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미싱 영 우먼 익무 시사 후기입니다
제목과 주연, 여러 유명 시상식에서 노미네이트, 그리고 감각있는 포스터만 믿고 신청했던 작품이었습니다. 재능있지만 개인과 사회의 굴레 때문에 좌절을 겪었던 인물의 성장기이지 않을까..하는 얄팍한 상상은 (크게 보자면 아주 틀린 예측은 아니었지만......)시작부터 깨져버렸네요. 술에 취해 몸을 잘 가누지 못하는 여성에게 나이스한 인간인척 수작을 걸고 (술에 취해 있지만 분명히 거절을 함에도 불구하고)동의 없는 성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남성에게 역으로 한방을 먹이는 주인공은 사실 술에 취해있지도 않았을뿐더러 이와같은 일이 이미 수십번 반복된 행위임을 처음부터 보여줍니다. 이 예쁘고 몸매도 끝내주는 여성이 얼마나 전도유망한 사람이었는지,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살아가는지-복수는 통쾌화끈하게 잘 하는지, 자신의 삶에 집중할 수 있게 될지..-가 이 영화의 줄거리었습니다.
주인공 캐시 역의 캐리 멀리건은 매력 넘치는 외모에 중저음의 목소리, 그리고 무엇보다 뛰어난 연기력으로 작품의 긴장감을 살려주었습니다. 어둡고 강렬한 원색&연핑크와 민트빛을 넘나드는 영화의 미술과 분위기 또한 이야기를 강렬하고 아이러니하게 보여주는 훌륭한 장치였습니다. 스파이스 걸스, 브리트니 스피어스, 패리스 힐튼 등 유명한 여성 가수들의 노래들의 적절한 사용 역시 훌륭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독 에머랄드 펜넬은 이번이 영화 데뷔작이란게 믿기지 않는 세련된 연출을 보여주었구요.
복수의 칼날을 가는 핏빛으로 벼려진 캐리와 자신의 삶을 살아가려는 핑크빛 바비인형같은 캐리는(그리고 그 둘이 혼재된 상태의 캐리는) 어느 한쪽도 위화감이 들지 않은 아이러니함을 보여주었습니다. 핏빛 캐리는 파스텔빛 캐리를 향해있었고, 파스텔빛 캐리는 핏빛 캐리를 지울 수 없었던듯 했어요. 완벽한 복수는 불가능했고 새 삶 또한 가능한 일이 될지 알 수 없었습니다. 캐리가 원하는 건 거창한 복수가 아닌 작아도 진심이 어린 사과와 인정, 그 과정에서 과거를 벗어나 자신의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었을듯 했습니다.
단죄와 복수의 과정에서 캐리가 과연 후련했을까요. 과거의 인간들이나 현재의 인간들이나 다들 한없이 얄팍하지만 사회적으로는 단단한 방패를 두르고 다른 인간을 찌릅니다. 캐리 자신의 전도유망한 자아로는 저들을 깨뜨릴 수 없습니다. 자신을 파괴하는 한이 있더라도 더 강하고 날카로워지거나 또는 한없이 관대해지거나, 그것도 아니면 다 묻어버려 퇴행에 가까워지거나..
영화는 진퇴양난에 빠진 캐리를 보여주는듯 했습니다. 누구는 과거에 잡혀산다고 하고 누구는 나와 함께 미래를 꿈꾸자고 합니다. 누군가는 과거의 일을 후회한다고 하지만 누군가는 그런 일 따위는 없던듯 잘만 살아갑니다. 누구보다 자신을 자신답게 살아가고 싶어하지만 그녀를 잡는 과거는 계속해서 현재진행형입니다.
무거운 주제와 이야기이긴 하지만 감각있는 영상과 적절한 음악, 오프닝부터 마지막까지 이야기의 적절한 완급 조절과 반전, 한방까지 영화는 흥미진진함을 유지합니다. 특히 스산함 가득한 낯선 음악이 서서히 익숙한 곡조를 드러내는 장면에서는 영화 속 영상과 맞물려 소름이 확 돋더라구요(예고 트레일러를 보지 않으시는 것들 추천드립니다).
이 영화의 뛰어났던 점 하나는 인물들의 얄팍한 방패를 묘사한 점인듯 합니다. 사람 좋아보이는 사람들의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변명들, 그럴줄은 몰랐던 사람의 속마음, 그리고 뻔한 멘트.. 현실속에서는 잘만 속아주는 든든한 방패이지만 스토리텔링이 뚜렸한 영화 속에서는 너무나 잘 보이는 그 얄팍한 방패들을 찾아보는 재미 아닌 재미가 있는 영화였네요..
기대와는 좀 다른 영화였지만 기대보다 훨씬 마음에 드는 영화였습니다. 영화관에서 느낄 수 있는 시각과 청각의 즐거움, 2시간을 쫀쫀하게 쓰는 즐거움을 다 챙기고 이야기의 씁쓸한 맛을 되새겨보기에도 좋은 영화였어요. 그리고 캐리 멀리건은 믿고 봐도 된다는 여전한 사실과 기대되는 감독 한 명을 알게 되었네요. 좋은 영화였습니다!
추천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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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 맞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