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규환] 봤어요 늦었지만 리뷰 올립니다 (스포 약간~)
막차로 애비규환을 보고 왔습니다. 막차라 그런지 관에 사람이 엄청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20여명 내외로 있었던 것 같아요. 올해 본 한국 영화 중에 1등은 아니지만 탑5에는 들 것 같네요. 속도위반 임산부가 아빠 찾는 이야기라고만 알고 가서 당연히 임신한 아기의 아빠??를 찾는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물론 그 애기 아빠 찾는 내용도 있습니다만 임산부인 토일이의 친부를 찾는 내용이었습니다.
토일이와 아빠의 사자성어 배틀부터 명장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렇게 목전지계 할 일이 아니라는 아빠의 말에 왜 그렇게 견문발검을 하냐는 토일이의 대답까지. 그리고 옆에서 ????? 투성이인 호훈이까지 정말 완벽했습니다. 제목부터 아비규환을 애비규환으로 꼰 영화다운 오프닝 아니었나 싶어요. ㅋㅋㅋㅋ 그리고 정반대인 호훈이네 집. 여자네 집이 아니라 남자네라 환영하는 분위기라는 호훈이 엄마의 말. 그럴 수도 있겠지만 호훈이네 부모님이 워낙 유쾌하시던데요. 두분 호흡이 아주. ㅋㅋㅋㅋ
지역과 직업, 최씨라는 세 개의 단서를 가지고 토일은 임산부의 몸으로 친부를 찾으러 나섭니다.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보다는 수월하지만 그래도 어려운 미션을 시작합니다. 아빠를 찾는 방법은 최씨 기술가정 선생님을 찾아가서 졸업생이라고 한 뒤 딸 이야기를 꺼내며 떠보는 식이었습니다. 물론 쉽지만은 않았죠. 미혼인 선생님, 내연녀라고 착각하는 선생님 부부도 재미있었고요. 중간중간 토일이를 키워준 아버지가 걱정하는 모습이 겹치면서 마음이 찡했어요. 마지막으로 본인 아빠라고 확신한 선생님이 사실은 슬픈 사연을 가지고 있는 선생님이라는 걸 알았을 때의 그 감정이란.. 그리고 친부를 정말 엉뚱한 곳에서 만납니다.
고대하던 친부와의 만남이었지만 모든 만남이 좋게 풀리지는 않죠. 서울로 돌아온 토일이는 사라진 호훈이를 찾아나섭니다. 그리고 친부가 토일이를 찾아오면서 어색한 4인조가 결성됩니다. 배드민턴장에서 동호회 사람들과 약간의 말다툼이 벌어지는데 다들 성격이 화끈했습니다. ㅋㅋㅋㅋㅋ 호훈이를 찾은 뒤 호훈이 부모님까지 등장하시는데 우당탕탕 상견례 아니었나 싶어요. 토일이의 두 아버지 연목구어님과 기사님까지 다 계셨으니까요. 우여곡절 끝에 토일이는 결혼을 합니다. 본인의 친부모처럼 결혼을 망칠까 봐 겁이 났지만 엉망이 되면 다시 시작하자는 쿨한 마음으로요. 영화에서는 결혼이었지만 모든 일이 그렇지 않나 싶어요. 처음에는 다 실수를 합니다. 하지만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죠. 그리고 모든 일이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것.
왜 그랬냐는 토일이의 물음에 나라고 그러고 싶어 그랬겠냐는 엄마의 대답을 들으며 작게나마 공감을 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도 부모의 역할이 처음이니까요. 진짜 첩첩산중 대환장 파티인, 누가 보면 콩가루일 수 있는 이 집안이 귀여워 보이는 건 서로에 대한 사랑과 이해 덕분인 것 같습니다.
웃긴 포인트도 정말 많았습니다. 제기 닦으면서 이렇게 공을 들이는데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냐는 토일이와 할머니의 대화, 무슨파 몇대손까지 따지고 모든 게 자기 탓이라는 할아버지가 아이폰 쓰시는 장면, 토일이의 고스족?? 막나가는 사춘기 시절, (교복 입은 토일이가 5초정도 나오는데 상속자들 찍던 에프엑스 크리스탈이 떠오르더라고요.. 나만 늙지.. 나만..) 스님이 스타벅스 커피 연상되는 초록 빨대 물고 나타나는 장면, 결혼식장에서 그 스님이 피아노 치면 장면까지. ㅋㅋㅋㅋㅋㅋㅋ 옆에 같이 보시던 분은 여기에서 빵 터지시더라고요. 역시 이런 영화는 웃음 코드가 비슷한 분과 봐야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토일이가 친부를 만나고 문앞에 캐리어를 두고 갔잖아요. 서울로 가는 버스 안이나 집에 도착했을 때 그 캐리어가 같이 있었다면 웃겼을 것 같았거든요. 친부에게 다짜고짜 질러놓고 다시 캐리어 가지러 가는 그림 웃기잖아요. ㅎㅎ 집에 들어갔을 때 없길래 오 어떻게 하지 싶었는데 그게 재회의 매개체로 쓰인다는 점이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이혼부터 재혼과 속도위반까지 어떻게 보면 가정사에 흉이 될 수 있는 모든 사건들을 겪은 가정 이야기지만 정말 편하게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따뜻한 영화라 기분 좋게 관람하고 나왔네요. 소소한 포인트들도 많고 좋은 영화인데 코로나 때문에 이렇게 그냥 지나가버려 아쉽습니다. ㅠㅠ감독님과 출연한 모든 배우들 앞으로 좋은 작품에서 만나길 기대합니다. 사심 담아 정수정 배우님, 장혜진 배우님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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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사 나올 때 빵 터졌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