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게더 - 앞으로 왕가위 영화는 극장에서 안보기로 했습니다....(스포)
(100% 완전히 개인적인 감상평입니다. 혹평이 보기 싫으신 분은 지금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예전에 해피투게더를 봤을때는 첫장면의 거부감 때문에 영화 내내 감상을 괴롭혀서 그런지, 이젠 좀 다르거니 싶었는데 여전히 거부감이 들더군요. 뭔가 사랑하는 연인의 베드씬이라기 보다는 그저 어색한 연기 느낌이었습니다. 억지로 리얼한척(?) 하려는 느낌도 들었구요.
영화는 내내 '왕가위는 영화를 막 찍는 감독이다' 라는 느낌 밖에 주지 않습니다. 보다 보면 이게 왕가위의 영화인지 아니면 크리스토퍼 도일의 촬영빨에 불친절한 편집을 덕지덕지 붙인 결과물인지 헷갈리는 느낌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의도적으로 배치를 했다면 그나마 이해했을텐데 왕가위의 작업 스타일상 결코 의도적이지 않다는게 문제죠.
관객들이 왕가위 영화에 빠지는 이유중 하나가 '감정선'인데.. 솔직히 생각해 봅시다. 양조위 장국영 장첸 대신 다른 배우가 똑같은 수준의 연기를 했어도 그 '감정선'이라는게 느껴졌을지 말이죠.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영화가 하도 불친절하니까 일종의 최면을 거는 느낌입니다. 이거라도 건져야 한다... 는 느낌이랄까요..
무엇보다 그렇게 영화가 정신없고, 수많은 상징을 넣으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자체가 지루한건 어쩔수 없다는 거죠. 이건 왕가위 영화 전체가 그렇습니다. 마치 완전히 다른 버전의 마이클 베이를 보는 느낌입니다. 폭발씬 좋아하는 분들은 마이클 베이 영화에 환장을 하겠죠...
90년대에 한창 왕가위 열풍이 불었을때도 반응은 완전히 나뉘었고, '영화 좀 본다' 싶은 분들에게 왕가위 영화는 '이정도는 당연히 이해하고 명작 취급해야할 영화들'이라는 포장이 붙어서 반대되는 사람들에 대해 '단순무식한 영화만 좋아한다'는 프레임이 씌워졌었죠. 당시는 인터넷 시대도 아니어서 매스컴에서 그렇게 분위기를 몰고가면 그걸로 결정나는 시기였으니...
그때도 저는 왕가위 영화를 보면서 단한번도 재미있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거든요. 심지어 거의 사회현상처럼 된 중경삼림 조차도 말이죠 (사실 중경삼림이 한국에서 빅 이슈였던건 임청하의 은퇴작이라는게 가장 컸습니다. 임청하는 그야말로 독보적 존재였거든요) 그러면서도 영화를 좋아하니 꾹꾹 참으며 다 보고 있었지만 역시 이건 나랑 안맞다... 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20년이 넘게 지나 이제는 나도 나이를 먹었으니 뭔가 변했겠지 생각하고 이번 기획전에 왕가위 영화를 봤는데, 오히려 예전보다 더 지루하고 왕가위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마저 들더군요. 팬들에게는 죄송합니다만, 이 사람은 너무 겉멋 '만' 든 사람이라는 느낌입니다. 작업 스타일이 비슷한 홍상수와 훨씬 더 비교되는 느낌이기도 했구요.
앞으로 기획전들로 인해 더 예쁜 포스터들이 많이 나오겠지만, 왕가위 기획전은 이번을 끝으로 앞으로는 TV로만 볼 생각입니다. 솔직히 극장에서 두시간동안 앉아있는게 힘들었습니다. 너무 졸린데 그거 참느라...
p.s : 해피투게더는 유독 여자 관객이 많군요. 다른 왕가위 영화랑 비교해 봐도... 어제는 저랑 한분 빼고 수십명이 전부 여자였던...
p.s 2 :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이과수를 왜이렇게 이상하게 찍었을까요? 제가 나이아가라폴스를 실제로 가보고 정말 감동했는데 남미 친구가 나이아가라는 이과수에 비하면 게임도 안된다고 해서 이과수를 엄청 기대하고 있었거든요. 실제 규모도 더 크고... 근데 왕가위는 왜 이과수를 하수구 넘치는것 처럼 찍었을까요?
추천인 14
댓글 25
댓글 쓰기ps2에 대해서만 그냥 말하자면 폭포가 떨어지는것과 모이는 것의 이미지를 극대화 시킨것이라고 생각하면 왜 그렇게 찍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조금은 풀릴것 같습니다




(예시를 위해 한 익무님이 올려주신 이미지를 사용하였습니다^^;)
다양한 의견 잘 들었습니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폭포의 이미지는 정말 멋집니다. 그래서 두 인물도 폭포(이상)를 보기위해 남미를 방문하기도 했고요 ㅎㅎ 그러나 아휘가 여러번 응시하는 라이트 속 폭포이미지와는 달리 실제로 잡는 이과수 폭포는 아름답지 않게 찍었죠... 이 두사람은 폭포(이상)을 보기위해 남미를 방문했지만 둘이서 보지 못했고, 그들의 사랑 또한 혼탁합니다. 저는 이상적인 사랑과 이상적인 폭포가 실제로는 아름답지 않다를 표현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어요!
이과수와는 다르지만 제가 나이아가라폴스를 갔을때 비도 오고 난리가 난 상황이었음에도 뭘 어떻게 찍어도 아름답다는걸 처음 실감했습니다. 진짜 여기는 부모님 돌아가시기전에 꼭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할만큼요. 이과수는 나이아가라와도 비교도 안될만큼 어마어마하니...
아, 물론 이건 저의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에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이라 보편화될수 없죠. 인정합니다.


귀칼이나 마블 영화같은 경우가 좀 특별하게 남자들이 많이 보는거 같고요.
게다가 해투는 남성 동성애를 다룬 영화다보니 이성애자 남자들은 대부분 안좋아하겠죠.
전 똑같이 어제 중경삼림 봤는데 남자분들도 많았습니다.

많은 거장들이 자신이 기획한 그대로를 촬영현장에서 복기하고 구현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죠. 배우에게 에드립도 불허하는 철저한 감독도 있으니.. 그에 반에 왕가위의 작품은 대단히 즉흥적이고 충동적 입니다. 해투-부에노스 편에서 촬영도 다했는데 통편집으로 잘려나간 여배우가 둘이나 있다는걸 보고 충격을 먹었네요 ㅎㅎ.
제가 잘 이해한것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왕가위 감독의 작품은 미술에 빗대자면 인상파, 즉흥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액션페인팅 같다고 느껴집니다. 정물,회화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라 이해하니 일반 영화와 왕가위의 특별함이 보이는 듯 했습니다.
정형화된 극은 정말 많죠. 영화에서는 그러한 정형을 깨고 감독만의 예술을 하는 영화를 높게 평가하죠. 거장들의 독보적인 스타일들. 따라 할 수 없는 감독의 색깔. 왕가위의 경우는 즉흥적으로 찍어낸 조각들의 결과가 혼란스럽지만 애틋하고 아름다운 미장센과 기가막힌 음악선정으로 그럴듯한 영화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그의 능력이라 봅니다.
저는 왕가위 감독 영화를 약간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그런데 막 와닿거나 인생영화 수준은 아님..) 글쓴분 의견도 충분히 이해가 가요..특히나 영화는 그냥 취향따라 보는 건데 그걸 가지고 수준 운운하는 일부 영화팬들. 혹은 자칭 시네필들 전 꼴보기 싫더라구요 ㅎ
그나저나 이과수 폭포씬은 전 정말 인상깊게 봤어요ㅎㅎ


좋은글 잘보았습니다. 특유의 '짜세' 뭔지 알거같아요. ㅋㅋㅋㅋ


비호 팬들도 있을 수 있는데 찐팬들 자기 좋아하는 영화 까면 우르르 글쎄요 누르는거 진짜 짜증나네요


음 그냥 주관적인 견해같아요 글 내용에
공감이 안 되는걸보면
그렇다고 제가 왕가위의 팬도 아닌데요
개인취향이야 갈릴 수 있는거지만 굳이 그걸 또
티비로라도 또 본 다는 생각이 개인적으로 이해가
안 가네요 전 안 맞는 감독 영화는 그 어떤 높은
평가를 받아도 안 보는데요
댓글 반응을 보면 제글에 공감하시는 분도 꽤 계시구요
무엇보다 집에서 TV로 보는건 제 맘 아니겠습니까? 안보시는게 님 맘이듯 말이죠.

사실 겉멋느낌의 영상이 좋아서 좋아하는게 전 크니까요.
감정의 순간순간을 붙이는 느낌의 영화들이라,
토니A님 처럼 느낄수도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