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안녕, 나의 소울 (약스포)
때는 바야흐로 2021년 1월 19일. 소울 개봉 전날이었습니다.
인간관계로 지쳐있던 저와 그 외에 친구들은 '친구 A'의 분개로 인해
‘관계의 종말’을 맞이하게 되었고, 그 관계에 지친 저도 지금은 그 친구와 친구들에게서 거리를 두며 지내고 있습니다.
(허헣 나 죽네)
관계가 완전 나쁜 상태거나 그렇진 않지만, 이젠 저도 지치고 너무 힘들더군요.
그런데, 이 사연이 왜 영화 소울과 관련 있는지 의아해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두를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한 저도 상당히 의문인데요. 그 이유를 영화 소울과 함께 파헤쳐보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힘들고 지치는 인간관계 속에서 분개의 근원이자 문제가 됐던 ‘친구 A’는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던 친구였습니다.
그 상태로 나이를 먹고 가끔 자책을 하며 자신을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낮추기도 했죠.
친구 A 옆에는 제가 있었고, 그 친구에게 많은 위로와 조언들을 많이 해줬습니다.
사람이 하루 아침에 달라지면 참 좋았겠지만, A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이기심과 타인을 공감하지 못하는 무감각한 친구이기도 해서
저를 통해 친구를 만들거나 사람을 대할 때, 힘들어하고 비뚤어지기도 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상처를 주듯, 우울감에 빠지기도 해, 후에는 좋은 추억을 많이 심어주기 위해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갈 기회가 있으면 같이 보고, 놀 기회가 있으면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이 A라는 친구를 챙겨주다 보니 족족히 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왜 A만 신경써주는지, 왜 A의 눈치를 봐야 하는지, 대우해 줘야 하는지.
그저 나와 친구들과 달리 A가 연약하고 상처가 많은 친구여서, 가깝게 지내다 보니 정이 쌓여서 A를 우선시했고,
아이를 다루듯 조심스럽게, A의 기분에 맞춰 대하던 것이 흠이었습니다.
친구들의 존중과 배려를 A가 이해하지 못했던 미숙함도 친구들이 화를 낼 수밖에 없던 부분이었습니다.
결국, A는 친구들의 분노와 배려와 존중을 이해하려고 해도 변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
이전부터 이어지던 삶에 의욕이 없고 목표가 없다는 무력한 상태로 떠났습니다.
관계를 떠난 것이 자신의 선택이긴 했지만, 그동안 너무나도 잘 챙겨주려고 애쓴 저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평등하게 사람을 대해왔다고 믿었지만, A를 극심히 배려해주던 것은 아니었는지, 그럼으로 인해 A가 여린 상태로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여러 의문이 들어 저를 질타하게 되더군요. 마치 이것이 정답이라며 우기며 행동했다는 생각도 들어 미안했습니다.
1월 20일. 영화 소울의 개봉일이 다가왔습니다.
(꺄하핫)
기대작이 있으면 개봉 당일 날 꼭 영화를 봐야 하는 저만의 철칙이 있어
신난 송강호 배우님 마냥 흥분된 상태로 영화관에 달려갔습니다.
A가 떠나가 찜찜하긴 했지만, 유튜브 ‘skim on west’를 운영하시는 픽사 직원분이 일부 제작하셨다고도 했고,
(죄송합니다.. 채널 영상을 이리 오래봤는데도 성함을 기억 못하고 있다니..)
가수 ‘이적’의 쉼표가 음원으로 공개되었을 때, 매번 곡을 돌려 들으며 기대가 찰 만큼 차 있던 상태라 더 상기되어 있었죠.
영화관에 도착해 표를 끊고,
영화관에 들어가고,
단편 애니메이션 귀엽고 아빠 미소 지어지는 '토끼굴'을 보고,
영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긴 시간이 지나 영화가 끝났습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눈가에 흘리다 만 눈물이 애매하게 남아서 재빨리 슥슥 닦았습니다.
‘이야, 다행히 감정이 매마르진 않았나보다. 이런 거에 다 울고’라는 강한 척을 하면서 말이죠.
한편으로는, ‘내가 왜 울었을까?’, ‘어느 부분이 내 안에 여린 공주를 깨운 거지?’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가며 장면 하나하나를 곱씹어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함께하지 못해 아쉬워서였습니다. 그리고, 내가 원하던 삶과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이
이렇게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만약 하루라는 시간만 더 있었다면, A와 함께 소울을 봤을 텐데,
‘삶의 목표와 목적이 없더라도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앞으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신을 만들어가면 돼’라고
말해줄 수 있었을 아쉬움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말을 여지껏 전해주지 못하고 만들어내지 못한 저의 어리석음과
여전히 결과와 성과만이 있어야 칭찬을 해주고 감탄하는, 변화하고 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친구들과 사람들의 모습이 서러웠습니다.
슬프고 서럽지만, 영화로 인해 생긴 뿌듯함과 활기를 안고 나오며 조와 22의 모습을 떠올리고 상상했습니다.
조와 22의 하루라는 짧은 여정이 A와 저의 추억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22는 조와 함께한 현생을 살며, 조는 22가 살아간 인생을 보며, 성장과 삶의 원동력을 얻게 되었고,
끝내 22는 지구로, 조는 자신의 새로운 일상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A를 처음 만나고 떠나 보내는 순간까지,
어쩌면 조와 22와 같이 서로가 새로운 인생을 위한 더 나은 이별이자 성장의 추이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해 아쉽고 안타깝지만, 인생을 즐기다 보면 그 적적함을 쓸어 담는 행복이 찾아올 거라고 느껴서
부디 A가 소울을 봤기를 빌며 저 스스로의 마음 정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께 이 글과 소울이 어떻게 다가왔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어떤 분은 기쁘고 한편의 재밌는, 진지한 글이자 영화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저에게 이 글을 쓸 수 있게 만들어준 소울이라는 영화는 기분 좋게 불어온 바람과도 같은,
앞으로의 삶에 굴복하지 않게, 살아가고프게 만들어 준 아주 특별한 영화였습니다.
저는 이러한 감정과 결심을 남겨준 ‘소울’이라는 영화가 너무나도 감사합니다.
후일담 – 글쓴이는 전에 썼던 '미드나이트 스카이' 관련 글과 같이, 영화 소울 첫 관람에서도 졸아버려서 1월 27일 소울을 한 번 더 보러 갔다고 한다.
(픽사 관계자분들과 1월 20일이 마지막 관람이라고 철썩같이 믿으신 분들께 대단히 죄송합니다..허허..)
영화를본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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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친구가 떠올라서 글 읽는 내내 조만간 연락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자기 경험과 맞물리면 영화가 더 특별해지죠. 소울은 여러 맥락에서 공감할 거리를 던져줘서 좋았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