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워킹> - 저는 아주 나쁘진 않네요.
<뉴 뮤턴트> 뺨치는 수준의 재촬영과 개봉 연기 탓에 많은 사람들에게 큰 우려를 샀던 작품이었는데, 개봉 후 반응도 형편없는걸 보고 기대를 반쯤 접고 봤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래서인지 나쁘지만은? 않더라고요. 물론 단점 투성이인 영화긴 하지만 그런대로 즐길 수는 있었습니다.
SF 장르로서 이 영화의 최대 장점은 물론 세계관과 설정입니다.
영화는 사람의 생각이 시각적, 청각적으로 형상화된다는 참신하고 독특한 설정으로 출발하는데, 이 생각이 겉으로 드러나는 것을 표현하는 연출이 꽤나 좋았습니다. 생각이 메아리처럼 울려퍼지며 연기처럼, 혹은 불처럼 피어오르고, 생각을 제어하는 데에 능숙한 이들은 구체적 형상을 끄집어내서 눈속임을 시도할 수 있다는 설정도 재미있었습니다.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서로 생각이 드러나는 것이 당연한 세계관이니, 위급한 상황에서 필사적으로 생각을 감추거나 역으로 감춘 사람의 생각을 파악하는 데서 오는 설정의 활용이 은근히 쫄깃하게 느껴집니다.
한편 원작소설이 있다지만 전혀 접해보진 못했는데, 영화가 원작을 모르는 관객들에게 썩 친절하진 않네요. 전지적 내레이터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분량의 99%가 촌뜨기 소년인 주인공의 시점에서 진행되다 보니 배경이나 소재에 대한 설명이 대체로 부족한 편입니다.
개연성에도 크고 작은 구멍이 적지 않고, 각자 행동의 당위성도 썩 와닿는 영화는 아닙니다. 모든 조연들, 심지어 메인 빌런까지도 두 주인공의 행로 위에서 각자 기계적으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인상이 강합니다. 초반 이후 영화 전체가 길고 긴 추격전이라 할 수 있을텐데, SF다운 볼거리는 차치하고 극의 긴장감마저 현저히 떨어집니다.
이 문제는 후반부 갈수록 굉장히 두드러집니다. 후반부 전체가 급전개처럼 보이는 엉성한 편집에, 머리를 비우고 보려 해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장면들이 너무 많습니다. 재촬영을 거듭해서인지 뒷심이 심하게 떨어지는 영화가 됐어요.
그럼에도 앞서 말한 세계관과 설정의 흥미로움으로 지루하진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톰 홀랜드와 데이지 리들리라는 주연배우들의 매력은 확실하고, 두 캐릭터 사이의 케미스트리가 형성되는 과정도 나름 공들여 묘사하는 편입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두 배우를 모두 좋아하기 때문에 스릴 없고 단조로운 전개라도 그럭저럭 흥미롭게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네요 ㅋㅋ
시원하게 추천하긴 어렵지만 궁금하시다면 한번쯤 시도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특별관은 비추합니다.
추천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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