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퀸스 갬빗] 추천후기 : 보드 위의 수들이 만들어낸 매혹적인 성장서사
만족스러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나왔다.
한국에서는 제임스 맥어보이 주연의 스릴러 영화 <23 아이덴티티>로 얼굴을 알린 ‘안야 테일러 조이’의 원톱 주연 드라마로, <메이즈 러너> 토마스 생스터와 <해리포터> 시리즈 해리 멜링이 조연으로 등장하며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놀라운 캐스팅만큼 작품의 완성도 또한 쫀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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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베스 하먼’은 고아다.
그런 하먼은 9살에 우연히 보육원 지하실에서 관리인 ‘샤이벌’이 체스를 두는 것을 보고 엄청난 흥미를 보이게 된다. 그렇게 그녀의 체스 인생은 시작된다.
하먼은 꽤 쓸쓸하고 아픈 유년기를 보냈는데 성인이 되어서도 그녀의 인생에서 유일한 결핍은 ‘외로움’이다. 어쩌면 그녀가 체스에 매료된 근본적 이유도 이 때문이 아닐까. ‘함께할 수 있는 것’
체스는 혼자하는 게임이 아닌,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하는 게임이다. 그 순간만큼은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뜨겁고 치열한 고뇌를 나누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 경기 중에 체스판보다는 상대방의 눈을 지그시 바라보는 하먼을 보면 열정에 가득 차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외로워 보인다. 어쩌면, 이 작품은 단순한 체스 이야기가 아닌 인간 실존의 기본적인 당위성을 얘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반드시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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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가 이리도 섹시한 종목이었나.
일정하게 말들이 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초조하고 불안한 시선과 날카롭고 예리한 시선이 교차하고 뜨거운 고뇌가 들끓는다. 보통 어느 작품을 보면 인물 한 명이나 특징 하나에 매료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작품은 어느 하나를 콕 짚어 얘기하기 보다는 작품 ‘자체’가 매혹적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아마도 체스에서 내가 느낀 신선함 때문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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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가 아니었으면 한다.
속편에 대한 기대보다는 지금 이 본편의 여운을 더 즐기고 싶다. 앤티크한 배경 속에 세련되고 감각적인 연출과 안야 테일러 조이의 신비로운 인상, 이 두 조합이 너무 좋았다. 안야 테일러 조이는 눈이 정말 아름답고 깊다. 특히 연기 할 때 눈으로 표현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눈이 마치 하나의 서사인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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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은 감동.
마지막 화가 끝나기 20분 전까지 체스와 약물에 빠진 한 소녀의 다크하고 잔잔한 인물 서사인줄 알았지만 결국 이 드라마는 성장 서사였다. 마지막화를 보면서 정말 한 대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뜻하지 않게 뭉클하고 울컥했다. 체스를 통해 결국 자신의 뿌리를 찾아간 하먼의 마지막 모습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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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인물 서사인 줄 알았지만,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실존 인물 서사를 볼 때면 느껴지는 완벽한 순간이 있는데, 그 인물의 감정이 나에게도 느껴지면서 실제로 그인물이 옆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순간이 있다.
<퀸스 갬빗>은 비록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기는 하지만 그 완벽한 순간이 여기서도 느껴졌다.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던 책 속의 묵혔던 페이지를 넘겨 오래된 감정을 찾은 기분이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추천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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