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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매] 간략후기

ji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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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무의 은혜에 힘입어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 배우 주연의 영화 <세자매>를 개봉 전 시사회로 미리 보았습니다.

<소통과 거짓말>, <해피뻐스데이> 등 개성 강한 영화들을 연출한 이승원 감독이 가장 화려한 캐스팅으로

가장 상업영화에 가깝게 만든 이 영화는 그럼에도 여전히 상처 받은 개인들을 중심에 놓습니다.

오랜 시간 지워질 줄 모르는 그 상처를 저마다의 태도로 대하는 세 자매의 이야기는

새롭지 않은 만큼 보편적인 마음의 고통을 강렬하게 토로하는 한편 애틋하게 위로합니다.

 

첫째 희숙(김선영), 둘째 미연(문소리), 셋째 미옥(장윤주)으로 이루어진 세 자매는 사이는 좋아 보입니다.

떨어져서 각자의 삶을 이어가다 보니 자주 연락하거나 만나는 건 아니지만 한번 만나며 살뜰하게 서로를 챙깁니다.

그러나 그들의 속은 각자 썩고 있으니, 그 썩어문드러져 가는 속내를 대하는 태도도 제각각입니다.

첫째 희숙은 살아오면서 가장 큰 마음의 생채기를 떠안았지만 입에 달고 사는 '미안함'과 죄스러움으로 감추었고,

둘째 미연은 겉보기와 다르게 위태롭게 흘러가는 일상을 칼같이 단정한 신앙심에 감추었고,

셋째 미옥은 이제는 그만 번듯해지고픈 마음을 걸핏하면 튀어나오는 심술과 투정에 감추었습니다.

애써 잘 지낸다고 다독이지만 실은 세월에 둔감해지며 주저앉고 있는 듯한 그 속내들을 부여잡고,

세 자매는 여지껏 그들은 그렇게 못살게 구는 상처와 다시 한번 마주하기에 이릅니다.

 

현재에 맞닥뜨리는 것부터 과거부터 괴롭혀온 것까지, 세 자매가 만나는 불행의 형태는 그리 색다르지 않습니다.

정작 색다른 것은 이 불행에 대한 세 자매의 각기 다른 자세인데, 사건의 흐름보다 이미 던져진 사건을 대하는

세 자매의 심리로 이야기 전반을 구성하며 긴장과 불안, 고통과 우스꽝스러운 웃음을 자아냅니다.

역동적으로 흘러가는 사건을 비추는 대신 그 앞에서 힘겨워 하는 세 자매에 집중하다 보니

명확한 자초지종이 보이지 않고 세 자매의 분투만 지켜보는 것이 실은 좀 힘들 수도 있습니다.

그것도 세 자매의 캐릭터가 보통 유별난 게 아니다 보니 감정 표현의 강도가 세기도 하고요.

유별난 세 자매의 캐릭터에 비해 그들 각자가 지닌 고충이 유별나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남이 보면 깃털 같은 상처가 나에게 무쇠 같은 건 누구나 마찬가지이겠죠.

한편으로 유별나지 않은 상처이기에 더 많이 깨닫게 되고, 더 부단히 벗어나려 노력할 수 있을테고요.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일생을 힘겨워 하는 세 자매의 모습이 한편으론 답답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 보면 그만큼 어린 시절의 상처는 평생 마음에 새겨지기도 하는 것일테죠.

그만하자고 고치자고 서로를 꾸짖거나 스스로 다짐해도 남아있는 버릇처럼 치유는 쉽지 않은데다,

어쩌면 평생을 안고 왔을 그 상처에 더는 다치지 않기 위해 알아서 먼저 비뚤어졌을 마음은

하루아침에 바로잡히거나 나을 수 없다는 걸 자매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입니다.

영화는 그들이 그 오래된 상처를 얼마간의 시간동안 극복하고 성장하도록 굳이 부추기지 않습니다.

다만 외따로 흩어진 채 행복을 가장하던 자매가 비로소 얼굴을 마주하고 함께 상처를 들여다 볼 때,

더는 홀로 앓거나 부러지지 않고 소리칠 곳, 마음 뉘일 곳을 발견하는 과정을 지켜볼 뿐입니다.

당장에 나을 수 없는 상처라면, 더 힘내어 그 상처를 견딜 수 있는 계기에라도 이를 수 있다는 희망이 보입니다.

 

이렇듯 고통을 고단하게 감내하며 애틋한 연대로 힘겹게 걸어가는 세 자매의 모습을

문소리, 김선영, 장윤주 세 배우가 강인하고도 치밀한 열연으로 절절하게 그려냅니다.

둘째 미연 역의 문소리 배우는 현재 붙든 행복이 깨질까봐, 예전부터 모른척해 온 아픔이 들킬까봐

신앙의 얼굴을 하고 속마음을 날카롭게 벼르는 미연의 깨질듯한 내면을 때로는 블랙코미디처럼,

때로는 섬뜩한 심리스릴러처럼 표현하며 완급 조절에 있어서 거의 신기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첫째 희숙 역의 김선영 배우는 아마도 가장 큰 상처로 가장 썩어가는 마음을 지녔을텐데도

가장 평온하고 소극적인 표정으로 그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인양 웅크린 여인의 꺾여가는 내면을,

눈물마저 말라버린 얼굴로 그려내며 오히려 보는 이의 마음에 절박하게 와 닿습니다.

셋째 미옥 역의 장윤주 배우는 불같은 성미를 수시로 내지르는 캐릭터로 비교적 웃음 포인트 역할을 하지만,

늘 보호 받아왔던 막내에서 이제는 누군가를 지키는 사람이 되고픈 착한 속내를 유쾌하게 보여주기도 합니다.

 

<세자매>가 건네는 위로에 다다르기까지는 녹록치 않은 감정의 파고를 헤쳐 나가야만 합니다.

소통이 복원되면서 내면의 상처가 치유되는 극적인 순간은 사실 매우 귀하다는 걸 영화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로 소리치며 감정을 토해내는 자매가 서로를 사랑하지 않는다고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게 마음을 외치는 그들의 얼굴에는 그 마음을 들어줄 서로가 있다는 일말의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 믿음 때문에, 모난 감정들이 굴러다닌 끝에 위로에 이르는 유별난 영화의 여정도 완성되는 것 같습니다.

 

익무 덕에 좋은 영화 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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