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0
  • 쓰기
  • 검색

[안티고네] 어느 한쪽의 입장으로 치우치지 않아서 신선하고 좋았던 영화 - 약스포

스마트
677 3 0

영화 못잖게 연극을 좋아하는지라 이번에 개봉한 영화 '안티고네' 는 내겐 익숙한 작품이었다.

연극으로만 안티고네는 3번쯤 접한 것 같으니까. 물론 영화 '안티고네' 는 그리스 신화를 다룬 작품이 아닌

현대의 캐나다의 이민 가족이 배경이지만 그 주인공 이름이 '안티고네' 라는 것은 이 영화에 어떤 내용이 담길 것인지를

예상할 수 있다. 먼저 우리가 이름은 어디서 들어본 듯한 '안티고네' 라는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를 알아두면 좋은데

 

483px-Antigoneleigh.jpg

<프레더릭 레이턴이 1882년 그린 신화 속 안티고네의 이미지>

 

안티고네는 우리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는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 왕의 딸로서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눈을 찔러 장님이 된 후 그의 곁을 끝까지 지킨 딸이다. 그녀의 인생은 비극적으로 막을 내리는데

두 오빠 폴리네이케스와 에테오클래스가 왕좌를 둘러싸고 전쟁을 벌이다 둘 모두 사망하고 만다.

 

이 둘이 죽고 정권을 잡은 이는 안티고네 형제들의 숙부 크레온. 그는 에테오클래스의 어린 아들을 대신하여 섭정에 올랐기에

에테오클래스에겐 성대한 장례식을 치뤄주지만 폴리네이케스에겐 장례를 허락치 않고 들판에 버려 썩게 둘 것을 명한다.

 

그러나 안티고네에겐 폴리네이케스도 소중한 가족. 크레온의 명령을 어기고 폴리네이케스의 시체에 모래를 뿌려 장례의식을 행하였고

이에 격노한 크레온은 사형을 선고하고 무덤 안에 산채로 가두고 안티고네는 목을 매 자살한다.

 

movie_image.jpg

<영화 안티고네의 포스터가 그리스 신화 안티고네와 비슷한 버전이 존재하는지 알 수 있다>

 

이상이 간단한 안티고네 스토리인데 이렇게까지 몰라도 된다. 간단하게 안티고네는 가족[특히 남성 형제들]을 위하다가

본인의 인생마저 비극적으로 끝나버린 여인이고 이 영화도 그런 내용일 것을 암시하고 있다.

 

영화의 배경은 캐나다 몬트리올. 여기 알제리 이민자 가족인 안티고네 패밀리가 있다.

부모님은 조국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고 할머니와 두 오빠, 미용실을 내는 것을 꿈꾸는 언니와 할머니 이렇게 다섯 식구다.

 

많은 것이 부족하고 힘겹지만 각자의 꿈을 꾸며 캐나다에 정착해 살길 바라던 이들에게 큰 비극이 닥친다.

큰 오빠 에테오클래스가 경찰의 총에 사망하고 그것에 항의하던 작은 오빠 폴리네이케스가 구속된 것.

 

작은 오빠는 이번 일로 인해 캐나다에서 모국으로 강제 추방될 예정이고 그렇게 되면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진다는 생각에

안티고네는 머리를 깍고 문신을 해 가며 위장을 해서 면회를 간 틈에 바꿔치기를 시도해 대신 감옥에 들어가고

폴리네이케스가 미국으로 넘어갈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준다. 작은 오빠가 무사히 도망가고 나면 미성년자인 자신은

추방까지 되지는 않을 것으로 계산한 것. 금세 발각된 안티고네의 행동은 언론에 의해 대서특필되고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안티고네는 SNS를 타고 저항의 상징이자 영웅이 되어 간다.

 

내가 이 영화가 정말 신선하고 좋았던 것은 요즘 나오는 여타의 영화들과 달리 어느 한쪽의 입장만을 대변하거나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단정짓고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간단히 예를 들어보자.

메르켈의 독일은 난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트럼프의 미국은 국경에 장벽을 쌓아 이민자들을 막았다.

 

힘없고 약한 사람들은 도우는 것이 옳으니까 독일이 옳고 미국이 잘못된 것이다. 라고 단정지을 수 있을까?

결코 아니다. 휴머니즘으로, 이상적으로 생각하면 그럴 수 있지만 현실은 결코 그럴수는 없다.

누군가의 선의로 한 행동이 누군가에겐 씻을 수 없는 비참한 결말로 다가올 수도 있다.

각자에겐 각자의 사정이 있는 것이기에 섣불리 옳고 그름을 재단할 수 없는 것임에도 지금의 시대는 네편 내편,

옳고 그름을 너무 선명하게 그어놓고 그 잣대에 어긋나면 서슴없이 비난을 퍼붇는다.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서 최근 보기드문 중립을 지킨 영화였다. 내가 이 영화를 보는 동안 시시각각 마음이 변함을 느꼈다.

 

초반 경찰의 과잉대응으로 인해 에테오클래스가 사망하고 폴리네이케스를 추방한다고 할 때 분노했다.

그런데 이들은 알고 보니 마약을 팔고 폭력을 저지르는 범죄조직의 일원[특히 형은 높은 위치]으로

캐나다 사회 입장에서 볼 때는 자신들에게 하등 도움이 안되는 내쫒아야 되는 존재가 맞았다.

 

안티고네의 행동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가족을 위한 행동이라지만 그녀의 행동은 범법행위이며,

사회적 입장에서 봤을 때는 감옥에서 벌 받아야 할 마약상이 탈옥해서 또 다른 범죄를 일으킬 지 모르는 골치아프고 불안한 사건일 뿐이다.

 

하지만 다시 인권의 문제가 떠오른다. 그들을 이렇게 만든 것은 난민과 이민자에게 너무나도 가혹했던 이 사회 때문이 아니었는지?

이대로 추방되면 목숨을 잃을지도 모를 그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베풀어야 하는 것인 아닌지?

 

그런데 마지막 부분 다시 한번 반전이 생겨난다. 안티고네가 자신을 희생해서 살리려 했던 폴리네에케스는

동생의 희생으로 얻은 기회마저도 너무나도 허망하게 날려버리는 구제불능의 인물이었을 뿐이다.

이런 이민자들을 구태여 끌어안을 필요가 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이렇듯 영화를 보는 내내

안티고네의 입장에 동조됐다가 캐나다 사회의 입장에 동조됐다가 내 마음조차 오락가락했다.

 

우리나라도 현재 제주도에 입국해 있는 난민들이나 조선족 관련 문제가 심심치 않게 거론되고 있다.

그리고 그때마다 우리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고 인도적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 VS

자국민도 먹고 살기 힘든판에 왜 우리가 세금을 지원해 가며 위험을 감수하고 살아야 하냐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런 시대와 환경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 이야기는 바다 건너 외국의 이야기만이 아닐 수도 있다.

바로 내 이웃에서, 내가 사는 이 곳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이야기이니만큼 많은 이들이 막 내리기 전에 이 영화를 만나봤으면 좋겠다.

 

KakaoTalk_20201201_101435897_12.jpg

 

동네 극장에선 제대로 상영을 해 주지 않아 주말 오후 상암동을 찾아

홀로 보고 왔는데 원정을 다녀온 보람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3

  • Nashira
    Nashira

댓글 0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HOT [범죄도시 4] 호불호 후기 모음 2 익스트림무비 익스트림무비 1일 전08:38 12168
HOT 할리우드, 문화적 다양성 확보로 연간 300억 달러 이상 매출... 1 카란 카란 1시간 전20:02 206
HOT Putin 전기 영화 9월 북미 개봉 5 totalrecall 1시간 전20:07 288
HOT 박찬욱의 미학 2 Sonachine Sonachine 1시간 전20:02 460
HOT 시드니 스위니, “예쁘지도 않고 연기도 못 한다”고 발언한 ... 4 카란 카란 1시간 전19:18 711
HOT 엠마 스톤, 아카데미 시상식 사회자를 욕하지 않았다 5 카란 카란 2시간 전18:57 734
HOT 모르는 이야기 - 라이브러리 톡. 보러 오세요. 제가 진행합... 6 소설가 소설가 5시간 전15:54 358
HOT <원더랜드> 서비스 소개서 2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18:50 436
HOT 김무열 정오의 희망곡 2 e260 e260 2시간 전18:36 276
HOT 아놀드 슈왈제네거, 실베스터 스탤론과의 ‘라이벌 관계’가 ... 13 카란 카란 5시간 전15:24 920
HOT 시티헌터 넷플 공개(청불) 6 GI GI 3시간 전17:58 1125
HOT 앤 해서웨이, 할리우드에서 행하던 남성 배우와의 ‘궁합 테... 4 카란 카란 7시간 전13:29 2297
HOT <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 IMAX 개봉 확정 &... 2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4시간 전16:56 499
HOT <스턴트맨> 4DX 효과표 공개 3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4시간 전16:53 507
HOT CGV '스턴트맨' IMAX 포스터 증정이벤트 2 샌드맨33 4시간 전16:24 685
HOT 남은인생10년 흥행감사 굿즈 수령했습니다 2 카스미팬S 5시간 전15:48 298
HOT 유태오 에스콰이어 1 NeoSun NeoSun 5시간 전15:35 417
HOT 챌린저스 노스포 짧은 후기 6 사보타주 사보타주 6시간 전14:45 920
HOT <악마와의 토크쇼> 메인 예고편 공개 4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7시간 전13:58 987
HOT 범죄도시4 (2024) 한 획을 그은 액션영화. 스포일러 약간. 30 BillEvans 7시간 전13:33 1997
1134050
normal
골드로저 골드로저 14분 전20:59 121
1134049
normal
미래영화감독 31분 전20:42 286
1134048
image
카란 카란 49분 전20:24 137
1134047
normal
Johnnyboy Johnnyboy 1시간 전20:09 369
1134046
normal
totalrecall 1시간 전20:07 288
1134045
image
카란 카란 1시간 전20:02 206
1134044
image
Sonachine Sonachine 1시간 전20:02 460
1134043
normal
golgo golgo 1시간 전20:01 149
1134042
image
하드보일드느와르 1시간 전19:28 291
1134041
normal
토루크막토 1시간 전19:19 219
1134040
image
카란 카란 1시간 전19:18 711
1134039
image
하드보일드느와르 1시간 전19:16 415
1134038
image
시작 시작 2시간 전19:10 273
1134037
image
golgo golgo 2시간 전18:57 802
1134036
image
카란 카란 2시간 전18:57 734
1134035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18:51 283
1134034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18:50 436
1134033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2시간 전18:48 153
1134032
normal
시작 시작 2시간 전18:46 651
1134031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2시간 전18:46 177
1134030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2시간 전18:44 191
1134029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2시간 전18:41 247
1134028
image
e260 e260 2시간 전18:36 276
1134027
image
e260 e260 2시간 전18:35 172
1134026
image
e260 e260 2시간 전18:35 204
1134025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2시간 전18:35 181
1134024
normal
토루크막토 2시간 전18:29 237
1134023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8:06 215
1134022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8:00 261
1134021
image
GI GI 3시간 전17:58 1125
1134020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7:55 271
1134019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7:40 1497
1134018
image
카스미팬S 3시간 전17:36 155
1134017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7:31 220
1134016
image
시작 시작 3시간 전17:16 1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