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복스 잡담

코복스 스피치 씽.

1987년에 코복스사에서 내놓은 사운드카드... 아니 사운드카드라기엔 좀 애매하군요. (지금의 컴퓨터에서는 사라진) 프린터 포트에 끼워서 쓰는 보조 사운드장비였습니다.

아마도 IBM PC에서 처음으로 본격 PCM 사운드를 지원한 물건 아닐까 싶네요.

87년에 여러 사운드 장비들---MT-32, 애드립, CMS, IBM 뮤직카드 등이 일거에 등장했는데 코복스는 다른 것들과는 조금 성질이 달랐습니다. 다른 건 전부 스스로 소리를 합성해서 내는 장치들이었는데 코복스는 녹음된 소리를 재생하는 기계였습니다. 사블에서 FM칩 떼내고 효과음 내는 부분만 있는 거라고 생각하면 대충 비슷할 듯...? (뭐 사블이란게 CMS와 애드립과 코복스를 한데 묶어버린 물건이었다고 할 수도 있겠죠.)

코복스는 애드립에 비하면 게임회사들의 지원을 그닥 받지 못한 편입니다. 80년대말 90년대초에는 FM 음원같이 사운드카드에서 직접 합성하는(=PC의 파워를 덜 먹는) 방식의 소리가 대세였으니까요.

그대신에 모듈 음악이나 컴퓨터 데모를 만드는 사람들한테서는 환영받았습니다.

그리고 무시무시한 장점이 하나 있었는데... 너무나도 단순한 구조라서 부품 몇개만 사서 직접 납땜하면 몇천원 안되는 비용으로 자작할 수도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컴퓨터 잡지에도 제작방법이 실렸을 정도예요(물론 전 그걸 보고 따라해보지는 않았습니다.)

89년에 코복스와 비슷한 기능에다 FM 사운드까지 추가한 사블이 나오면서 코복스는 밀려나게되지만 91년에 엉뚱하게도 디즈니에서 코복스의 클론인 디즈니 사운드 소스를 내놓으면서 어찌어찌 연명하게 됩니다. 디즈니의 이름발로 DSS는 제법 팔렸다는 모양이고 게임회사들도 사블 지원하는 김에 같이 지원하자 해서 DSS를 지원하는 게임은 꽤 됩니다. 아주 드물게 사블은 지원 안하면서 DSS에서만 되는 게임도 몇개 있다고는 합니다.

도스박스에서는 코복스를 직접 지원하지는 않고있지만 DSS를 지원합니다. 어지간한 코복스 지원 게임들은 DSS와 호환된다고 하니까... 근데 뭐 어지간한 게임들은 사블도 같이 지원하니까 굳이 DSS를 선택할 이유야 뭐 없겠습니다만...

코복스만 지원하는 게임이... 심시티였던가...? 잘 기억 안나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