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X) [아이씨유]: 재밌지만 좀 과도하게 친절한

(시사회 굿즈에 스포하지 말라고 무섭게 경고해둬서..ㄷㄷ 스포는 하지 않겠습니다..ㅋㅋㅋ)

일단 전 이 영화가 장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영화라고 보지만, 개인적으로는 장점이 단점을 상당 부분 상쇄시켜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전 영화를 재밌게 관람했고, 주변에 추천할 의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단 언급을 안 할 순 없으니 짧게 단점을 좀 짚고 넘어가자면.. 상당히 당황스러울 정도로 영화가 친절합니다. 영화의 초반부와 결말부는 상당히 만족스러웠지만 (특히 초반부가 가장 좋았습니다), 영화의 중반부는 사실상 거의 대부분 덜어내어도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텔링이나 이해에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런 류의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에서는 크게, 초중반부에는 '모름'에서 오는 장르적인 재미, 그리고 중반부부터는 '알게 됨'에서 오는 재미, 총 두 종류의 재미가 있기 마련인데.. 이 영화 같은 경우엔 사건의 내막이 밝혀지기 시작하는 첫 장면부터 미스터리의 대부분이 이미 머리에 100% 매핑됩니다. 중반부부터 영화가 급격히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인데.. '알게 됨' 부분이 좀 안티-클라이막틱한 느낌이 강했네요.. 그리고 영화는 너무나 친절(?)하게도 이미 이해가 전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내막을 마치 유튜브 튜토리얼처럼 한 단계 한 단계 시간을 들여 전~부 보여줍니다 ;; 하지만 그래도 결말부 즈음 이걸 다른 장점으로 상쇄시키는데..

여기서부턴 장점입니다. 영화는 조금 지루한 중반부를 지나친 후, 끝을 향해 달려가는 지점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흥미로운 무언가를 던져줍니다. 이 지점부터 다시 영화가 흥미로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영화의 각본은 확실히 그저 그런 B급 호러 무비처럼 대충 쓰여진 느낌을 주지 않고, 촘촘히 쓰여진 느낌을 줍니다. 중반부가 약간 지루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이 영화는 이런 류의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설정붕괴나 소위 '사기 편집'이 없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고 납득 가능한 각본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지점이 바로 비교적 지루한 중반부를 상쇄시키는 크나큰 장점입니다.

스포 없이 장단점을 모두 설명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만..;; 전체적으로 추천드릴 수 있는 작품입니다. 중반부를 조금만 견디신다면 매우 짜임새있는 스릴러 영화를 만나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이 영화에서 크게 중요한 지점은 아닌지라 본문이 아닌 덧붙이는 말로 붙입니다만, 이 영화의 미장센은 전체적으로 저예산 영화의 느낌이 강합니다. 예산 규모를 보면 어찌보면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쉽지만 <어스>나 <미드소마> 같은 류의 대자본 호러/스릴러의 감각적은 촬영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 또다른 장점으로 상쇄시키는데.. 영상의 색감이나 조명 설계 등은 저예산 느낌이 나지만, 대신 카메라워크가 상당히 유려합니다. 부드럽게 공간을 훑으며 지나다니는 카메라워크가 인상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