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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

sattva
1876 9 9

1.jpg

1998년 롤란드 에머리히 감독작품

 

고지라가 고질라라는 이름으로 미국에 상륙한 것은 1956년. 그 후로 메이저급까지는 아니더라도 팬들을 착실히 모으면서 미국내에서도 아는사람은 아는 브랜드가 됩니다.

 

70년대에 일본에서 고지라 시리즈가 중단되었을 무렵에 미국에서는 고질라가 만화와 장난감으로 나와 무려 마블의 영웅들과 함께하기도 했고, 아이들 사이에서는 아주 잘먹히는 인기 캐릭터로 등극합니다.

 

어릴때 고질라 시리즈 수출판을 보고 자랐던 사람들이 영화계에 진출하면서 미국에서도 고질라 영화를 만들어보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있었고, 원제작사인 토호는 미국에서의 이런 끊이지 않는 인기를 보고는 다시해도 될것같다는 생각이 들어 80년대에 고지라 시리즈를 부활시킵니다.

 

일본에서 시리즈가 재기동하게됨에 따라 일단은 그때까지 시도되었던 미국 고질라 프로젝트는 다 취소가 되었지만 이 재시작된 이른바 헤이세이 시리즈가 95년에 중단되면서 미국판 고질라 프로젝트가 다시 부활합니다.

 

[쥬라기 공원]이 히트하고 거대 파충류 붐이 불게되었을 때부터 미국판 고질라를 만들겠다는 기획 자체는 시작이 되었습니다. [스피드] 한편으로 일약 헐리우드 대형 오락영화의 거장으로 떠오른 얀 드봉이 지휘권을 잡고 [쥬라기 공원]에도 참여했던 스탠 윈스턴 스튜디오가 미국 고질라 디자인을 하는 등, 사전 기획단계에서는 꽤나 진전이 있었던 이 영화는 도중에 제작이 스톱됩니다. 이유는? 돈때문에.

 

얀 드봉이 진행중이던 고질라는 제작비가 당시 기준으로 너무 많이 들었고, 제작비를 깎으라는 물주의 요구에 드봉이 반발하면서 걍 중단되어 버렸습니다.

 

그 시기에, 롤란드 에머리히라는, 그떄까지만 해도 그렇게 중요인물 대접은 못받던 사람이 [인디펜던스 데이]라는 영화를 내놓았는데, 이게 어마어마한 대박을 치게됩니다. 그 영화는 제작비도 물주들이 원하던 고지라 제작비 범위의 스케일로 만들어졌습니다.

 

미국 고질라의 제작사는 이사람이라면 되겠다 싶었던지 싫다는 사람 설득해서 고질라 프로젝트를 맡깁니다.

 

에머리히는 이미 수십편이 나와있던 시리즈의 또 하나의 속편을 만드는 데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만든다면 기존에 얽매이지 않은 자기만의 영화로 만들거라고 했습니다. [인디펜던스 데이]가 벌어들인 돈에만 정신이 팔려있던 사람들은 예 그러십시오 합니다. 드봉이 만들고 있던 기획은 파기되고 에머리히와 제작 파트너인 딘 데블린이 완전히 새로 판을 짭니다.

 

고지라의 디자인 및 실제 구현은 에머리히의 단짝인 패트릭 타토풀러스가 맡았습니다. 이분도 [인디펜던스 데이] 이전까지는 그렇게 중요인물 대접은 못받았던 분이죠.

타토풀러스는 완전히 새로운, 다른 설명없이 그림만 보여주면 고지라/고질라라는 걸 절대로 알아볼 수 없는 괴수를 디자인합니다.

 

에머리히의 [고질라]는 개봉전 엄청난 광고물량전을 펼칩니다. 고질라의 신체 일부만 찔끔찔끔 보여주는 예고편 여러개를 만들어 개봉하기 한참전부터 극장에 풀었는데 이게 예술이었습니다. 지금까지도 역대 최고의 예고편 낚시를 꼽으라면 수위로 들어갈 겁니다. 오히려 개봉 직전에 나온 정식 예고편이 제일 재미없었죠.

 

영화가 완성되고 실제로 들어간 제작비는 드봉이 요구했던 예산과 다를바가 없거나 초과했다고 하는데, 물주들은 그래도 행복했습니다. 이 영화는 반드시 성공할 거라고 믿었습니다. 어지간한 사람들은 이게 실패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근데 막상 뚜껑을 따고 보니....

역대급으로 멍청한 영화... 그전부터 에머리히가 만든 영화들이 거진다 똑똑하다는 소리는 못듣는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고질라]는 그 전작들을 모조리 합해도 상대가 안될정도로 멍청했습니다.

 

걍 화끈하고 스케일큰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러왔던 관객이라면 상상도 못한 멍청함에 혀를 차고 갔고.

입소문내고 영화를 끌어줘야했을 고질라 팬들은 영화를 보고는 입을 모아 소리쳤습니다.

'나의 고질라는 이렇지 않아!'

 

에머리히는 지금까지 나온 고지라 영화와는 다른 자신만의 고질라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역대 고지라 영화들과 달랐던 건 분명하지만 그렇게 새로운 자신만의 것이라 할 것도 없었습니다. 고지라 영화 대신에 미국과 영국에서 나온 고전 괴수영화들을 조합한 것 같은 영화였으니까...

 

흥행성적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치만 투자한 금액이 너무 많아서리... 이래저래 해서 현재 시점으로는 손해까지는 안본 것 같아도 절대로 당시에 기대한 것 만큼은 아니었습니다.

거기에 바닥에 꼴아박은 영화의 평가까지 더해서 지금은 역대급 망작으로 기억되고 있죠.

 

그렇지만 만인이 다 싫어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시각효과나 화면 디자인 등은 역대급이었고 괴수 액션도 당시까지 나왔던 영화를 통틀어 최고급이었습니다.

그때까지 나왔던 어떤 거대괴수 영화도 이 영화처럼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같은 느낌을 주는 괴수를 보여준 적이 없었습니다.

글구, 주인공 괴수가 이정도 비중으로 활약하는 영화는 수십년 지난 지금까지도 보기 드뭅니다.

 

그니까 영화의 전반적인 완성도를 따지지 않거나 고지라의 열성팬이 아닌 괴수영화팬이라면 명작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었죠. 그 수가 많지는 않을지 몰라도.

 

처음부터 속편을 줄줄이 뽑을 예정이었던 영화입니다. 토호는 판권계약할 때 고지라와 킹 기도라만 사용료를 받고 나머지 기타등등 괴수들은 니네 마음대로 써라라고 했다고 해요. 하지만 영화가 시원하게 망하면서 속편은 물건너갔고, 킹 기도라가 헐리우드 데뷰하기까지는 한참을 더 기다려야했습니다.

 

당시 토호는 자기들이 직접 만드는 고지라 영화는 접고 그 뒤로는 헐리우드에서 만든 고질라 영화들이 벌어들이는 돈에서 라이센스비 떼서 꿀빨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게 불가능해지게 되자, 지네들이 직접 다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이른바 밀레니엄 시리즈.

 

그 야심만만한 첫 작품은... 에머리히의 고질라가 사실은 명작이었다는 걸 일깨워주는 그런 영화였죠.

 

 

sattva
46 Lv. 395329/40000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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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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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참치먹은 녀석이라고 욕먹는 갓질라...😓
16:44
20.11.30.
sattva 작성자
셋져

고지라의 생계를 걱정해준 유일한 영화였죠.

16:48
20.11.30.
profile image 2등
고질라에 대한 이런 스토리가 있어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17:03
20.11.30.
profile image 3등
에머리히가 나름 자기 장기는 잘 발휘하는 감독인데..좋은 프로듀서, 각본가는 못 만나나 봐요.
17:42
20.11.30.
명작까지는 아니지만 처음 봤을땐 꽤 재밌게 봤었고, tva시리즈도 보면서 즐거웠던 기억이 나네요
17:49
20.11.30.
당시 극장에서 보고는, 쥬라기 공원 아류작이라고 느꼈습니다;;
17:52
20.11.30.
profile image

어릴 때 재밌게 봤어요ㅋㅋㅋ 일본 고지라보다 이걸 먼저 봐서, 일본껀 왜 이리 공룡답지 않게 뻣뻣하게 서 있지? 생각했던ㅋㅋㅋㅋ

18:35
20.11.30.
profile image
저 고질라를 정말 좋아하는 1인입니다.
특히 후반에 몰아치는 추격씬은 지금 봐도 대단한 면이 있어요.
무엇보다 몬스터 버스로 리메이크 되기 전까진 저 고질라가 디자인으로는 최고였다고 생각합니다.
21:40
20.11.30.
profile image
인디펜던스 데이 인써전스가 고질라보다 몇 배는 더 멍청한 영화예요.
23:34
20.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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