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공드리 감독의 무드 인디고 감상문..(장문주의)
익무 회원님들은 미셸 공드리 감독을 좋아하시는지요.. ㅎ.. 저는 사실 좋아하는 감독은 아닙니다.. 어떤 점에서 안맞는지 참 알 수 없는 감독인데 개인적으로 공드리 감독 작품을 볼 때는 약간 각오를 하고 보는 편입니다.. ㅋㅋ 워낙 대단한 위용을 뽐내는 ‘이터널선샤인’도 짐 캐리의 연기에 푹 빠져서 재밌게 본 편이고 그 외에는 크게 감흥도 없고 아쉬움이 많이 느껴져서 찾아보거나 챙겨보진 않는데 얼마전 생일날 어떤 영화를 볼까 하다가 ‘아멜리에’ 추천이 많길래 보고 오드레 토투에 또 빠져서 막 찾아보다가 이 영화를 찾아서 봤습니다.. 그런김에 요새 익무에 감상글 꾸준히 써보려고 시도 중이라 다들 이 영화를 보셨는지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네요 ㅎㅎ
저는 작가주의나 상징주의에 관대한 관객인데 이상하게 공드리 감독의 작품은 좀 축이 서로 뒤틀린 것처럼 안땡기더라구요 그래서 이터널선샤인 재개봉도 안가고 무드 인디고도 굳이 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보리스 비앙 작가는 좋아하는 작가라 예전에 한국 개봉 했을 때에도 고민하다가 현생이 바빠서 스킵했는데 하필 또 생일날 본 아멜리에 뽕이 덜 빠졌는지 ㅋㅋㅋㅋㅋㅋ 오드레 토투 영화를 막 찾아보다가 집 근처 오르페오 해운대점에 약간 발렌타인 화이트데이 이런 느낌으로 특별전처럼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무드 인디고’가 있어서 큰 각오를 하고 보러갔습니다 ㅎㅎ
적지 않은 부담감을 가진 채 상영관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고 커플들이 엄청 많이 왔어요. 이게 데이트용 영화는 아닌데.. 라는 생각을 하면서.. 보다가 나가는 건 아닐까 걱정과 함께 영화가 시작했고 아니나 다를까 시작부터 공드리의 작품이라는 걸 여실히 보여주고 간단한 제 개인적인 한 줄 평을 하자면 “아쉽지만 괜찮았다.” 정도인 것 같습니다. 공드리의 상상력과 보리스의 성향이 결합되고 세월이라는 소재를 어떤 거품과 어떤 색채로 보여줄지 기대했는데 제 기대만큼의 작품은 되지 못했는데 좋은 점들은 좋은 점대로 참 좋아서 더 아쉬운 것 같아요
사실상 원제가 ‘날이 저묾에 따라 안개가 낀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제목인데 원제에 비해서는 밝고 희망차 보이는 것이 함정이긴 하다. 분명 보리스 비앙이라는 작가는 결코 색색이 빛나는 아름답고 행복한 글을 쓰지 않을 거란 걸 알기에 포스터에 낚이지 않고 덤덤하게 봤는데 데이트로 온 커플들은 보는 내내 중간중간 당혹스러움을 못감추는 한숨이나 ㅋㅋㅋㅋㅋㅋ 막 당황한게 느껴지는데 그냥 일반적인 영화를 보러왔다가 저러면 좀 관크당한 것 같아서 기분 나빠질 법 한데 비교적 일반영화에 비하면 파격적인 영화다보니까 ㅋㅋㅋㅋ 그러려니하면서 봤네요
초현실주의에 가까운 과감함이 돋보이고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1차원적으론 영상의 색감이 달라지고 두 번째론 콜랭의 삶이 달라지는데 여기서 보리스 비앙의 날카롭고 차가운 시선이 느껴지기 시작하더라구요
근데 또 아이러니하게도 그때부터 영화가 기울기 시작하는 느낌? 후반부가 나빴다가 아니라 후반부도 좋은데 그 파트까지 가는데 너무 갑자기 휙 하고 뒤집어지니 좀 부담감은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 소개에는 4단락으로 나뉘어 소개를 하던데 저는 굳이 나누어야 하나 싶기도 했습니다. 영화가 주고자 하는 인상은 결국 비비드 한 아름다운 날들이나 색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처참한 말년도 모두 같은 삶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시작은 매우 밝고 희망찬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모든 장면이 초현실주의자의 꿈을 훔쳐보는 듯 아름답고 기괴하기까지 한 것 같은데 “Take a train“을 배경으로 마치 누군가의 인생을 무작위의 사람들이 무작위로 1줄씩 타이핑하면서 구성하는 듯 한 장면을 보여주는데 이 부분은 정말 좋았습니다.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시작하고 첫 대사가 나오기 전까지 관객들에게 미리 선전포고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고 여러 발칙하면서 아름다운 상상력들에 반쯤 취해갈 때쯤부터 이 영화는 예정된 선로를 벗어난 듯 아프고 날카롭고 슬픈 이야기로 달려가는데 완급조절이나 좀 생략된 부분이 많지 않나 아쉬움이 제일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었습니다.
청혼을 하는 시퀀스나 결혼식을 올리는 시퀀스 등 아름다움으로 점철된 이야기일 것처럼 보이지만 ‘폐 속에 핀 수련’이라는 상상하기 힘든 원인으로 그토록 사랑스럽고 사랑했던 사람이 병이 들고 죽어가고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콜랭의 싸움을 앞부분의 아름다움만큼이나 처절하고 혐오감이 들 정도로 표현하는데 이 부분도 개봉버전과 무삭제 버전이 차이가 크더라구요 여하튼 그 과정에서 색채가 빠지고 콜랭의 가구가 줄어들고 완벽해 보였던 그의 집이 작아지면서 끝내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할 때는 이미 관객의 입장에선 불쾌함이 가득해지는데 이 부분도 공드리 감독이 의도적으로 묘사한 것 같아 더 아쉬운 것 같아요 전반부의 템포와 후반부의 템포가 갑자기 너무 차이가 나버리니까 따라가던 관객입장에서 호흡이 틀어진 것 같은 느낌?
영상은 점점 어두워지고 낮아지며 끝내 비네트까지 과감하게 사용하며 같은 공간일지라도 같은 인물일지라도 전혀 다른 인상을 주는 연출은 우리의 삶에 있어 색이라는 것은 무엇일지 생각하게 만들어 좋았습니다.
(스포)
원래 잘리지 않은 무편집? 무삭제 버전에는 콜랭의 죽음까지 나오는데 이 부분이 삭제된게 좀 의아스러워요 너무 관객들에게 부담될 것 같아서 걷어냈는지 생각보다 걷어낸 부분들이 많아서 영화의 호흡이 틀어진게 이때문인가 싶다가도 무삭제 버전 자체도 그렇게 재미나 완성도가 높다고는 말하기 힘든 미묘함이라 ㅋㅋㅋ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인지..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장점은 앞부분의 스톱모션 장면들이 제일 인상적이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스톱모션은 그 자체로도 보자마자 ‘아! 이 영화에는 진짜 온갖 노고가 담겼구나’라는 인상이 들어서 재밌게 보는데 진짜 별의 별 장면까지 다 스톱모션으로 채워져서 미술팀이나 촬영팀이 진짜 꽤나 고생했겠구나 ㅋㅋㅋ 싶었는데 공드리 감독의 그 특유의 미장센은 진짜 대단하긴 했습니다. 제일 불호에 가까운 연출인 작 중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비글무아' 춤을 추는 시퀀스가 젤 별로였어요 이해도 안가고 너무 거부감 들고.. 엘링턴의 음악을 반주로 갑자기 길어지는 다리와 등장인물들이 의식의 흐름에 따라 흐느적 거리기 시작하는데 저도 좀 당황스러웠고 뒤에서 보던 커플 관객들도 다들 당혹감을 숨기지 못하고 너도 나도 한숨을 쉬는데 ㅋㅋㅋㅋㅋ
무의식에 가까운 의식의 흐름과 상식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인생의 흐름을 겹치게 만들어서 매우 비현실적인 요소와 묘사를 매우 현실적인 방법으로 해내면서 관객에게 이 영화가 시작할 때 나오는 문장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다 상상해 냈으므로 이 이야기는 완전히 사실이다.”라는 작가의 말이 비극적인 결말이 올 때 즈음 떠오르게 되는 건 참 좋았습니다. 삶이란 모순적이고 참으로 차갑고 지독한 것이라는 걸 알려주는데 그 기저효과가 엄청나 불편함까지 드는 것을 보면..
이건 좀 여담인데 제 나름의 철학까진 아니고 생각 중에 원작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하는 점이 원작을 알아야만 이해 할 수 있는 부분이라던지 원작을 봐야만 즐길 수 있는 영화는 좋은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아무리 대단한 원작이라도 그 영화 자체로 설득력이 있어야 하고 그 영화 자체로 아름다워야 하고 그 영화 자체로 완성도가 높아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이 영화는 원작의 독특함을 담으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원작자인 보리스비앙과 공드리 감독이 너무 개성이 강한 인물들이었는지 영화를 보는 접근성이 좋지 못한 것 같습니다. 표현주의나 초현실주의라는 쉴드를 든다 하더라도 영화가 원작 없이 홀로서기에는 많이 힘들어 보이는 게 느껴지는 안타까운 작품이었네요
이 영화의 가치는 미술적 장치와 직선으로 달려가는 삶의 비참함과 초라함에 대한 시선이라고 생각하는데 소품이나 미술, 조명 등 기술적인 부분들의 가치는 보리스 비앙의 문장을 공드리 감독이 얼마나 현실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는지 알 수 있고 또 스톱모션이 과할 만큼이나 담겨있는 영화이기에 비현실적인 요소들을 현실화시키려고 노력을 했다는 게 느껴집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처럼 CG를 싫어하는 감독이라 그런지 지독하리만큼 모든 소품과 장치를 현실에서 구현하고 싶었다는 게 느껴지고 이 점이 이 작품이 판타지의 탈을 썼지만 지독한 현실의 이야기임을 느끼게 해주기에 그 노력도 보는 이에게 여실히 전해지니 좋은 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한 가지는 콜랭의 그림자와 콜랭이 서로를 쫓는 시퀀스인데 그림자의 그림자가 나오기도 하며 불안함과 초조함이 느껴지는 장면인데 이 시퀀스가 좋았던 이유는 과연 콜랭은 클로에를 만나러 가는 심정이 정말로 걱정만 들었을까? 정말로 순도 100으로 가득 찬 걱정만 있었을까? 아주 조금은 이 지독함에서 벗어나고 싶진 않았을까? 등을 생각해 볼 만했기에 좋아하는 장면으로 꼽았습니다.
변호사이자 요리사이며 친구인 니콜라가 점점 늙어가다가도 또 그 환경에서 벗어나자마자 다시 젊어진 묘사도 좋았고 사람의 주름은 단순한 나이가 아니라 환경이 스며든다는 생각이 들어 단순한 발상을 효과적으로 묘사한 점이 좋았네요
제대로 즐기려고 책과 무삭제판을 다 보았는데 원작에서 강하게 뿜뿜하는 사회비판적인 부분들은 전반적으로 영화에선 아쉬웠습니다. 자본과 종교와 철학이나 환경문제 등을 직설적이게 혹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풍자하는데 이 점도 개봉 버전에는 많이 잘려있어서 아쉽네요 90분 안에 이 모든 것을 담으려다 보니 뜬금없어 보이기도 하고 불필요한 장면들이 많아지기도 해서 좋은 풍자들이 불필요한 장면들이 되어버려 오히려 풍자를 하려는 대상이 아닌 풍자를 하는 주체가 우스워 보인다는 것도 이 영화의 최대단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나 실존 인물이었던 20세기 철학자이자 작가였던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를 장 솔 파르트르(Jean-Sol Partre)로 패러디하며 시크의 캐릭터를 그에게 미친 광신도처럼 묘사하는 것도 참 아쉬운 묘사였구요
저는 의외로 볼만했는데 장점의 영역과 단점의 영역이 너무 극명해서 괜히 더 아쉬운 것 같습니다. 원래 오늘 본 고질라VS콩을 써볼까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별로여서 잊고싶은 마음만 들어서 조금씩 쓰던 무드 인디고 감상문을 한 번 써봤습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하네요 ㅎㅎ
추천인 11
댓글 3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원작까지 구해서 보셨군요... 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