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 완결편, 일본 매체 리뷰 번역
아니메!아니메! 라는 일본 애니메이션 전문 웹사이트의 리뷰 입니다.
https://animeanime.jp/article/2021/03/08/59983.html
평이 무척 좋네요.^^
[신 에반게리온 최초 리뷰]
<에반게리온>이 추억이 된 날. 돌이켜보면 모든 게 그리운, 그런 상쾌한 기분
<에반게리온>이 드디어 추억이 되었다.
2021년 3월 8일(월)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시리즈의 완결편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이 개봉됐다. 이제 <에바>는 필자의 가슴 속에서 ‘추억’의 폴더로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1997년 여름, 밤새 줄을 서서 들어간 극장에서 “※기분 나빠”라는 소리와 함께 상영관이 환해졌던 그때부터, 지금껏 <에바>는 끝나지 않았다. 납득할 수 없었지만, 오히려 납득할 수 없었던 점이 <에바>다워서 좋다고, 그때는 스스로를 다독거렸다.
(※극장판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마지막 대사)
하지만 원래는 다른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깔끔하게 완결되는 <에바>라는 가능성이.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훌륭히 완결됐다. 1995년 TV 시리즈에서 남겨뒀던 것, 그리고 97년 극장판에서 다 그려내지 못했던 것, 그 모든 걸 확실히 매듭지었다.
감상하기 직전까지 <에바>는 어떤 점에선 완결되지 않는 것에 미학이 있다, 라는 97년 당시의 기분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이렇게나 제대로 <에바>가 완결되었다는 것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놀라운 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은 지금껏 안노 히데아키 감독이 그리지 않았던(혹은 그릴 수 없었던) 것을 그려냈다고 생각된다. 이 작품에서 안노 감독은 이름 없는 사람들의 작은 행동, 소박한 생활을 지키는 것에 찬사를 보낸다.
한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97년 시점의 안노 히데아키 감독에 대해, 군중을 그리지 못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보통 구 극장판이라 불리는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전투 장면에선 분명 군중이 거의 등장하지 않았고, 이야기도 이카리 신지의 주변 수 미터 안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만을 그렸다.
애니메이션에서 군중을 그리는 건 힘든 작업이다. 하지만 미야자키 감독은 군중 한 사람 한사람에게도 영혼이 담겨 있다는 듯이, <바람이 분다>에서 상당한 수고가 필요한 군중 장면을 그렸다. 그러한 자세는 과거의 안노 감독에게는 없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에선 군중을 확실히 의식하게 되었다. <에반게리온: 서>의 야시마 작전에서 이름 없는 엔지니어들이 필사적으로 설비를 조립하는 장면을 보았을 때도 큰 변화를 느꼈지만, 이번 작품에선 보다 깊게 파고들어 서민들의 생활을 묘사하면서, 그것을 매우 중요한 것으로 그리고 있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 음식을 만드는 것, 날마다 일하는 것, 인사를 나누는 것... 그런 평범한 일상을 착실히 보내는 것이 가장 소중하다는 메시지다.
그 사람들의 삶은 태평양 전쟁 이후 일본의 부흥처럼 보이기도 하고, 동일본 대지진 이후 부흥하려 하는 도호쿠 지방 사람들과 겹쳐 보이기도 한다. <신 고질라>에서 전후 일본과 3.11 이후 일본을 그린 안노 감독이기에 그런 요소를 집어넣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이카리 신지라는 소년이 겪는 마음의 여로에 다양한 요소들을 안겨주면서, 최선의 마무리를 확실하게 지어준다. 부자간의 대립이라는 이야기는 흔해빠진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연한 것을 정면으로 그리는 것은 <에바>를 끝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통과의례’였다. 그리고 통과의례 후 기다리는 것은 당연하게도 성장이었다.
<에반게리온>이 추억이 된다. 그것은 곧 ‘성장’한다는 뜻이다. 사람이 언젠가 성장한다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은 그 당연한 일을 새삼 진지하게 마주하고 있다. 그런 당연한 일을 마주하지 못했던 필자 같은 사람에겐, 그 당연함이 눈부시게 보인다.
지금 ‘추억’으로 돌이켜보면, <에바>에 대해 줄곧 생각해 온 26년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에반게리온>이라는 현상은 분명 좋은 추억이었다고 지금은 단언할 수 있다.
‘추억’이 된다는 것은 과거의 것이 된다는 것이지만, 과거의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이다.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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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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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얼른 한국에 들어왔으면 ㅜㅜ
스포일러 조심하느라 리뷰에 개봉작에 대한 힌트가 거의 없어서 아쉬워요.
입 떡벌리고 봤는데....
지금은 넷플릭스로 편하게 볼 수 있죠.
번역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엔드 오브 에바 결말을 좋아했는데 이번 편은 어떨지 기대됩니다.
그런데 보고 나면 리뷰를 어떻게 해야할지 정말 고민이네요. ㅠㅠ
애증의 에반게리온의 결말을 볼수 있다니....
사실 안노 감독의 전작들
건버스터나 나디아는
결말 대맛집이라서
이번 에바의 결말이 너무 궁금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