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하지만 낯선 영화,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스포)
춤이란건 참으로 매혹적입니다. 국경도 언어도 뛰어넘어서 오로지 몸으로 표현해내는 감정의 분출이라니.
몇년전 모 댄싱경연프로그램에 푹 빠진 뒤로 실제 무용경연을 여러번 찾았고 실제로 배워보기도 했는데 너무 버거워서
역시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겠다 하고 포기해버렸지만 춤의 세계는 정말로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라는 영화를 택한 것은 오로지 그 이유였습니다.
어떤 분이 감상에서 메라비가 콜바넴의 티모시 샬라메를 닮았다고 하셨는데 배우 자체의 외모보다는 서사와 분위기가 콜바넴과
흡사한 부분이 있습니다. 춤을 사랑하는 주인공 메라비는 할머니도 부모님도 춤을 추었고 자신과 형도 조지아 국립무용단에서
춤을 추고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질 못합니다. 아버지는 자신을 실패한 인생이라고 생각하고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핸드폰 충전비와 전기세가 끊기지 않도록 버티는 것도 어렵고. 안무 선생님은 메라비의 춤이 유약하다고 지적하지요.
그런 상황에서 어느날 갑자기 대역으로 왔다는 이라클리는 참으로 이색적인 존재입니다. 호랑이 선생님의 호통에도 유유자적하고
못처럼 꼿꼿하라고 지적받는 메라비와는 달리 남성적인 모션으로 단숨에 라이벌로 솟아오르며 실제로 여자친구 메리와 1년간 연습해온 춤의
상대역을 뺏기기도 하지요. 하지만 경계하고 경쟁해야할 대상에게 매료당하는 순간 메라비의 인생은 격류를 만나 흔들리는 배와도 같습니다.
조지아가 그토록 동성애가 배척받는 나라인지도 몰랐고 이 영화를 찍으면서도 경호팀을 대동해야할 정도로 협박받았는지도 몰랐습니다.
댄서출신의 비전문 배우들의 춤을 보고 감탄했는데 특히 메라비역의 배우는 춤을 오랫동안 춘것이 느껴질 정도로 나긋한 몸태가 매력적이었습니다.
그 배우의 춤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 [남성적]인 것을 강요받던 메라비가 이라클리와의 만남, 방황과 일탈로 인한 배척 속에서
모두가 그에게 요구하는 [남성적인 춤]이 아니라 [자신만의 춤]을 추게 되는 그 순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벅차오른 것인지 전해졌습니다.
메라비가 정말 동성애자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메라비가 [진실한 자신]을 찾아나가는 여정입니다.
경제적이고 정치적인 현실의 억압은 버겁지만 춤을 포기하고 결혼을 택한 형의 응원과 메라비를 이해하고 그의 새로운 춤에 박수를 쳐주는 메리,
두 사람의 포옹을 얻은 메라비가 앞으로 어느 곳에서 어떤 춤을 추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낯선 언어의 나라 조지아지만 마치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는 것처럼 익숙했고 그래서 더욱 주인공을 응원하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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