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뒷모습으로도 충분한 희망의 응원 (스포)
영화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는 조지아의 국립무용단 댄서 메라비가 이라클리를 만나게 되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평생 업으로 삼았던 춤에 대한 삶과 미래를 고뇌하는 영화입니다.
전 이 영화를 가장 먼저 정성일 평론가 GV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GV를 듣기 전, 처음 들었던 생각은 '자신에게 찾아온 사랑을 통해 조지아와 보수적 전통을 거스르고 이윽고 뛰어넘는 댄서로서의 메라비의 변화와 성장'이였습니다.
보수적이고 호모포비아적인 조지아인 대다수에게 메라비의 성정체성의 변화는 배척되고 비난받을 것일지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가 추는 춤 역시 목석같이 강하고 힘있는 춤을 추구하는 조지아의 전통 춤과는 안맞아 보이기도 합니다. 마치 처음부터 거리가 있어보이는 메라비는 위태로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레반 아킨 감독은 메라비를 외롭게 두지 않습니다. 수시로 매마른 등과 뒷모습을 따라가며 쫒던 카메라는 창 밖 쓸쓸히 서있는 메라비에게 마리를 보내주고, 전부를 쏟아낸 마지막 춤을 출 때에도 그토록 비난만 하던 선생님의 묵묵한 시선을 전합니다. 특히 메라비와 너무 다른 형이 동생을 위로하는 장면은 눈물겹기까지 합니다. (실제로 두 번째 관람 당시 이 장면에서 펑펑 울어버렸습니다.)
메라비를 향한 다수의 차가운 시선과 함께 건내는 따뜻한 공동체 의식. 자신의 삶을 찾아 가는 그 길에 그들만의 연대가 남아있기때문에 메라비의 등은 더이상 매마르고 나약하지 않습니다.
사라진 무용수 자자의 빈자리, 그리고 그 자리로 가려한 무용수 메라비. 영화에서 자자의 자리는 누가 될지 모릅니다. 그래도 이제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메라비의 등을 바라보며 이 것으로 충분하다 말해주고 싶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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