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 스위트홈] 간략후기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위트홈>을 보았습니다.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의 히트작을 내놓은 이응복 PD의 연출작으로도 화제를 모은
이 10부작 드라마는 넷플릭스가 제작한다는 게 특히 잘 어울리는 케이스인데, 회당 30억원에 달하는
거대 자본을 들였으면서도 지상파는커녕 케이블도 수용하기 힘든 수위의 비주얼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다음 시즌까지 내다볼 긴 호흡의 드라마이다 보니 아쉬운 만큼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되는 점이 일부 있으면서도,
흔히 괴수물, 신체변형물이라 부르는 장르의 드라마가 한국에서 한국 배우들에 의해 한국어 대사로
이 정도 규모와 퀄리티를 갖추어 나온다는 게 격세지감으로 느껴지기도 해 흥미로운 작품이었습니다.
고등학생 소년 차현수(송강)는 사고로 가족을 모두 잃은 후 '그린홈'이라는 오래된 아파트로 이사 왔습니다.
학교에서도 폭력적인 따돌림에 시달리며 은둔형 외톨이로 지내 온 현수는 살 의욕을 애저녁에 포기하고
죽을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때마침 세상이 먼저 망하고 맙니다.
정체불명의 감염자들이 속출하며 세상이 혼란이 빠지고 국가는 무정부 상태에 접어든 것입니다.
갑자기 봉쇄된 아파트는 그 덕에 아직 살아있는 주민들이 있지만 그 어떤 전염과 감염 경로도 알 수 없이
욕망 자체가 만들어내는 바이러스는 불시에 아파트 주민들을 엄습하고, 주민들은 힘을 합쳐 살아나가야만 합니다.
외부에서 온 조폭 비주얼의 편상욱(이진욱), 특전사 출신의 소방교 서이경(이시영),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매 이은혁(이도현)과 이은유(고민시), 현수 윗집에 살며 음악 일을 하는 윤지수(박규영),
독실한 크리스천 국어교사 정재헌(김남희), 최연장자 어르신 안길섭(김갑수)과 그를 간호하는 박유리(고윤정) 등
다양한 이웃들을 만나면서 현수는 점점 살고 싶어지고 사람들을 구하고 싶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욕망이 사람을 과물로 만드는 세상에서는 사람으로 죽거나, 괴물로 살아남거나 둘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킹덤>, <인간수업>을 이을 넷플릭스표 다크 K-드라마로 주목했던 작품이지만,
<스위트홈>은 기본적으로 앞서 언급한 두 작품보다 훨씬 높은 수위의 비주얼을 자랑합니다.
감염자들이 저마다의 욕망에 얽혀 기이한 모습으로 변하고, 그 기이한 모습으로 아비규환의 현장을 만들기도 하며,
때로는 언제 괴물이 될지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폭력이 자행되는데 드라마는 그 표현에 거리낌이 없습니다.
영화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과감한 영상들이 보다 긴 호흡의 드라마 안에서 전개되며 상당한 임팩트를 줍니다.
그런데 이런 살벌한 비주얼 안에서 전개되는 드라마는 지극히 인간적입니다.
소수의 영웅이 활약하는 이야기도, 아포칼립스 속에서 배신과 암투가 넘실대는 이야기도 아닌,
다만 좀 많이 극단적인 상화에 내몰렸을 따름인 보통 이웃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다른 블록버스터 드라마들에서는 단역으로 지나쳤을 가능성이 높은 인물들에게 이름과 서사가 부여됩니다.
아파트가 멀쩡했을 때에는 구색 맞추기처럼 공동체에 자리했을 사람들,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 때에는
아웃사이더로 살아갔을 사람들이 여기서는 이야기가 움직이고 뻗어나가게 하는 축이 됩니다.
이미 충분히 나쁜 세상에서, (모두는 아니지만) 그들 대다수는 자신마저 나빠지기를 거부합니다.
그들은 반목하고 대립하여 안에서 갈등을 만들기보다 외부의 위기에 맞서 힘을 합치고 성장하기를 택합니다.
누군가는 처음에 미미했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며 분명한 자취를 남기기도 하고,
누군가는 처음의 이미지를 깨버리고 갈수록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드라마의 화자는 분명 현수지만 현수의 역량적, 성격적 성장은 홀로 활약해서만으로 이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이런 사람들 사이에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기에 이뤄낼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처지의 인물들 각자와 그 사이에서 형성되고 자라나는 갖가지 감정선이 군상극으로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세상이 망하자 오히려 살고 싶어 세상 밖으로 나온 현수가 그렇듯, 이웃의 얼굴과 이름도 모르며 사는 시대에
오히려 파국에 이르자 서로의 존재를 알고 나의 역할을 깨닫는 이야기가 꽤 울림을 남깁니다.
참신한 크리처 구현과 그에 걸맞은 과감한 표현력, 그와 대비되는 인간적인 캐릭터와 에피소드가 장점이라면
다소 아쉬운 부분 또한 있는데 음악과 대사 연출 부분이 그렇습니다.
가장 말이 많이 나오는, LOL 게임 주제가로도 잘 알려진 Imagine Dragons의 'Warriors' 사용의 경우
'우리가 이 마을 만든 전사들'이라는 가사도 있고 하니 맥락을 봤을 때는 적합한 곡 선택이긴 하나,
너무나 잘 알려진 곡이고 그렇다고 클래식으로 꼽을 만큼 오래되지도 않다 보니 몰입을 좀 해치게 된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래퍼 비와이가 부른 주제곡 등 드라마 속에 여러 OST 넘버들이 삽입되는데,
극의 분위기에 맞게 유연하게 변주되거나 조율된다기보다는 융통성 없이 단순히 투입된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꼭 웹툰이 원작이라서 그런 건 아니겠지만) 구어체로 하기에 어색한 대사들도 종종 있었는데,
배우들의 연기 역량이 이만큼 안정적이지 못했다면 또 하나의 진입 장벽이 될 수도 있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도 이런 일부 불안 요소들을 뚫고서 저마다의 존재감을 충실히 발휘해낸 배우들을 발견해 즐거웠습니다.
주인공 차현수 역의 송강 배우, 이은혁 역의 이도현 배우, 이은유 역의 고민시 배우, 윤지수 역의 박규영 배우,
정재헌 역의 김남희 배우, 박유리 역의 고윤정 배우 등 앞으로를 기대케 하는 유망주 배우들의 호흡이 돋보였으며,
편상욱 역의 이진욱 배우, 서이경 역의 이시영 배우, 안길섭 역의 김갑수 배우, 한두식 역의 김상호 배우,
차진옥 역의 김희정 배우 등 다소 낯선 극의 분위기를 묵직하게 잡아주는 선배 배우들의 무게감도 좋았습니다.
규모나 소재 면에서, 또한 같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라는 점에서 <킹덤>과도 비교할 수 밖에 없는데
<스위트홈>은 원작이 있는 드라마이지만 스토리가 아주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다고는 보기 힘듭니다.
일단 이번 첫 시즌만으론 이야기가 아파트 내부 이웃들 이외의 범위로 충분히 뻗어나가지 못한 것도 있고,
상당히 많은 인물들이 등장해 풀어놓는 각자의 이야기가 아직 충분히 뿌리내리지 못한 것도 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 점에서 <스위트홈>은 (그 여지를 스스로 남겼지만) 필히 다음 시즌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고,
그 다음 스텝에서 이번 시즌을 통해 느낀 임팩트 이상의 탄탄한 에너지를 더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추천인 8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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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이 여진구인줄 알았네요. 너무 닮았어요.
시즌 2에선 피드백 잘 소화해서 좋은 선곡, 좋은 각본으로 호평 받았으면 합니다.^^
[오징어 게임], [킹덤 : 아신전] 기대 중입니다
넷플릭스는 [킹덤] 시즌 3, [스위트홈] 시즌 2 얼른 제작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