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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씨유' 초간단 리뷰

수위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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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05년 서울 종로 낙원상가에서 열린 리얼판타스틱영화제에서 봤던 스페인 스릴러영화 '침입'(El Habitante Incierto, The Uncertain Guest,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대단히 충격적인 영화였다. "집이 크면 저런 게 가능할 수 있구나" 싶었고 촘촘하게 짜여진 연출과 반전이 인상적인 수작이었다. 개성있는 영화를 많이 봤던 리얼판타스틱영화제에서도 이 영화는 단연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영화가 국내에 수입되지 않아 그날 이후 다시 볼 기회는 없었다(같은 해에 한국에서는 김기덕 감독이 '빈 집'을 만들었다. 나는 '빈 집'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 영화는 논외의 영역에 두겠다). '침입'은 너무 큰 집에서 혼자 살기에 가능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한국의 조막만한 주거문화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다. 설령 누군가 사건을 구현했다 하더라도 "저걸 몰라?"라는 반응을 얻을 수 있다. 이전에도 이와 같은 소재의 영화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침입'이 보여준 소재는 대단히 매력적이었다. 

 

2. '아이씨유'는 '침입'의 소재를 그대로 활용한다. 사람이 사는 집에 들어가 들키지 않고 며칠 살다가 나오는 걸 '프로깅'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이 영화는 그 '프로깅'을 소재로 성실하고 친절하게 이야기를 끌고 간다. 마치 봄에 뿌린 씨앗을 가을에 수확하듯 전반부에 떡밥을 성실하게 뿌리고 후반부에 떡밥을 회수한다. 그 가운데 반전을 심어뒀고 반전을 즐기는데 큰 무리도 없다. '아이씨유'는 잘 만든 스릴러다. 심지어 영화기 때문에 발생하는 빈틈에 이야기를 심어두는 영리한 장난도 친다. 예를 들어 A장면 뒤에 B장면이 붙여서 관객에게 C라는 사실을 인지하게 만든다. 그러나 A와 B 사이에 편집된 시간적 빈틈에 D라는 장면을 만들어서 C사실은 거짓이 되게 만드는 방식이다(영화 후반부에 나오는 이 빈틈은 이야기를 통째로 뒤집는 중요한 장면이 된다). 게다가 맥거핀도 성실하게 잘 활용해 관객의 통수를 친다. 적어도 이 영화를 만든 감독은 히치콕 개론 수업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을 것 같다. 

 

3. 그런데 딱히 문제가 없어보이는 이 영화에는 가장 큰 문제가 하나 있다. 다름 아닌 헬렌 헌트다. 여자연예인의 성형수술을 잘 알아보는 편은 아니지만 이 영화에 등장한 헬렌 헌트는 내가 알던 헬렌 헌트의 얼굴이 아니었다. 혹시 이미 성형수술을 했는데 내가 몰랐던건가 싶어서 기사를 찾아봤으나 찾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이 배우가 성형수술을 했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건 어렵지 않았다. "사람이 성형수술 좀 할 수 있지. 그게 뭐가 문제가 되냐"라고 반문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성형수술 좀 하고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그것 때문에 표정과 눈빛이 읽히지 않는다면 문제가 된다. 아들과 식탁에서 다투는 장면이나 남편에게 사과하는 장면에서 헬렌 헌트의 표정이 읽히지 않았다. 눈빛은 보이지 않았고 사라진 입가의 주름은 표정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았다. 성형수술로 얼굴 다 망가졌던 미키 루크가 출연한 '더 레슬러'를 보면서도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는데 헬렌 헌트에게서는 심각한 부조화가 느껴졌다. 이유는 모르겠다. 

 

4. 그나마 후반부로 갈수록 헬렌 헌트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지 않다는 게 위로가 될 수 있다. 어쩌면 그녀의 존재도 맥거핀일 수 있다. 그럼에도 아들 코너를 연기한 주다 루이스의 원초적인 감정연기에 비해 표정을 알 수 없는 헬렌 헌트의 연기는 부조화스럽다. 결과적으로 그녀의 비중을 감안한다면 결을 해치는 연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 살다살다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받은 배우의 연기를 지적하게 될 줄은 몰랐다(니콜라스 케이지와 애드리언 브로디도 작품을 못 골랐지, 연기를 못한 건 아니었다). 게다가 성형수술로 인한 연기 지적을 하게 될 줄은 더 몰랐다. 그런데 영화 초반에 보인 이 단점은 목에 걸린 생선가시처럼 후반부까지 지배해버렸다. 

 

5. 결론: 우리나라에서 2004년 영화 '침입'을 다시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모르겠다. 정말 재미있는 영화인데...다시 보고 싶다(※ '침입'을 만든 길렘 모랄레스의 영화 '줄리아의 눈'은 국내에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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