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신작 <소울> 후기 - 어떤 영화는 은은히 다가와 손을 잡아준다
<소울> 보고 왔습니다.
올해 첫 영화네요.
어떤 영화는 안에서부터 은은하게 퍼집니다.
보는 동안에도, 그리고 크레딧이 올라간 이후에도 한동안 자리를 뜰 수 없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어요.
하지만 영화 안의 세계와 현실이 완벽히 대응할 순 없기에
살아가다보면 그때 느낀 강렬한 감정은 쉽게 날아갑니다.
<소울>도 그럴 것 같습니다.
깊은 인상이란 말로는 부족할 정도로 영화에 흠뻑 취해서
집에 오는 길 내내 영화 속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았죠.
하지만 살면서 이리저리 치이다보면 이러한 느낌도 마치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리라는 것을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 <소울>은 살면서 처음 가져본 느낌을 건네준 영화의 의미로 영원히 남을 것 같습니다.
어떤 영화는 은은히 다가오는 것을 넘어서,
살며시 손을 꼭 잡아줍니다.
그 손을 잡으면서,
살아가는 동안 수도 없이 고민해왔던
풀리지 않은 의문, 마음 속의 응어리, 삶의 무게 등
내가 무엇인가 '짊어지고 있었다'고 생각한 많은 부분이 해소된 것 같았습니다.
여러 평을 보니 저와 비슷하게 생각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네요.
행복해지려면 남과 비교를 하지 말아야 한다, 열정을 가져야 한다 등등
삶의 의미가 행복이라고 규정하고 공식처럼 집어넣었던 많은 것들이 마음에 와닿지 않아서 체할 때도 있었어요.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 한다'라고 누누이들 이야기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못찾았고, 앞으로도 못찾을 것 같아서 조바심이 나기도 했구요.
하지만 영화 <소울>은 삶에 대해 어떤 방향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내가 무엇을 하든, 존재 자체에 대해 긍정하며 따뜻하게 맞아줘요.
그 순간 단 한 번도 와닿지 않았던 행복에 대한 문구들이 새롭게 다가왔고,
힘들었던 경험 이면에 간직한 재밌고 즐거운 감정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이젠 뭔가 다르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마치 이 영화가 살며시 다가왔던 것처럼, 삶에 대한 저의 태도도 천천히, 그리고 은은하게 바뀔 것 같은 희망이 생깁니다.
픽사의 상상력은 언제나 놀랍습니다.
<코코>나 <인사이드 아웃> 같이 한번쯤 상상해본 세계를 멋지게 시각화하는 재주는 여전히 인상적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상상력의 외피에 감추어진 깊은 통찰력에 더욱 더 매료되었던 것 같네요.
서로 취향이 달라서 영화 추천을 지인에게 쉽게 하진 않는 편인데
이 영화만큼은 꼭 주변 지인들이 보면서 각자의 느낌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익무 분들도 꼭 극장에서 보셨으면 해요 :D
★★★★★
추천인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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