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전 덕분에 아트하우스 쿠폰 다 턴 후기
올해 들어 아트하우스 영화 개봉작 대부분이 쿠폰을 못 쓰는 영화들이라 이걸 어떻게 다 쓰지 했는데 골든글로브 기획전에 써져서 드디어 끝냈습니다.
온워드랑 맹크, 더 프롬은 작년 개봉했었을 때 봤었고 나머지 5작품을 이번에 봐서 8작품을 다 봤네요 :)
개인적으로 이번에 본 작품들은 다 만족도가 높아서 좋았습니다.
(아래 후기들은 스포가 될 수 있습니다)
[더 파더] 거의 다큐 수준의 몰입감을 갖고 봤습니다. 순간적으로 자기와 대화하는 상대를 못 알아보는 표정에 소름이 끼쳤어요. 와 이게 연기로 재현이 되는군요.
경험하지 않으면 쓸 수 없는 묘사들이 많았어요. 거의 1분 단위로 기억이 리셋되는 걸 보면 때론 귀엽고, 때론 우습고 때론 공포스럽습니다. 눈물을 훔치는 분들도 계셨는데 의외로 눈물은 안 나오더라고요.
[테넷] 이야기도 나온 거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메멘토]가 떠올랐습니다. 독특한 구조가 간단한 이야기를 매우 복잡해 보이게 만들었던 [메멘토]처럼 반복과 변이로 채워진 [더 파더]는 굉장히 난해해 보이지만 이게 치매환자의 인지능력을 따라 흘러가고 있다는 걸 알고나면 아 그렇지 하고 별 어려움없이 받아들이게 됩니다. 초반에 스릴러인가? 싶은 안소니의 공포심이 담긴 의도적인 구성이 좋았습니다.
마지막까지 보고 나니 치매는 가족들이 지쳐서도 있지만 환자 본인이 스스로를 잊지 않기 위해 이름을 불러줄 외부인사의 케어가 중요하겠다 싶었습니다. 전문적인 교육을 받았다 해도 아버지/할아버지같은 가족 호칭으로만 부르는 사람 외에 이름으로 불러주는 사람이 있다는게 그 분의 자존감이랄지 스스로를 잊지 않게 하는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프로미싱 영 우먼] 세련돼 좋았습니다. 약간 동떨어진 느낌의 화면도 있긴 했지만 음악 선곡이 인상적이었고, 어떤 부분에선 현실적이면서 또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순적인 순간들이 현실과 오버랩되면서 굉장히 몰입하면서 봤습니다. 캐리 멀리건은 알고 봐도 놀랍네요(그냥 긴머리가 안 익숙한건가 싶기도)
[엠마]는 개봉 당시 놓쳐서 너무 아쉬웠는데 이렇게 볼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안야의 엠마가 정말 정말 사랑스러웠어요. 어쩜 저리 예쁘지 (매력이 개연성)
어느 장면에서 멈춰도 그림엽서같은 미술도요. 18~19세기의 것을 표현하면서도 색감때문인건지 앵글때문인건지 현대적인 느낌을 주면서도 한편으로는 비현실적인 동화같기도 하고, 한 컷 한 컷이 예술이었어요. 툭툭 튀어나오는 유머도 취향이고요 ㅎ
이야기를 가볍게 덜어낸게 영화의 장점을 극대화시켜준 거 같아요. 책은 이렇게 예쁘다 예쁘다 하면서 보진 못 할 거 같아요 ㅋㅋ
[트라이얼 오브 시카고 7] 현시대를 사는 시민으로서 감명받지 않을 수 없는 영화.. 1987과 비슷한 감정을 받았던 거 같습니다.
영화는 이걸 보고 감동을 안 받아? 하게 하는 실재와 다른 이야기들도 포함돼있지만 중심에 있는 묵직한 메시지는 실화와 동일합니다. 꽤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어 초반에는 등장인물의 특징을 매칭하고 기억하는데만도 상당한 수고가 듭니다만, 그 20여분 정도를 지나고 나면 속도감 있게 몰아치는 영화에 덩달아 달리며 빠지게 됩니다. 이번 기획전 영화 중 제일 재밌었어요(생각해보니 재판 공방 이야기가 취향인 듯). 영화 바깥의 이야기도 흥미로웠고요 (애플 주식으로 백만장자가 된 그 분은 왜 무단횡단을 해서...)
[힐빌리의 노래] 음 무난 했습니다. 원작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읽어보신 분들이 어디서 실망을 했을지 예상이 가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사회현실에 대한 인사이트가 나오려다 만 느낌..? 애초에 책과 영화의 목표지점이 달랐던 거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상태인데 달리 부연설명도 없고 (힐빌리가 왜 백인 사이에서도 조롱과 차별의 대상인지) 그래도 우린 가족이니까..! 로 채워진 갈등과 해결이 그냥 어느 정도 감동적인 가족영화입니다. 책을 읽어보면 영화에서 굳이 설명하지 않은 문화적 맥락-빈공간을 채울 수 있으려나요.
특히나 명동역점이 재개관 하면서 아트하우스 쿠폰 적용시키게 될 수 있게 된 건 정말 신의 한수였어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