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다른 결(?)의 연말 영화 한 편 추천합니다!
감독님이 워낙 유명하신 분이기도 하고, 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 이력이 있어 아마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거나 들어보신 작품일 텐데요!
바로 마이크 리 감독의 <세상의 모든 계절>이라는 영화입니다.
'연말'하면 보통 알록달록한 트리 장식, 거리에 울려 퍼지는 캐럴(요즘엔 거의 듣기 힘들죠..), 크리스마스, 왁자지껄한 송년회, 파티, 모임, 연인, 가족 등...
듣기만 해도 행복한 감정이 마구마구 피어오르는 이미지들로 가득합니다. 연말 영화 하면 떠오르는 대표작들에서 단골로 쓰인 소재들이기도 하죠.
그러나 본 영화는 이러한 이미지들과는 다소 배치되는 이야기를 담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말 영화로 추천하는 이유는 영화 속에서 흐르는 '외로움'이라는 테마가 영화 속 계절이 겨울에 이르렀을 때 가장 극명하게 두드러지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감독이 대놓고 의도한 부분이기도 한데, 겨울에 이르러서 급격히 달라지는 화면톤에서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모두가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는 현장 속에 함께 있지만, 나는 그들과 절대적으로 같은 행복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을 때 스며드는 외로움. 그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기에 너무나도 탁월한 계절이죠.
아직 안 보신 분들을 위해 최대한 스포를 자제하고 간단하게 등장인물을 설명하겠습니다.
여기 보이는 다정하고 인자한 인상의 부부는 '톰'(우측 인물)과 '제리'(좌측 인물)입니다. 앙숙의 관계가 아니라 정말 극중 인물들의 이름이 톰과 제리예요(^^)
그리고 이 인물은 '메리'로, '제리'의 직장 동료이자, 톰과 제리 부부, 그리고 그의 아들 '조'와도 굉장히 친숙한 인물로 나와요.
톰과 제리 부부에겐 잘 가꾸어진 정원과, 소박하지만 알찬 텃밭, 안정적인 직장, 아늑한 부엌,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아들 '조', 그리고 무엇보다 부부간의 사랑과 유대라는 가장 큰 행복이 있습니다. 하지만 미혼인 메리는 난잡하게 방치된 정원이 딸린 조그만 집과 툭하면 고장이 나는 빨간 중고차 한 대, 술과 가끔 피우는 담배가 가진 것의 전부죠. 그나마 그럭저럭 안정적인 직장이 그녀가 가진 것 중 가장 나은 것처럼 보입니다. 이외에도 더 많은 인물들이 있지만, 그 인물들은 소개하는 것만으로도 스포가 될 여지가 있어 따로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사실 본 영화에는 딱히 선한 사람도, 악한 사람도 없습니다. 각자가 놓인 환경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의 절대적인 총량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따라서 각각의 인생을 살아가는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의 변화와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더욱더 고립시킬 수밖에 없는 소외된 개인의 감정에 주목해서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사정 상 이번 연말의 대부분을 집에서 혼자 작업하며 보낼 예정인 저에게는 서러울 정도로 쓸쓸하게 느껴지는 영화였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부정적인 감정을 다룬 영화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마치 아무도 몰라주나 싶었던 내 마음을 영화가 알아주고 위로해 주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큰 폭의 감정 변화 없이 담담하며 지극히 개인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분명 즐겁게 감상하시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모두들 따뜻한 연말 되세요!
추천인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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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고맙습니다. 추천 굿!!!!
겨울이 가기 전에 꼭 챙겨보시길 추천합니다! 풍성한 연말 되세요 :)
감독의 전작과도 다른 분위기의 영화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