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판 귀멸의 칼날> - 팬심 vs 객관적인 장단점 (노스포)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열차편>을 보고 왔습니다.
작년 이맘때 애니메이션 1기를 즐겁게 봤기 때문에 이어지는 내용의 극장판 개봉을 1년 가까이 기다렸는데, 일본에서나 한국에서나 이렇게 뜨거운 반응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ㅋㅋ
일본에선 충격적이게도 20년 가까이 왕좌를 지켰던 <센과 치히로~>를 끌어내리고 역대 박스오피스 흥행 1위를 차지했고, 한국에선 지난주 사전 개봉부터 낌새가 심상치 않더니 정식 개봉일인 오늘은 여기저기서 매진이 속출하고 있네요.
원작을 좋아하는 저는 당연히 정말 좋았습니다. '귀멸의 칼날' 애니메이션을 재밌게 보셨던 분들이라면 놓쳐선 안될 극장판임이 분명하죠. 애니메이션의 원래 장점이었던 수려한 작화와 역동적인 액션이 한층 스텝업했고, 그 '눈뽕'의 향연을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니까요.
중반까지 기차에서의 결투 장면들도 제게는 충분히 좋았지만, 후반부 들어 최종보스와의 일전은 정말 특별관에서 재관람해야겠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어마어마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아이맥스보다 4DX 효과가 엄청날 것 같은 장면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또한 '무한열차편'은 특유의 전개와 등장 캐릭터 덕에 원작에서도 유독 감정적으로 울림이 컸던 파트였는데, 극장판에선 이런저런 장면들을 삽입하고 멋드러진 연출로 꾸며서 그 울림의 진폭을 더욱 키우기까지 했습니다. 애니메이션 팬들이라면 너무 익숙할 멜로디를 포함한 OST도 이 감동의 물결에 한몫했죠. 캐릭터에 애정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보다가 우는 것도 전혀 무리가 아니었어요. 저도 보다가 두어번 찔끔... ㅠㅠ
마지막으로 애니메이션 극장판치고는 주제가 꽤 선명하게 두드러지고, 그 주제를 이야기와 액션을 통해 영화에 녹여내는 방식도 괜찮았습니다. 굉장히 단순하고 직설적이지만 올곧고 소년만화다운 주제였죠.
뭐... 여기까진 팬심 섞인 제 개인의 감상이었고, 귀멸의 칼날을 잘 모르시는 분들이 영화를 보고 저와 같은 감상을 느끼긴 어렵겠죠.
일단 이 애니메이션은 지브리나 픽사의 수작들처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든 세대에서 즐기며 감동을 받을 만한 내용을 담은 작품은 아닙니다. 원작 귀멸의 칼날 자체가 '소년만화 - 배틀물'의 카테고리에 매우 정확하게 들어맞는 만화입니다. '왕도물'이란 표현도 쓰더군요.
정의롭고 용감한 주인공이 어떤 계기로 모험을 떠나 동료를 만나고, 적을 만나 싸워 물리치고, 성장하고, 더 강한 적을 만나고... (이하 반복) - 교과서나 다름없는 공식이죠. (드래곤볼, 원피스, 나루토 등등...)
귀멸의 칼날의 팬까진 아니더라도, 기본적으로 소년만화의 이런 패턴에 큰 거부감은 없어야 어느 정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귀멸의 칼날은 (다소 구식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열혈 속성이 듬뿍 첨가된 만화입니다. 열혈 속성이란게 뭐냐...
많은 인물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대사를 치고
감정 표현도 다소 부담스러울 정도로 과장되게 큼직큼직하고
싸울 때 기술 이름도 일일이 외쳐주고 (ㅋㅋ)
아무튼 여러모로 감정적으로 상당히 고양되어 있는 거죠. 이런 요소들이 오글거리게 느껴질 수도 있고, 격한 텐션을 부담스러워할 분들도 꽤 많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또 보면서 거슬릴 수 있는 부분이라면, 전반적으로 말이 굉장히 많다는 겁니다. 특히 위 짤의 악당이 말 많기로는 역대급이더군요 ㅋㅋ
원작을 다 읽어서 내용을 알던 저조차도 이 놈이 이렇게 주절주절 입이 가벼웠나? 싶을 정도였는데, 그게 정말 심해서 극의 템포를 늦추고 맥이 빠지는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악당 뿐 아니라 주인공도 말이 많은 편인데, 굳이 입을 열진 않더라도 싸움 중의 생각을 일일이 대사로 풀어주는 장면들이 애니메이션에서부터 굉장히 많았죠. 액션 중에 말 많은거 안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여러번 몰입이 깨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최대한 팬심을 걷어내고 객관적으로 단점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들을 뽑아서 정리해봤어요... 아무래도 완벽한 정리는 아니겠죠. ㅋㅋㅠ
반면 솔직하게 팬심을 좀 섞어서 얘기해보면.... 지금까지 TVA 극장판으로 나온 영화들을 많이 본건 아니지만, 이만하면 개중엔 손꼽히는 퀄리티로 뽑힌 수작인 것 같습니다 ㅎㅎ
앞서 말했듯 누구에게나 추천할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소년만화에 익숙할 젊은 관객층에게는 꽤나 폭넓게 어필할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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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소년성장배틀작품들을 응축시킨 결과물로 보였습니다
초반 등장할때 저런 웃긴 캐릭터라곤 생각도 못했네요.
그리고 개봉작을 볼려고 왓차에서 티비 시리즈를 봤는데 전세대가 공감할 애니라기보단 조금 중2들이 좋아할만한 이야기인듯.
물론 기본 이야기 라인은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들이지만 아이들이 공감할만한 가족사를 많이 담고 있는게 특징인듯.
아무튼 약간은 편중된 영화가 일본 역대 1위라는건 개인적으로나마 살짝 아쉬운감도 들만한듯합니다.
(개인적으론 센과 치이로의 행방불명을 꽤나 좋아했는데 ㅋ)
그나저나 개봉일 봤는데도 4시대 영화를 보러가서 오티를 못받은건 아쉽네요. 작화가 너무 좋다보니 오티가 탐나던데 ㅎㅎ
객관적 장단점에 깊이 공감갑니다
티비판 절반정도 봤지만 저에겐 낯익음과 적응쉽지않은 낯설음이 공존하네요 ^^;
가장 큰 장점인 작화도 극장판이라니까 대단해 보이질 않고 그냥 당연해 보이기만 하고...
그래서 앞으로는 극장판이 나와도 집에서 티비로 보는걸로 결정을....ㅎㅎ
아직 귀멸의 칼날 보지 않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일본 소년점프 배틀물 만화의 클리셰들이 한가득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