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포브스지에 실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호평 리뷰
글이 좀 길지만 옮겨봤습니다.^^
영화의 원작인 일본 소설에 대한 뒷얘기, 영화와 소설 비교도 담고 있네요.
원문은 아래입니다.
https://forbesjapan.com/articles/detail/39979/1/1/1
복선을 완벽 회수, 원작자도 경탄하는 한국영화 <지푸라기라도 잡는 짐승들>의 완성도
한국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원작은 일본 작가 소네 케이스케의 동명 소설이다. 하지만 2011년에 출간된 소네 케이스케의 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아니고, 일본에서 영화화되어 히트한 것도 아니다. 어디까지나 감독인 김용훈이 그 의미심장하고 강렬한 제목에 끌려 한국판 소설을 손에 쥐면서부터 영화가 나오게 됐다.
물론 과거에도 일본에서 먼저 영화화되지 않고, 한국에서 (일본 작품을) 원작으로 영화가 제작된 사례가 있었다. 세계적으로 높게 평가받는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년)가 그런 경우다. 이 영화는 소설이 아니라, 일본 만화 <루즈 전기 올드보이>(원작: 츠치야 가론, 그림: 미네기시 노부아키)가 원작이었지만, 영화는 박찬욱 감독의 대표작이 되었고, 이후 2013년 미국에서도 스파이크 리 감독에 의해 리메이크되었다.
최근에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헛간을 태우다>가 역시나 국제적으로 평판이 높은 한국의 이창동 감독에 의해 <버닝>(2018)의 원작으로서 직접 영화화되었다 하지만 이 경우는 무라카미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는 점에서, 앞서 언급한 두 작품과는 조금 다를지도 모른다.
사실 필자도 편집자였던 시절에, 담당했던 작가의 소설이 한국에서 영화화된 경험을 갖고 있다. 츠카사키 시로의 <게놈 해저드>다. 이 작품을 읽고서 영화화를 열망해온 김성수 감독이 5년에 걸쳐서 <무명인>(니시지마 히데토시 주연, 2013년)으로 완성시켰다. 물론 이 작품도 일본에선 영화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과 같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기생충>(봉준호 감독, 2019)의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으로, 한국영화계는 세계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그들이 가진 우수한 원작에 대한 후각은 유달리 예민하다.
봉준호 감독도 프랑스의 그래픽노블을 가지고 첫 할리우드 작품 <설국열차>(2013)를 찍었다(이후 미국에서 드라마 시리즈로도 제작됐다). ※어떤 나라처럼 원작의 출판 부수에 연연하지 않고, 아무튼 간에 감독이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을 영화화한다는 자세가 뚜렷하고, 원작을 발굴하는 능력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역자 주: 글쓴이의 나라 ‘일본’을 가리키는 듯. 현재 일본 영화계는 이미 히트해서 대중적으로 검증된 베스트셀러 만화나 소설들을 위주로 영화화하는 추세.)
마지막에 거금을 손에 넣는 자는 누구인가?
서론이 길어졌는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원작자 소네 케이스케 본인도 “이 작품을 본보기로 삼아서 원작을 다시 고쳐 쓰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나왔다.
원작 소설은 각 장마다 시간 순서에 조작을 가해, 각각의 시간축을 미묘하게 엇갈리게 함으로써, 후반에 드라마틱한 전개가 벌어지도록 했다. 한편 영화는 에피소드를 6개로 나누고 각각에 ‘호구’, ‘럭키스트라이크’ 등 인상적인 제목을 붙여서, 원작 소설이 가진 효과를 해치지 않으면서 마지막까지 흥미를 이어가도록 하는 훌륭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인다.
거금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세 사람의 이야기
영화의 오프닝은 루이비통 보스턴백의 클로즈업으로 시작된다. 누군가가 갖고 다니는 가방인데, 그것이 사물함에 들어있었고, 게다가 그곳은 심야의 사우나다. 가방 안은 10억 원(약 1억 엔)에 가까운 현찰 다발로 가득 차 있었는데, 그 현금을 놓고 시간대를 앞뒤로 움직이면서 세 사람의 이야기를 전개시켜 나간다.
첫 번째 사람은 그 현금 가방을 사물함에서 발견한 중만(배성우)이다. 그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음식점을 말아먹고, 지금은 사우나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다. 딸의 학비도 겨우 내고 있고, 집에는 치매에 걸린 모친이 있고, 아내도 공항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다. 그의 꿈은 다시 한 번 가게를 여는 것이어서 가방 안의 현금이 머리에 어른거린다.
두 번째는 유부녀 미란(신현빈). 투자 실패로 빚을 져서, 지금은 남편 몰래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있다. 빚 때문에 남편한테 가정 폭력을 당하는 지옥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헌데 남편은 몰래 거액의 생명보험을 들어놓고 있어서, 미란은 가게에서 알게 된 불법체류자 청년과 짜고 어떠한 계획을 꾸민다.
세 번째는 공항 출입국심사관 태영(정우성). 여자 때문에 돈을 탕진하고, 또 그 여자에게 속아서 거액이 빚을 져, 질 나쁜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는 바람에, 현재 위협 당하며 변제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사기로 큰돈을 갈취한 뒤 경찰에게 쫓기는 동창생의 해외 도피를 도와줌으로써 상황의 반전을 꾀한다.
이야기는 태영을 속이고 잠적한 여자 연희(전도연)가 중심인물로 활약하고, 앞서 언급한 세 사람의 속셈이 미묘하게 얽히면서 좋은 템포로 진행된다. 하지만 각각의 인물들에겐 예상치 못한 전개가 준비돼 있어서, 마지막에 가방 속 거금을 손에 넣는 사람은 과연 누가 될지 끝까지 흥미를 이어가게 한다.
원작자도 경탄하는 영화의 만듦새
작품의 메가폰을 잡은 이는, 이 영화로 장편영화에 데뷔한 김용훈 감독. 사진으로 봤을 때 꽤나 젊다는 인상을 주는데, 이전까지 단편이나 다큐멘터리를 찍으며 쌓은 경험이 이 작품으로 결실을 맺었다고 한다. 애당초 김용훈 감독은 왜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서, 자신의 첫 (장편) 작품을 찍으려고 생각했던 걸까?
“우선 제목에 무척 끌렸습니다. 긴박감이 느껴져서 꽤나 신경 쓰였고, 실제로 읽어보니 제 취향의 이야기라서 영화화해 보기로 생각했죠.”라고 말한 김용훈 감독은 하룻밤 새에 원작을 독파하고, 이후 두 달에 걸쳐 각본을 써냈다고 한다.
완성도 높은 ‘복선 완벽 회수 작품’
“영화에선 큰돈을 눈앞에 두고 망설임 없이 자신의 악행을 정당화하면서 점차 짐승이 되어가는 등장인물들을 그렸어요. 하지만 그건 일상생활에서도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고, 그런 짐승들의 절망을 그리는 데 주력했죠.”
김용훈 감독이 직접 쓴 각본이 훌륭하다. 원작 소설의 시간대 정렬을 교묘하게 살리면서, 새로운 에피소드와 인물 설정도 추가했다.
사실 마지막에 큰돈을 손에 넣는 이는 의외의 인물인데, 이것은 원작과는 다른 결말이지만, 거기까지 이르는, 전편에 뿌려진 복선의 회수가 굉장하다. 어두운 내용임에도 다 보고난 뒤에 무릎을 탁 치게 하는 상쾌함도 남는 작품이다. 필자는 이 영화를 ‘복선 완벽 회수 작품’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다.
물론 원작자도 극찬하듯이 영화로서의 완성도도 높고, 이 정도의 퀄리티를 첫 장편영화에서 발휘했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은 재능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향후 기대되는 감독 중 한 명이어서, 새삼 한국영화계의 두터운 인재풀에 놀랄 따름이다. 원작자 소네 케이스케도 김용훈 감독의 수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원작에는 소설만이 가능한 장치가 있습니다. 각본도 맡은 김용훈 감독은 그 문제를 능숙한 솜씨로 해결, 원작의 구성을 살리면서 훌륭한 오락 작품으로 만들어냈습니다. 훌륭합니다. 송구스럽네요.”
이처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은 원작자도 두 손 들며 경탄하게 만드는 만듦새를 지녔는데, 그 원작을 김용훈 감독이 ‘발굴’하기 전에, 일본에서 영화화했다면 어떤 작품으로 나왔을까. 기대가 되면서도 노파심에 걱정도 든다.
여담으로 김용훈 감독이 끌렸다는 원작 소설의 제목에 관해서인데, 원래는 ‘잘만 하면’이라는 제목이었다고 한다. 단행본으로 출간될 때 별로라는 지적이 있어서, 소네 케이스케가 떠올린 30개 이상의 제목안 가운데서 ‘문제가 있는 짐승’, ‘지푸라기라도 잡는’이 뽑혔고 그 둘을 합쳐서 결정한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만약에 ‘잘만 하면’이라는 제목이었다면 영화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포브스 재팬 공식 칼럼니스트 이나가키 신지
gol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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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을 뛰어넘는 재미와 작품성을 주더군요...좋은 영화를 접한다는것은 관객의 입장에서 좋은 기회지만 그네들의
원작보다 더 좋은 우리의 이야기가 많이 만들어졌음 하는 욕심이 생기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