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크 봤습니다. 넷플릭스 번역...
영화 내외적으로 아쉬움이 한가득인 영화였습니다만 이상하게 한 번 더 봐야겠단 생각이
며칠째 머릿속을 맴돌고 있어서 왜 그런지 이 게시글을 통해 곰곰히 따져볼까 합니다.
우선은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고 대사가 끊이질 않는데 심지어 대사와 대사 간에 호흡까지 무척 짧아서
흡사 아론 소킨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주거니받거니 하는 씬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요.
여기다 넷플릭스 특유의 직역 위주 번역과 많은 자막량 때문에 이야기의 구조를 따라가는 데만 해도 상당한 피로감을 유발한다는 점과
미국 근현대사에 대한 지식 없이는 좀처럼 공감하기 힘든 경제/정치 관련 묘사를 꽤 많은 분량을 통해 할애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치 테넷을 보는 것과 같은 기분을 느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종국엔 저 인물들이 왜 저렇게 화를 내고 갈등을 빚는 것인지
관심에서 멀어져 버리게 된 거죠.
등장인물뿐만 아니라 영화사, 언론사, 출판사, 작가협회, 정치인 등 고유명사가 좀 많이 나와야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백 촬영이라는 레이어가 한겹 덧씌워진 배우들의 경우, 맡은 배역과 아주 찰떡 같아서
내러티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도 몰입이 되는 기현상을 경험하기도 했습니다.
맹크 역을 연기한 배우가 게리 올드만이고 여배우 역은 아만다 사이프리드, 아저씨는 찰스 댄스, 속기사는 릴리 콜린스...
이런 인식들이 어느 순간 희멀건해지면서 영화가 묘사한 시대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마법과도 같은 순간들을 맞게 된 것인데요.
원인이야 당시 시대상과 영화계 뒷이야기를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나
교차 편집이 너무나도 절묘하고 현란해서 그 리듬에 몸이 절로 실어졌던 것을 체감했기 때문이겠지만
역시나 대배우에게 한 씬만 100테이크를 연기하게 만들 정도로 완벽주의자인 데이빗 핀처라는 컨트롤 마술사에게 농락당한 것이 아닌가란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사실 유명 영화나 작품, 사건의 뒷이야기를 픽션과 함께 재구성한 영화들은 뻔하디뻔한 내용이고 시간대를 아무리 뒤섞어놔도
익숙할 대로 익숙해진 구성일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이야기를 제대로 파악 못 하고도 이 정도로 깊은 인상을 준다는 점에서 역시 데이빗 핀처는 스토리텔러라기보다 비주얼리스트라는 것을 방증합니다.
단순히 등장인물이 등장하고 퇴장하는 등 아무것도 아닌 씬마저도 리듬감 있게 그려내는 감독이라
새삼 느끼지만 데이빗 핀처는 지루할 틈이 단 한 순간도 없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 아닐까란 생각을 해보게 되었어요.
같이 일하면 피곤한데 감상자 입장에선 한없이 즐거운 ㅎㅎ
p.s. 넷플릭스 번역이 워낙 장황하고 직역 위주라 오역과 의역으로 논란을 부르는 그분 자막이었으면 어땠을까란 생각을 쓸데없이 해보았습니다. 그분이 번역한 소셜 네트워크를 꽤 만족스럽게 봤던지라... 그때만 해도 후려칠 거 다 쳐내고 의역으로 퉁쳐도 뭐라 하는 사람이 없던 때라 모르고 넘어간 부분이 있을진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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