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씨 유] 속거나 혹은 속아 넘어 가거나
1. 폴터가이스트, 귀신들린 집의 초자연적 호러로 시작하여 페이크다큐로 방향을 튼 후, 범죄 스릴러로 끝장을 보는 <아이 씨 유>는 제법 상당한 장르적 긴장을 유지하며 관객을 몰입시킨다.
2. 문제는 스릴러 영화 <아이 씨 유>가 영화의 창조주로서 감독의 막강한 권능을 지나치게 과시, 남용하는 영화라는 것이다. 감독의 현란한 밑장 빼기 기술은 결론적으로 사기에 가깝고, 절대적으로 불리한 플레이어로 불공평한 게임에 참전한 관객은 마땅히 받아야 할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채 그저 수동적인 호구가 되어 두어 번의 깜짝 반전이라는 감독이 주는 개평이나 챙기게 된다.
'아, 속았네' 감독의 트릭을 알아채는 그 순간, 즐거움을 느끼느냐 배신감을 느끼느냐에 따라 영화 <아이 씨 유>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3. 내부의 균열을 틈 탄 타자의 침입, 그리고 타자를 처단함으로써 그로 인한 내부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한 내부의 재결속. 헐리웃 주류 스릴러의 공식이다. '위험한 정사'부터 '킬링 디어'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보아 온 수많은 스릴러 영화들이 그렇다.
<아이 씨 유>가 흥미로운 지점은 이러한 주류 헐리웃 스릴러의 공식을 비틀고 흔들어 부수어 버린다는 점이다.
내부의 균열을 만드는 주체가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는 점, 위기의 발원이 외부가 아닌 애초에 내부에 있었다는 점은 이전까지의 헐리웃 스릴러에서 보기 드물었던 파격이다.
도덕적으로 붕괴된 내부, 그래서 이미 그 자체로 안전하지 못한 내부, 타자에게 공격받는 것조차 온당한 내부는 트럼프 시대 미국의 풍경에 대한 자조에 가깝다.
다솜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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