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크 간단 소감.
핀처의 맹크를 드디어 보았네요!
이 영화는 시민 케인의 각본가인 맨키비츠를 다룬 작품입니다.
저는 시민 케인을 (굳이 투박한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작품이지만)불가해한 인간 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https://extmovie.com/movietalk/60808594
핀처 부자는 이 영화를 만들면서 시민 케인의 핵심을 잘 담아내었습니다.(제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지는 않지만요)
이 영화 역시 시민 케인처럼 여러 시간대를 교차하는 구조를 기본으로 합니다. 영화 시민 케인이 직선적인 시간순서가 아닌 작법을 구사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납득이 가는 선택입니다. 선형적인 순서가 아니라 파편화된 시간으로 맹크라는 인물의 인상을 그려내려는 시도였겠죠.
이 영화가 흑백으로 촬영된 이유는 아마도 그 당시 30년대 영화의 질감을 위해서일 것입니다. 화질이 어그러지는 듯한 모습, 디졸브의 사용,고풍스러운 캘러그래피도 그것에 기여합니다.
그러면서도 이 작품이 그 시기의 빛과 그림자를 다루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흑백으로 담을 때 더 선명해지는 어둠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지 아닐까라는 개인적인 생각이 드네요. 전체적으로 콘트라스트도 강하더군요.
영화서 주로 담는 것은 게리 올드만의 얼굴입니다.
주인공이기도 하고 존재 자체만으로 영화가 되는 배우니 당연하겠지요.
흑백의 대조서 어둠을 머금고 있는 그의 얼굴이 이 영화의 핵심입니다.
동시에 그는 주로 옆얼굴으로 등장할 때가 잦은데요.
아마도 이는 우리가 그의 전체모습을 알 수가 없음을 표현하는 연출일 수도 있겠다는 과잉해석을 하게되네요. (아닐 수도 있으니 그냥 넘기세요. 제가 잘못 본 것일 수도 있습니다.)
맹크가 윌리한테 조롱을 당한 후 나갈 때의 모습을 롱쇼트로 잠깐 잡아내는 장면은 압도적 권력 앞에 무력한 양심,예술을 담아낸 것처럼 보입니다.
맹크가 메리언한테 한 부탁이 거절당하고 인사하는 모습을 창을 사이로 두면서 잡는데 이는 어느 정도 서로를 이해하던 그들이 중요한 순간 다른 사람들임을 표현한 것이면서도 순간적으로 카메라와 맹크 사이에 장애물을 두면서 그의 무력감을 보여주고자 한 연출로 사료됩니다. 중간중간 삽입되는 차가 계속 움직이는 장면들은 맹크가 어찌할 수 없는 힘의 흐름임을 드러내고 냉소적인 웃음을 흘리며 걷는 그의 뒷모습을 연이어 찍은 것도 그 때문이겠지요.
이런 장면들과 셸리의 일화까지 보자면
이 작품은 자본과 권력에 압도당한 무기력한 예술,양심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그러면서도 지킬 수밖에 없는 예술의 지점을 사수하고자하는 예술가의 의지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앞에서 시민 케인은 인간의 불가해함을 다룬 영화라고 말했습니다. 중간에 왜 허스트냐 라는 질문에 맹크는 원숭이 일화를 얘기합니다. 하지만 영화의 플래시백은 그것을 바로 보여주지 않습니다. 바로 장면을 붙였다면 시민 케인은 단 하나의 이유로 쉽게 요약되버립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음으로써 영화는 예술의 이유를 물음표의 영역에 담아두네요.
걸작과 인간에 대한 예우이지 않을까. 쉽게 재단하지 않는 판단하지 않는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이 작품서는 인상적인 줌인이 여럿 있습니다.
시민 케인의 원고에게 다가가는 인서트숏
왜 허스트냐는 질문에 답하는 맹크
그리고 솔직히 자신의 신념을 이야기하는 어빙의 모습
이 세가지 모두 우리가 응시해야할 것들이라는 의미라는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위대한 예술, 혹은 마지막 남은 예술의 지점, 자본과 권력에 잠식당해 프로파간다와 무기로 전락한 예술이든 우리가 바라보아야할 중요한 부분들이라는 뜻으로 저는 해석하고싶네요.
그것이 흑백의 화면서 우리가 보아야할 빛과 그림자이고 영화이며 삶이고 인간이니까요.
이 영화가 딥포커스를 사용한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피사체에 초점이 맞게 함으로써 그것들을 모두 솔직히 보여주는 연출이고 섣부른 강조로 인간을 판단하지 않으려는 태도이겠지요.
동시에 그 당시 할리우드,시대,인간의 빛과 어둠 모두 직시하려는 연출입니다.
보고 바로 쓰는 거라 틀린 것도 많고 다 저의 부족한 통찰에서 비롯된 자의적인 해석일테니 너그럽게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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