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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O] 두번째 영화리뷰, 스카페이스 (1983)

G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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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첫 글에 생각보다 많은 분들께서 긍정적인 반응을 남겨주셨네요. 감사합니다.

 

-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어려운 질문이 아마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뭐야?”일 것입니다.
물론 딱 한 편의 영화를 마음속 Top 1로 모셔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에게 Top 5는 있는데, Top 1…은 어떤 영화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누가 꼭 영화 한편만 답해야 한다고 하면, 아마 이 영화로 답할 것 같아요.

 

바로 1983년의 Scarface 입니다.

 

알 파치노 주연,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Scarface는 사실 제가 힙합을 좋아하면서 알게 된 영화입니다.
많은 힙합 뮤지션들의 가사에 Tony Montana의 이름이 들어가는걸 보고, 누구지? 하면서 검색해보았더니
이 영화의 주인공 이름이었네요.

 

1. 스카페이스의 매력에 빠지다
영화 초반의 출입국심사 장면부터 저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사람(알 파치노) 원래 쿠바 출신인가? 아니면 라틴 아메리카 지역 출신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히 연습된 Cuban 억양으로

출입국심사원에게 모노로그에 가까운 대사들을 던지듯 말하는데,

내용도 내용이지만 표정과 억양에서

“나 여기까지 온것도 힘든데 니들한테 쓸데없는 소리까지 듣고싶지 않다”

라는 대사 외의 메세지가 전달되는것을 보고

아, 보통 배우는 아니구나 (저는 알 파치노를 이 영화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도 보통 영화는 아니겠구나… 싶더라고요.

영화 내내 알 파치노의 연기는 완벽했고,

제 생각에 토니 몬타나는 알 파치노 커리어 최고의 배역입니다.
뿐만 아니라 영화 내내 깔리는 신디사이저 느낌의 일렉트로닉 음악은 80년대의 느낌을 잘 표현했고,

어두운 하늘을 지나가는 The World Is Yours 비행선 장면은 정말…

80년대 Miami를 가득 채운 네온사인 간판들과 화려한 캐딜락 자동차들이 담긴 장면들은

당시의 미적 취향(aesthetics)을 반영하면서도 영화의 시각적 재미에 더합니다.

 

2. 엘비라
힙합 음악과 갱스터 무비의 공통점이 있다면,

“예쁜 여자와 많은 돈”을 얻는 것을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러한 공통점 때문에

요즘도 많은 힙합 아티스트들이 가사에 Scarface 관련 내용을 넣는 것 같아요.
많은 돈과 성공에 대한 내용은 아래 더 설명하겠지만,

일단 엘비라(미셸 파이퍼)가 슬립온 드레스를 입은 채로

투명 엘리베이터를 타고 등장하는 장면은

관객의 눈을 사로잡음과 동시에

토니에게 그녀와 함께하고 싶다는 새로운 목적을 줍니다.
엘비라는 극중에서 하나의 마일스톤과 같은 역할을 하며,

토니가 어느정도 부와 권력을 손에 쥔 이후에 함께 할 수 있는 대상이 됩니다.

계속 엘비라에게 호감을 표현하던 토니는,

중간 보스 레벨이었던 프랭크 로페즈의 권력이 약해지자

엘비라와 결혼을 하고, 꿈꾸던 삶에 가까워 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엘비라가 단지 권력의 상징

(프랭키가 엘비라와 함께할때는 프랭키가 보스였고,

토니가 권력을 가로채자 토니와 엘비라는 함께하게 됩니다…)

으로 끝나지 않고 본인만의 캐릭터성을 조금 더 가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작은 아쉬움이 남지만…
주어진 배역에서 “차가운 미녀”의 매력을 완벽히 보여주신 미셸 파이퍼도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3. The World Is Yours
The World Is Yours.

스카페이스를 보신 분이라면 기억하실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니의 좌우명 같은 문장이었고,

마지막 저택 총격씬에서도 토니의 사망과 함께 스크린에 나오는 이 문구는

영화 밖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어렸을때 부터 들어온 큰 꿈을 가지고 살아가라는 수많은 메세지들과,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다… 이런 식의 말들.

말은 쉽지만 현실은 전혀 쉽지 않습니다…

작중의 토니에게도 쉽지 않았고,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도 현실은 전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토니는 저 말을 믿었고,

잠깐동안이지만 왕처럼 사는 모습이 보여집니다.
영화에서 이 문구를 본 관객들 역시

현실에 갇혀 포기해버린 어렸을때의 꿈을

한번씩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었겠네요…

하지만 주인공의 비참한 사망으로 끝나는 엔딩 장면을 고려했을땐

꿈을 완벽히 실현하는 것이 가능한지,

정말 "세상을 가지는 것"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시니컬한 의문을 던지는 문구이기도 합니다.

 

4. 마무리하며…
사실 영화의 플롯만 본다면 그렇게 엄청난 명작이라고 보기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야망 빼고는 가진게 없는 동네 양아치가 사회생활 잘 하면서 조직의 우두머리가 되고,
수많은 사람들의 돈과 생명을 앗아가며 쌓은 부의 상징인 자신의 저택 안에서
몇년전의 자신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양아치들의 총에 맞아 사망하는 스토리…
대단한 반전이 있는 영화도, 별다른 윤리적/사회적 메세지를 전달하는 작품도 아닌 것 같은데
왜 저를 포함한 수많은 사람들은 스카페이스를 좋아하고, 명작이라 칭할까요?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우리는 모두, 영화 초반의 토니와 같습니다.
토니는 야망을 가지고 있고, 돈도 벌고 성공하고 싶은데
망명해 온 이민자에게는 동네 푸드트럭에서 잡일이나 하는 차가운 현실뿐입니다.
관객, 즉 “우리”를 대표하는 관객 A가 있다고 합시다.
관객 A도 토니와 같이 꿈이 있습니다.
돈 많이 벌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더이상 먹고살 걱정 없이 편하게 살게 해주고 싶다는,

우리 모두의 꿈이 있습니다.
물론 관객 A는 주차장에서 불법 거래현장에 스카웃되지 않고,

그 거래를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인정해주는 조직 보스 프랭키같은 사람도 주위에 없죠.

하지만 그런 환경에 놓인 토니를 보며,

관객은 스크린 위 조직 사업의 불법성이나 윤리적 문제에 대해 비판하기보다,

토니를 응원하기 시작합니다. 너는 할 수 있다고.

토니의 성공이 관객 A의 성공인것처럼, 일종의 유대감이 형성됩니다.

관객 A가 현실에 갇혀 내려놓은 꿈을 토니는 스크린에서 시원하게 이루기 때문이죠.
극중에서 토니의 성공은, 관객의 성공입니다. 일반 시민의 성공입니다.
일반 시민은 절대 할 수 없는 방법으로긴 하지만,

그들의 꿈을 이룬 사람이 토니이니까요.
이렇게 등장인물과 관객 사이에 유대감을 형성했다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업적 아닐까요.
우리와 비슷한, “일반 시민”을 다루는 영화에서는 관객과의 유대감 형성이 비교적 쉬울 수 있겠지만,
극단적인 수준의 폭력을 기반으로 하는 갱스터 무비에서까지

관객이 주인공의 성공을 바라게 된다는 것은 엄청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의 죽음에 대해 복수를 하는 내용이 아니면서, 그런 가족애를 건드리지 않고서 말이죠…
글이 길어졌는데, 제가 하고 싶은 말,

즉 이 영화가 왜 명작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응원할 수 없는 사람을 응원하고 우상화할 수 있게 한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의 플롯이 실화가 되어 뉴스에 나온다고 생각해보세요.
수많은 총살, 불법 거래, 탈세 등…
아무도 용의자를 응원하지 않을 것이고, 사회의 악이라고 말할것입니다.
Scarface는 이런 주인공을 3시간이 가까운 시간동안 관객의 응원을 받게 만든 영화입니다.

물론 영화에 대해 저보다 훨씬 많이 아는 분들께서는

이 영화의 성공에 대해 더 학술적이고 정확한 답을 내놓으실 수 있겠지만,

저에게 Scarface가 영원한 명작으로 기억될 이유는,

언더독의 성공과 패망을 시청각적으로 멋지고 매력적으로 그린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스카페이스의 토니가 아니지만,

우리 모두에게는 한때 꿈이 있었기에...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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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스터손
    미스터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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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잘 읽었습니다^^

" Say hello to my little friend! "

23:31
21.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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