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단평(스포x)
집에 오는 길에 아주 오랜만에 '산에서 온 이슬'을 사서 마셨습니다.
정이삭 감독이 자전적 이야기를 녹여 만들었다는 <미나리>
싱그러움과 끈질김이 공존하는 수작이었습니다.
풀 중에 풀, 원더'풀' 미나리는 해충과 질병 저항력이 강하고 생명력도 끈질기죠.
이 80년대를 살아가는 가족의 삶이 그렇습니다.
영화속에서 할머니 순자(윤여정)는 미나리의 범용성을 예찬합니다.
여러 고기요리에도 잘 어울려서 쓸모도 많은 풀.
미나리의 번영은 끈질긴 투쟁끝에 타향에서 뿌리를 내리고 정착한 20세기 우리 민초들의 삶과 오버랩됩니다.
인구가 부산보다 적은 시골이며 KKK단의 본산이 존재할 정도로 인종차별도 존재하는 땅, 아칸소주.
이곳은 구원을 찾아 떠나온 가족에게 약속의 땅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제이콥(스티븐 연)은 땅에 모든 것을 건 아버지입니다.
쓸모 없다는 이유로 연기가 되어가는 수평아리같은 신세를 벗어나기 위해,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농장에 집착합니다. 그에겐 수컷으로서의 공포와, 동포로부터 비롯한 환멸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때론 어머니 모니카(한예리)와 갈등을 빚기도 하죠.
그러나 수많은 고난이 닥쳐와도 끈끈하게 연결된 이 가족은 깊이 뿌리를 내릴 겁니다.
비록 극의 얼개가 쉽게 읽히긴 하지만,
한 가족이 정작해가는 과정에 대한 잔잔하면서도 세심한 스케치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줄 겁니다.
우리 삶에 대한 다짐과 더불어.
'끈질기게 대지에 뿌리를 내린 민초들의 초상화'
★★★☆
+스티븐 연의 전작인 <버닝>을 보신 분이라면, 묘하게 이 영화가 떠오르는 지점이 있을 겁니다.
안그래도 <버닝>이 떠오르긴합니다...타오르는 아메리칸 드림의 초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