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레터> 시사회 후기 (약스포..?)
월드타워는 제게 애증이 넘치는 곳입니다. 온갖 시사회를 여기서 하는데, 지하철에서 내려서 롯데시네마까지 올라기는 건 꽤 고된 일입니다. 겨울에 땀나는 걸 정말 싫어하는 데, 영화관에 도착하면 옷이 땀에 절어있어서 더더욱 가지 않는 곳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이번 시사회는 놓칠 수 없는 이와이 슌지 감독님의 신작이라 친구까지 꼬셔셔 갔습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님의 작품들 중 <릴리 슈슈의 모든 것>, <러브레터>, <하나와 앨리스>, <4월 이야기>, <쏘아올린 불꽃, 밑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 밖에 안 봐서 정확히 영화 스타일과 연출적인 방향까지 이야기하기 어렵지만, 저는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감독님이 표현하는 어두움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제가 본 작품들이 릴리 슈슈를 제외하고 다 밝다고 말하는 작품이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이 나머지 작품에서도 그만큼 어두움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러브레터>는 죽음을, <쏘아올린 불꽃>은 이혼 등의 점에서 말입니다.
그러나 <라스트 레터>는 이와이 슌지 감독님 작품 중에 가장 대중적이자, 밝은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안노 히데아키의 찌질미 터지는 연기나, 이전과는 다른 카메라 연출 등이 그랬습니다. 이야기 역시 굉장히 우울한 이야기로 연출할 수도 있었으나 전허 그렇게 연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앞부분은 밝고 웃기는 장면들도 많아서 이와이 슌지 작품을 보고 있는 게 맞나 싶었습니다 ㅋㅋㅋㅋ
연기는 대체적으로 다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배우진이 워낙 화려해서 모나는 게 더 이상해 보일 정도였죠. 특히 히로세 스즈와 모리 나나가 우산을 들고 둘이 서 있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기억과 세상에서 사라진 사람이 다시 돌아와 인사를 건네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저는 더욱 우울하고, 애절한 느낌을 생각했지만 오히려 차라리 밝은 느낌으로 연출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추억이 너무 아프면 그건 추억이 아닐테니까요. 그래서 휴대폰보더는 편지로, 밝은 느낌으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을까 합니다.
아쉬운 장면도 있긴 합니다. 남주인공과 여주인공의 전 남편이 술 마시는 장면이 워낙에 직접적으로 대사로 전달해서 놀랬습니다. 대사로 저렇게 말하는 감독님이 아닐텐데..? 제가 잘못 생각한 걸수도 있지만 이와이 슌지 감독님은 대사보다는 이미지로, 음악으로 표현하는 분이라 생각해서 더더욱 놀라고 아쉬웠습니다.
처음엔 N차를 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곱씹을수록 이 영화에서 느꼈던 두근거림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도 많이 듭니다. 이와이 슌지 감독님의 작품을 처음 보는 사람에게나, 좋아하는 사람에게나 모두에게 좋은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추천합니다!
정식 개봉 후 보러 가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