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콜> 감상 [강스포]
코로나의 피해작 중 하나인 <콜>이 넷플릭스로 공개되었네요.
하지만 과연 피해작일까요?
정식 개봉을 코앞에 두고 코로나 직격으로 일자를 미루다
결국 넷플릭스로 공개라는 테크트리의 선두주자는 <사냥의 시간>이었죠.
감독의 전작, 화려한 캐스팅, 감각적인 예고편 등으로 기대감이 높았지만
정작 공개 이후에는 나쁜 평들이 주를 이뤘고 심지어
넷플릭스 직행을 탄 것이 잘한 선택이라는 새옹지마식 세평까지 있었습니다.
그리고 <콜> 역시도 그런 평가의 굴레에서 그리 자유롭진 않아보이네요.
영화는 시간여행 쟝르의 곁가지들 중 하나를 소재로 다루고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어떤 방식으로든 소통을 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에 관한 것이죠.
(따로 지칭하는 명칭이 있었던 것도 같은데.. 개인적으론 시공초원 소통극 정도로 정의해봅니다)
직접적인 시간여행은 아니지만 서로의 시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역시 해당 쟝르의 하위로 묶을 수 있을 텐데요.
가장 유사한 작품이라면 <프리퀀시>나 <시월애> <동감> 등이 있겠죠.
쟝르적 유사성까지 치자면 <프리퀀시>가 가장 비슷할 겁니다.
사실 극의 구조나 연출 방식을 보면 이 작품에 크게 빚지고 있음을 알 수 있고요.
(거기에 더불어 영화 <루퍼>에서도 많은 요소를 빌려오고 있습니다)
시간을 초월하는 이야기는 일견 매력적이지만 정작 다루려 들면 쉽지가 않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타임 패러독스의 딴지가 여간해야 말이죠.
게다가 이제는 관객들마저 이런 쟝르 규칙에 익숙합니다.
애초에 시간여행으로 극적 구조를 만드려는 순간 패러독스를 완전히 극복하기는 불가능하고
작가들은 가능한 영리한 방식으로 독자나 관객을 설득시켜야만 하는 거죠.
패러독스를 뭉개고 넘어갈 적당한 핑계를 만들거나
아니면 얼핏 보기에 모순이 느껴지지 않도록 연출하거나.
그런데 이 영화는 그 어느쪽도 하려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시간여행을 거의 기계장치의 신처럼 휘둘러대고 있죠.
차라리 이게 코미디 쟝르였으면 그러려니 하고 넘기겠는데...
사람이 수시로 죽어나가는 미스터리 스릴러라면 얘기가 다르다고요.
적어도 시간여행 쟝르의 팬들에게는 이 영화의 이야기가 쟝르에 대한 모독처럼 느껴질 겁니다.
그러나 이야기의 감상법이 하나만 존재하는 건 아니죠.
시간여행 설정을 그런가보다 대충 따라만 가고 다른 한 축인 스릴러에 집중할 수도 있어요.
아쉽게도 여기에서도 그리 큰 점수를 주기가 힘든데요.
시간여행 소재를 거둬버리고 보면 거의 초인 급의 미친아가씨 하나가 일으키는 민폐인데
전종서가 연기하는 이 인물에 집중하면 설정은 얄팍하고 고민은 가볍습니다.
이런 이야기의 설득력은 각각의 인물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에 달려있는데
그냥 그래야만 하니까 수준의 전개가 연속되고 설명은 부족해서 한숨이 나오죠.
시간여행에 의한 트릭만 아니면 이야기 자체도 너무 단순하고 진부합니다.
보고 있노라면 근래들어 나왔던 몇몇 스릴러쟝르의 한국영화들이 떠오릅니다.
대부분 흥행이나 평가 모두 박하게 받았던 망작들이었죠.
만약 조금 늦더라도 예정대로 극장에서 개봉했다면 어떤 성적이 나왔을까요....
얼마에 팔았는지 몰라도 넷플릭스와의 거래가 제작사에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 시국이라는 요소를 빼고 예상한다 하더라도 말이죠.
추천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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