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콜 - 재미있다 말았네...(약간 스포)
SF, 그 중에서도 시간여행을 다룬 이야기에 대해
논리적인 기준을 높게 잡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당당하게 저는 제 자신을 굉장히 관대한 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타임 패러독스이니 뭐니 사실 따져보면 다 공상의 영역이잖아요.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어떻게 될지 누가 알겠어요.
라는 게 제 마음이라,
영화가 그 나름대로 시간여행에 대한 썰을 풀면
아 저럴 수도 있겠구나 하고 재미있게 보는 편입니다.
단, 조건은 있죠.
영화가 자신이 만든 규칙을 어기지 말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스스로가 'A 다음은 B입니다'라고 해놓고는
아무 복선이나 근거도 없이 '아, 근데 여기서는 A 다음에 H에요'라고 해버리면
이건 공상이 아니라 그냥 난장판이잖아요.
이 영화에 대한 느낌이 딱 그랬습니다.
명확하게 정해놓지는 않아도
'과거가 변할 때 거기에 영향을 준 주인공의 현재도 실시간으로 같이 변한다.'
'주인공이 있던 장소가 바뀌진 않는다'
뭐 지금 생각나는 대로 하면 대충 이 정도 사실에 관객들이 무언의 동의를 해주고 영화를 봐 왔는데...
(심지어 과거로 인해 현재가 변하자 차 타고 가던 중에 혼자 도로 한복판에 널브러져 있고,
현재의 휴대폰 시계를 보면서 두 사람 사이에 과거와 현재의 시간 흐름이 일치한다는 것까지 확인해 주는 식으로 꽤나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그래서 다소의 편의적인 전개로 의심되는 부분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구만
아니, 마지막 반전을 만들어 보겠다고
스스로가 세운 기준을 홀라당 날려버리면 어떡하라는 겁니까?
'근데 다 뻥이었어~, 놀랐지?'
이러면 보는 사람이 '와 깜짝이다 대박인데'
이렇게 생각할 줄 안 건가요?
또 하나 맘에 안 드는 점은...
개인 호불호이긴 한데, 캐릭터 간의 너무 일방적인 관계 설정입니다.
애초에 전 영화 내용도 확인하지 않고 봐서
중간에 영숙의 진면모가 드러나면서 굉장히 소름 끼쳤고,
앞으로 어떤 수싸움이 펼쳐질지 기대가 컸는데...
모든 게 영숙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부분이 영 엉성했습니다.
그리고 악당을 너무 강하게 만들어서...
흉기도 아무데나 내다버리는 허술한 모습을 보이고
주변 사람들과의 제대로 된 관계형성도 힘들어 보이는 미성년자가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자기 집에 대형 냉장고를 여러 대 사놓을 정도로
살인을 반복하면서 이렇다할 수사망에 걸리지도 않고 지내왔다는 게...
차라리 '서언에 집착하게 된 영숙과, 영숙에게서 벗어나려고 하는 서언'
두 사람의 '니가 아니면 내가 죽는다' 라는 데에만 집중해서 더 간결하게 갔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한쪽은 과거를 쥐고 있고,
한쪽은 정보를 쥐고 있는데
하염없이 영숙에게 휘둘리다가 끝나버리는 후반부가
중반까지의 쫄깃했던 전개에 비해 영 심심했습니다.
그런 반면, 비슷한 소재를 사용했던 작품들이
항상 '상호 조력'을 전제로 깔고 이야기를 전개했던 것에 일침을 가하듯
'항상 좋은 사람만 만나란 법 있냐?'란 식으로
이야기를 비틀어 버린 점은 정말 신선했고요.
배우들의 연기도 닭살 돋을 정도로 섬뜩해질 때가 있을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영화관에서 꼼짝 않고 보는 환경이 아니라
넷플릭스에서 찬찬히 뜯고 씹고 즐기면서 보다보니
좀 평가가 박해지는 면도 없잖아 있는 것 같기도 하네요.
막 싫지는 않은데 그렇다고 막 좋지도 않은 뭐 그럭저럭이었습니다.
덧. 차라리 마지막 반전이 없었음 지나치게 훈훈하긴 해도 지금보다는 훨씬 나았을 것 같단 생각이 드네요...
해롱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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