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지옥의 묵시록> 후기
기말고사 시험기간이라 볼지 말지 가기 직전까지 고민했지만 이번에 가지 않으면 앞으로 몇 년은 기다려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더군다나 4k 돌비 재개봉이라는 거에 혹해 큰 맘 먹고 보러 갔습니다.
항상 영화를 볼 때마다 제 나름 능력껏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지만
이런 대작을 마주할 땐 압도적인 장면 장면의 힘에 맘 편히 감상적이 되는 거 같습니다.
걸작을 평가하거나 해석할 재주도 없고 관람 직후 바로 글을 쓰는 것이기에
단순히 느낀 점들을 몇 자 나열해볼까 합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디졸브와 자욱한 안개가 등장합니다.
또한 몇몇 장면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느린 템포로 인해 최면적이고 지긋지긋한 기분이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스스로 목적지로 들어가는 기분보단 끌려 들어간다는 듯한 느낌은 영화를 집에서 처음 봤을 때보다 훨씬 거대하게 느껴졌습니다.
'광기의 증언'이란 영화의 테마답게 영화엔 저마다 다른 광기의 형태와 형식이 등장합니다.
여기저기서 폭격이 이뤄지는 와중에 서핑을 하겠다는 킬고어 대위나,
커츠의 왕국에서 헛소리를 늘어놓는 사진기자나,
인격이 모조리 무너진 듯한 커츠 대령 등. 심지어 주인공 윌라드 대위의 눈에서도
언뜻 언뜻 광기가 보이는 순간엔 긴장이 빡 되었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장면들이 유독 많습니다.
미지의 세계를 마주할 때의 인간의 두려움과 호기심의 공존을 표현하는 방법은
그 어떤 연출보다 인물의 클로즈업이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러한 연출을 가능하게 해 준 마틴 쉰 배우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후반부에 잠깐 등장하는, 커츠 대령 역을 맡은 말론 브란도의 존재감은
시종일관 극을 이끌었던 마틴 쉰을 압도할 만큼의 카리스마를 보여줬습니다.
이 시점엔 이미 망가질 대로 망가진 기인이 된 말론 브란도였지만
자신이 왜 대배우였음을 다시 한번 보여줬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대사나 얼굴 뿐만 아니라 등과 어깨로도 연기를 한다고 생각하는 배우가 몇 있었는데,
말론 브란도도 그중에 한 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대단했어요.
최고의 명장면인 헬기 공중 강습 시퀀스에선 돌비의 위력이 새삼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두 귀가 찢어지는 줄 알았던 발퀴리의 기행'과 헬기 소리의 박력.
숲 너머에서 등장할 때의 헬기들과 파도를 밀어내면서 다가오는 헬기의 장면은
단순히 시각적으로도 굉장한 임팩트를 줍니다.
이 시퀀스가 영화 역사의 길이 남을 명장면이 된 이유엔 전설적인 촬영감독
비토리오 스토라로의 공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촬영상을 수상하기도 했죠.
영화의 후반부는 대놓고 추상적이고 초현실적인 장면들로 이루어져 있기에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땐 뭐야 뭐야 하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봤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 황석희 번역가님이 새롭게 번역을 하셔서 그런지 대사들도 많이 수정되고
영화를 읽는 데 훨씬 편해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후반부의 모호함은 남아있지만요.
여담으로 처음 이 영화를 본 버전이 리덕스 버전이었기에 파이널 컷에선
과연 어떤 장면들이 편집된건가 했는데 딱히 못찾겠더라고요...ㅋㅋㅋ
대부1, 2에 컨버세이션, 그리고 지옥의 묵시록까지.
이때의 코폴라 감독은 정말 대단했음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쓰다보니 글이 쓸데없이 길어졌네요.
분명히 부정할 수 없는 걸작임에 틀림없고 극장에서 볼 때와 방구석에서 볼 때와의 차이가 큰 작품이니
시간이 된다면 이번 기회에 꼭 극장에서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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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도 못 미친다고 생각해요
최후반부에 실제 소를 도축하는 장면이 아마 가장 잔인한 장면이 아닐까 해요
사실 그것도 그렇게 잔인하진 않아요
저도 오늘 빨리 본게 다행인듯 싶습니다.
그리고...
셰프랑 야자 따러 숲에 들어갔을때
이 때 제일 깜놀랐네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