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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의 저주 , 2020>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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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물의 저주 (1).jpg

훌륭한 공포영화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오프닝이 강렬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강렬한 오프닝이라는 것은 단순히 많이 죽이고 사방팔방 피가 튀고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인위적 자극 없이도 시작과 동시에 감정적으로 관객의 머리채를 잡고 영화 속으로 확 끌어당겼다가 오프닝이 끝나면 풀어주는 그런 것을 말한다. 마치 "우리 영화 이 정도는 보장해."하고 맛을 살짝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고, 마치 본편의 또 다른 예고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이는 영화 몰입에 굉장한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일종의 관객을 딴짓 못하게 만드는 기선 제압이다.

 

최근에 가장 기억에 남는 공포영화 오프닝은 <미드소마, 2019>였다. 제2의 <유전, 2018>이라는 극찬을 받은 호주 공포영화 <유물의 저주, 2020>의 오프닝 또한 강렬했다.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국내 첫 공개된 이 작품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제작사 중 하나인 A24의 공포영화 <세인트 아모드, 2019>와 함께 가장 큰 기대작이었다. 당시 영화제 예매 오픈과 동시에 두 영화는 빛의 속도로 매진되어 당황했지만 다행히 <유물의 저주>는 왓챠 동시 상영작이라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인트 아모드>는 여전히 미궁 속이다. 넌 대체 어디에 있니? 2020년이 끝나기 전에 제발 만나자. 응?

 

나이 든 엄마 에드나(로빈 네빈)가 실종되자 그녀의 딸 케이(에밀리 모티머)와 손녀 샘(벨라 헤스콧)은 그녀를 찾기 위해 외딴 시골집에 모인다. 텅 빈 집에선 이상한 소음이 들리고 스산한 기운이 맴돈다. 그러던 어느 날 에드나가 갑자기 집으로 돌아온다. 그 후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불길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유물의 저주 (2).jpg

유물의 저주 (5).jpg

 

느리지만 강렬하다. 단순하지만 깊이가 있다. 이 영화가 특별한 것은 여러 번의 반전을 거쳐 이야기를 완성시키는 것이 아니라 시작부터 엔딩까지 점진적으로 쌓아올려 비로소 완성시킨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포영화의 엔딩 씬을 숨죽이고 관망하듯 감상하게 되는 경험을 하는데 그 느낌이 새롭다. 마치 사계절을 지나 꽃이 피는 것이 당연한 수순인 듯이 드러나는 비밀의 퍼즐이 천천히 다가오며 이해될 때의 쾌감이 있다는 것이다.

 

치매와 가족을 소재로 잊혀진다는 것 혹은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일상적인 공포를 가족의 저주라는 이야기와 함께 잘 버무려냈다. 등장인물이 많지 않고 장소는 한정적이다. 영화의 톤은 어둡고 사운드는 최대한 자제한 채 주변의 소음에 집중한다. 따라서 누군가에겐 지칠 정도로 지루할 수 있다. 반대로 한번 빠져들면 툭 하고 흘러나온 소음만 들어도 깜짝 놀란다.

 

영화의 어두운 분위기와 낮은 톤을 깨지 않을 최소한의 사운드로 최대치의 공포를 뽑아낸다. 칩 스릴이나 점프 스케어를 앞세우지도 않으면서도 소름 끼치는 분위기와 공포감을 자연스럽게 자아낸다는 것은 연출적으로 완성도가 높다는 반증이다. 비유하자면 심리 호러에 비중을 더 둔 <유전>같은 느낌이다.

 

유물의 저주 (3).jpg

 

나탈리 에리카 제임스 감독은 첫 장편 연출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대단한 수준이다. 연출에 스크린을 장악하는 힘과 무게감이 있고, 배우들도 균형을 잘 잡고 극을 이끌어가기 때문에 이야기의 변주가 화려하지 않아도 몰입감이 우수하다. 로빈 네빈은 에드나 역으로 린 샤예를 뛰어넘는 감성적이면서도 공포적인 캐릭터를 보여준다. 1차원적인 캐릭터가 아니어서 더 좋았다. 훌륭한 퍼포먼스다.

 

앞서 말했듯이 영화의 톤은 낮지만 그럼에도 극을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갈 수 있는 탄탄한 연출력과 서늘한 분위기의 공포감이 있다. 심지어 러닝타임은 90분 미만으로 짧다. 캐릭터의 감정선과 귀를 거슬리게 하는 주변의 소음들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되고 후반부에 반드시 보상받게 된다. 꼭 보시라. 지루하게 봤다면 다시 한번 보시라. <그 남자의 집>과 함께 2020년 최고의 공포영화 중 하나다. 왜 제2의 <유전>이라고 불리는지 알겠다.

 

그런데 한 가지만 지적하자. <유물의 저주>라는 한글 제목은 좀 바꿨으면 좋겠다.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급으로 멍청하다. 원제는 'Relic'이다. 이미 '레릭'이라는 제목의 영화는 있으니, 그냥 '유물(Relic)'로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 공포영화 티 내려고 굳이 끝에 '무슨 무슨 저주'를 붙이는 것은 촌스럽다. 그리고 노골적이다. 이 영화를 안 본 사람이 한글 제목을 붙였을 것이 분명하다. 봤다면 절대 이렇게 붙이지 못한다. 물론 뒤에 '저주'가 붙어야 IPTV 시장에서 잘 팔릴 것이다. 뭐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만... 그래. 그럼, 타협점을 찾아보자. 유물의... 음... 저주 대신 저주를 연상케하는 자음 ㅈㅈ. <유물의 ㅈㅈ> 어떤가? 음.. 그래.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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