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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밤 - 배분도 캐릭터 구축도 실패

BillEv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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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분도 캐릭터 구축도 실패한 영화라는 생각이다.

그 결과는 산만하고 늘어지며 주제의식도 옅은 그런 영화가 되고 말았다.

 

조폭 박태구는 자기 조카와 누나가 누군가에게 살해되자, 자기 조직을 적대시하던 도회장을 칼로 난자한다. 뭐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박태구는 도회장 조직의 보복을 피해 제주도로 도망간다. 영화의 페이스가 느리다는 것과 영화에 긴장이 떨어진다는 것은 다른 것이다. 

니콜라스 레이 감독의 걸작 느와르 They live by night 도 비슷한 플롯을 갖고 있는 영화인데, 이 영화도 느릿느릿하면서도 별 사건이 없는

전개이지만 굉장히 드라마틱하고 감동적이다. 아무 비젼도 없고 그냥 행복하기만 바라는 소년과,

자동차 정비공 아버지에게 태어나 인생에 바랄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이 기계처럼 살아가던 소녀가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싶어하는 내용이

너무 능숙하고 감동적으로 펼쳐지기 때문이다. 굉장히 간절하게 이들의 소망이 그려지기에 관객들도 이에 감정이입하여 그들의 행복한 삶이 조금이라도

지속되길 바라게 된다. 하지만 이 커플은 이 소망을 이루기 위해 잔인한 범죄행각을 계속해 나간다. 관객들은 이 커플에게 비극적인 최후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게 되며 가슴아프게 느낀다. 

 

이 영화 낙원의 밤은 이 점에서 실패다. 박태구 캐릭터는 얄팍하고 무언가 확 잡히는 것이 없다. 그렇다고 그가 존재감 없는 주변인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박태구 캐릭터는 자기 가족이 살해당하자 지레짐작하고 대조직 우두머리인 도회장을 칼로 난자할 정도의 과격한 성격이다. 하지만 일단 박태구 캐릭터가 제주도로

숨어들자 영화 대부분 동안 박태구 캐릭터는 무슨 햄릿 비슷한 것이 된다. 영화 소름에 나오는 김명민 캐릭터가 박태구 캐릭터 비슷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데, 

순간순간 폭발하는 폭력성과 열정이 박태구 캐릭터가 되었다면 더 에너제틱하고 몰입감있지 않았을까? 여주인공 김재연은 아주 복잡한 캐릭터가 되어야 하는데, 

영화는 이 복잡한 캐릭터를 제대로 복잡하게 그려내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복잡한 캐릭터는 복잡하고 알 수 없는 행동, 대사와 침묵, 사건 등을 통해 그려져야 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이 중 어느 하나도 김재연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효과적으로 쓰여지지 않은 것 같다. 시한부 생명을 가진 공포를 표현하기 위해 

한다는 것이 권총을 들고 머리에 대고 망설이기 - 대개가 딱 이정도다. 캐릭터도 추상적이고 모호하다. 

 

영화 막판에서야 대사로 "부모가 죽었는데 범죄자였던 삼촌 때문이다. 난 삼촌이 원망스러워 죽었으면 했다. 하지만 삼촌은 내 유일한 혈육이었고, 난 삼촌을 정말 사랑했다." 하고 몇 초에 말해버린다. 이것은 말해버려야 했을 것이 아니라, 미묘한 사건과 행동, 대사를 통해 구축되었어야 하지 않을까? 

가령 "삼촌 때문에 아버지가 죽었는데, 삼촌이 죽은 아버지 대신 아버지로 느껴진다. 마음 약했던 진짜 아버지가 폭력적이고 강한 아버지로 대체된 것이다. 아버지를 아버지가 죽이다니, 모순이다. 진짜 아버지를 버리고 새 아버지를 좋아하게 되는 자신이 경멸스럽다. 폭력적이고 강한 아버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는 엘렉트라 컴플렉스를 가진다." 뭐 이런 식으로 흥미롭게 구축했으면 어땠을까? 박태구가 보기에는 아내처럼 보이기도 했다가, 딸처럼 보이기도 했다가, 적처럼 보이기도 했다가, 폭력을 삼촌에게 쏟아붓는 강한 존재인듯 보이기도 했다가, 삼촌에게 폭력을 당하는 존재처럼 보이기도 했다가, 같이 섹X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가, 아무 사이도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가 했으면 말이다. 박태구는 순한 사람처럼 행동하지만, 언뜻언뜻 잔인함과 폭력성이 폭발하는 존재로 그려지고 말이다. 

 

박태구와 김재연 간 관계도 세밀하게 구축되지 못했다. 박태구 복수를 위해 수십명을 몰살시켜버릴 정도 사이인데, 이 사이의 정체는 무얼까? 무언가 시간을 들여 둘 사이에 벌어지는 사건들을 만들기는 하는데, 사건이 축적되는 것이 아니라 흩어진다. 그리고 겉멋만 잔뜩 부리는 것 같고 손에 와 닿는 것이 없다.  

 

마지막에 김재연이 박태구 복수를 하기 위해 식당에 들어가 수십명을 총으로 쏴죽이는 장면은 클라이맥스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소를 자아내는 장면이 되었다.

카타르시스가 없다. 그 이유도 감독 책임이다. 그 장면 자체는 괜찮다. 인어 전설이라는 영화에서 해녀가 등장해 작살로 백여명은 찔러 죽인다. 현실성 부족한 장면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한 카타르시스와 감동을 준다. 그 이유는, 그 해녀가 남편을 살해당하고 이 남자 저 남자에게 강X 당하며 인생 역정을 겪었던 영화 전반부 때문이다. 바다의 여왕이라고 할만한 순결하고 위엄 넘치던 해녀가 남편을 살해당하고 창녀가 되었으니, 작살로 백여명을 찔러죽일 만하다. 관객들은 동정심 겸 분노를 엄청나게 쌓아놓게 된다. 그러니까 클라이맥스에서 확 터뜨리는 것에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인어 전설에서 해녀는 작살로 악당들을 폭 폭 찔러죽이는 것이 아니다. 얻어맞고 내동댕이쳐지고 찔리고 찢기면서 처절하게 죽인다. 처절함 - 그것이 필요하다. 이 영화에서 김재연은 권총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에, 별 위험에 빠지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조폭들을 쏴죽인다. 처절함 제로다. 오히려 총을 가진 강자가, 끽해야 조각칼 가진 약자들한테 쳐들어가 화풀이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 조폭들이 다 김재연에게 죽어야 할 정도로 죄를 지었는가? 그냥 따라온 것에 불과한 무고한 조폭들은? 

 

차승원은 연기를 잘하긴 하지만 그 대사톤을 바꾸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사톤이 늘 똑같다. 

 

감독은 한계에 부딪쳤다 정도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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