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 1984' 후기 - 엉망진창 와중에도 고이 간직한 따뜻함의 진심
<원더우먼 1984> 보고 왔습니다.
1편을 재밌게 봤어요.
때로는 바보 같을지라도 꿋꿋하게 올바름을 추구하는 원더우먼 캐릭터도 마음이 들었지만
옆에서 보조하는 남자 주인공 스티브 트레버와, 이를 연기하는 크리스 파인의 연기, 그리고 두 주인공이 만드는 아름다우면서도 가슴 아픈 이야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그런데 근본은 액션 영화임에도 액션이 크게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없네요.
2편도 1편의 장단점이 그대로 나타납니다.
좋게 말하면 잘하는 것은 그대로 유지했지만, 반대로 말하면 아무것도 나아지지 못했다는 거죠.
여전히 스티브 트레버는 매력적이며, 원더우먼과 스티브 트레버의 이야기는 어떤 히어로 영화에서도 보기 힘든 애틋함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영화의 특정 장면에서 더욱 그랬구요.
그러나 여전히 액션은 아쉽네요. 오히려 전편보다 퇴보했다고 봐야할 것 같아요.
80년대 특촬물스러운 심심한 구성은 둘째치고, 타격감이나 파괴력 등 원더우먼의 '힘'을 드러낼 수 있는 장치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두 영화 연속으로 이러는 것을 봐선 패티 젠킨스가 타격 액션 연출에 일가견이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오프닝의 데미스키라 시퀀스는 정말 좋았거든요.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웅장한 한스 짐머의 음악, 신세계의 멋진 전경, 그리고 다이나믹한 장면 구성까지...150분 대작을 기대하게 하는 최고의 시작이었습니다. 근데 시작이 반...이 될줄이야 ㅎ
개별 씬은 좋은데 전체적으로 유기적인 연결이 부족합니다.
호평했던 데미스키라 장면도 사실 영화 전체적으로 보면....필요하긴 했지만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쏟은 느낌은 없잖아 있었거든요.
빌런 두 명의 서사에 좀 더 신경을 썼어야 그들이 잡고 있는 욕망의 끈, 분노 이런 감정들이 훨씬 더 잘 와닿았을텐데
각본으로 보조를 해주지 못해서 배우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보통 이런 유형의 영화는 안좋아하는 편이라 그동안 혹평을 가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원더우먼 1984>는 이상하게 마음에 드네요.
무려 2시간 30분이라는 기나긴 러닝타임을 이렇게 낭비적으로 쓴데에 비판하고 그랬을텐데
이 영화는 딱히 그러고 싶진 않습니다.
마치 주인공 원더우먼처럼, 영화가 꿋꿋하게 견지하는 그 희망적인 태도가 정말 마음에 들었던 것 같아요.
특히나 요즘같이 혼란한 시국에 잃어가고 있는 소중한 것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해주어서 참 좋았습니다.
액션 영화, 하다못해 가장 기본인 장편 영화로서도 좋은 점수를 주긴 어렵지만
'히어로 영화'로서는 참 좋았습니다.
영웅이란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라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이전의 세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라는 희망을 잠시나마 느꼈거든요.
영화의 소재가 미묘합니다.
소원을 들어주는 돌, 드림스톤.
영화 안에선 각자 원하는 소원이 다르다보니 이해충돌로 혼란이 발생하는데요.
반대로 생각해보면, 모두가 단 한 가지 소원을 염원한다면 딱히 혼란이 발생하지도 않고 평화가 찾아오지 않을까요?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인데 말입니다.
세상 모두가 단 한 가지를 간절히 바라는 순간.
마치 연말 선물 같았던 영화의 엔딩 장면 이후, 바로 이어서 허무하게도 텅빈 극장 안을 바라보니 그 '소원'을 더욱 염원하게 되더라구요.
부디 내년 연말엔 그 바램이 단지 소원에만 그치지 않길 바랍니다.
★★★☆
추천인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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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액션이나 다른건 제치더라도 영화의 드라마는 참 좋아요. 오프닝에서 다이아나에게 강조하던 '진실'의 소중함과 그것을 깨달아 가는 다이아나의 성장 과정, 인류를 향한 보편적 사랑, 마지막의 여느 로맨스 영화보다 뒤지지 않는 따뜻하고 감성적인 마무리까지 영화 메시지는 정말 좋아서 오히려 1편보다 많이 보게 되는거 같아요 어느덧 내일이면 4회차 갑니다!
구상은 찬찬히 살펴보면 갖출건 다 갖춰져 있어서 정말 훌륭한데 구현에는 서툴러서 실패한 영화라고 할까 볼수록 정말 아쉬운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