 역시 다큐멘타리 나열하듯 시간 순으로 평범합니다.
롯데시네마 단독 개봉인데 혹시 싸다구 등의 특가가 있다면 한번 다시 보려고 합니다. 이미 충분히 수작이라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제겐 아쉬움이 남아서 한번 더 보고 재평가를 하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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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저랑 취향의 차이가 확 드러나는 후기네요. ^^;
전 초집중모드로 쫄깃하게 봐서 영화가 극호에, 음악도 참 좋았고,
묘하게 거슬리는 듯한 불협화음의 재즈음이랑 곳곳에 일부러 넣은건가? 싶은 튀는 음향들이 꽤 독특했어요...ㅎㅎㅎ
엔딩곡 선정은 확실히 좀 어색하긴 합니다.
비슷한 주제인 시카고7은 명확한 목적에 따라 감정선이 맞닿는 순간 곡을 확! 삽입해서 고조시키는데 그런건 참 다르더라는...
나란히 이 영화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르니 뭔가 감회가 새로울 거 같네요.
특히 조던 필 감독은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