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스포) <멀리가지마라> 묵직한 한 컷을 위해 달려가는 (feat. 손병호 배우 무대인사)
아버지의 유산 상속에 관해 공증인으로부터 듣는 날, 네 남매와 각자의 배우자가 모인 거실에는 긴장이 흐른다. 결국 총 20억의 상속 비율이 전해지자, 네 남매는 각자의 이유로 불만이 가득하다. 이때 느닷없이 집전화가 울리고, 이 집의 아이를 납치했다는 유괴범의 요구가 전해진다. 댓가는 하필 현찰 20억. 우선 아이에 대한 걱정이 앞서지만, 예기치 않게 그나마 각자의 몫마저 다 털어야 하는 상황에 이르자 네 남매의 갈등이 폭발한다.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가족이라는 허울 아래 서로를 견제하며 자신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들은 모두 관록있는 연기파 배우들이에요. 손병호 배우를 비롯해 총 8명이 보여 주는 앙상블과 감정적 충돌은 마치 연극을 보는 듯 밀도있게 채워져 있어요.
그래서인지, 실내 장면들은 연극처럼 모두 세트에서 진행이 되고, 구조적으로 세트라는 것을 굳이 숨기지도 않아요. 카메라도 미장센을 표현하기보다 인물들을 담아내는 것에 집중합니다.
그런데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유산상속을 둘러싼 가족간의 갈등을 통해 인간의 이기적인 본성을 드러내는 이야기는 흡인력이 떨어집니다. 유괴라는 설정이 긴장을 유발하고 반전의 요소로 작용하지만, 인물들이 쏟아내는 이야기들은 지나치게 익숙하고 전형적이거든요. 대사 위주로 진행되는 것도 피로감을 불러오구요.
모든 것이 스크린에 답답하게 갇혀 지칠때쯤 이야기는 상황을 바깥으로 내몹니다. 그러자 실내에서와는 다르게 영화적인 활극으로 반전합니다. 쫓고쫓기는 추격전이 다양한 공간에 펼쳐지며 한층 경쾌하고 빠르게 이어집니다. 그리고 한숨 돌릴때쯤 묵직한 한방을 내리꽂습니다.
배우들의 열연에 의존하는 새로울 것 없는 이야기와 연극적 공간활용으로 인한 아쉬움을 털어주는 후반부의 전개가 인상적이지만, 파격적으로 내닫기 위해 75분간을 할애해 보여주는 이야기에 높은 점수를 주기는 아쉬움이 더 큽니다.
(익무의 고마운 초대로 감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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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기와 사진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