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와중에 바이킹 삼매경
1.
요즘 왠지 중세 사극에 꽂혀서(...) 넷플에서 '바이킹스'와 '라스트 킹덤'을 몰아서 봤습니다.
2.
이 두 드라마는 공통적으로 9세기 영국을 뒤흔든 이른바 "이교도 대군세"라는 큰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교도 대군세란 865년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의 데인족 전사(소위 바이킹)들이 연합하여
잉글랜드의 앵글로색슨 4왕국을 침공해 휩쓸고 다닌 사건입니다.
'바이킹스'는 이 대군세를 촉발한 인물로 알려진 바이킹 '라그나 로드브로크'의 일생을,
'라스트 킹덤'은 이 대공세를 막아낸 영국의 세종대왕 '알프레드 대왕'의 이야기를 '우트레드'라는 허구의 인물을 통해 다루고 있습니다.
이 두 드라마는 태생도 관점도, 제작사도 배우도 모두 다르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를 다루고 있어서 서로가 서로의 전편 후편 같은 느낌을 줍니다.
그렇기에 이어서 보면 재미도 두배입니다.
3.
바이킹스의 주인공 '라그나 로드브로크'는 호전광이면서 근육뇌인 여느 바이킹들과 달리,
춥고 척박한 고향을 떠나 온화하고 비옥한 유럽에서 새로 뿌리내리기를 원하는 지도자입니다.
물론 바이킹 피는 못속인다고 여기저기 침략해 약탈 살인 방화등등 온갖 나쁜 짓은 다 하고 다니기는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뛰어난 바이킹의 항해술을 이용해 프랑스를 지나 지중해까지 나아갑니다.)
포로를 통해 당시 자신의 문명보다 훨씬 선진화된 기독교 문명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추운 땅에 발이 묶인 자기 민족의 활로를 찾고자 끊임없이 고민하는 복잡하고 입체적인 인물입니다.
결국 그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법으로 분열된 바이킹을 연합시키고, 잉글랜드에 대한 대공세를 일으키는 데 성공합니다.
그가 사랑했던 형제, 아들 바이킹들이 새로운 땅에 둥지를 틀기를 기원하면서 말이죠.
4.
라스트 킹덤은 이 대공세에서 잉글랜드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알프레드 대왕(이라고 쓰고 까칠대마왕이라고 읽는다)과
잉글랜드 태생이지만 바이킹 손에 자라난 전사 우트레드(이라고 쓰고 근육바보 전투광이라고 읽는다)사이에서 피어나는
갈등과 반목, 그리고 우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색슨인(잉글랜드인)으로 태어나 바이킹으로 자란 우트레드는 그 중간자적인 속성으로 인해 끊임없는 시련을 당하게 됩니다.
그가 아무리 알프레드 왕에게 충성을 바쳐도 까칠한 기독교도인 알프레드왕은 끊임없이 이교도인 그를 의심하고 시험합니다.
우트레드의 또다른 쪽에는 그의 의형제이자 오딘을 섬기는 용감한 바이킹 전사 라그나가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의형제를 사랑하지만 우트레드가 알프레드왕에게 충성을 맹세했기에 언젠가 적이 되어 맞서게 될 운명입니다.
5.
지금까지 잔혹한 야만인 정도로 묘사되던 바이킹이
사실은 정교한 신화와 문화, 뛰어난 야금술과 선박제조술을 가진 민족임을 재조명하는 바이킹스와,
중세 기사의 신나는 영웅담에 충실하면서도
다른 문화와 종교를 가진 두 세력의 충돌이 빚어내는 온갖 갈등도 놓치지 않고 그려내는 라스트 킹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작품 다 만듬새가 훌륭하고, 재미가 넘치기에,
중세나 바이킹의 역사에 관심있는 분들이라면 둘 다 강추합니다.
단 잔혹함으로 이름을 날린 바이킹에 대한 적나라한 고증과 묘사 덕분에
피와 육편이 난무하므로, 유혈사태 못보시는 분들은 예외입니다.
ps.
두 작품에서 바이킹의 공통된 관심사였던 그들의 고유한 신화와 문화는
역사적으로는 200년만에 기독교를 받아들이게 되면서 사실상 융화, 사멸하게 됩니다.
그러나 참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렇게 잊혀졌던 바이킹의 신들은
현대에 이르러 스탠 리라는 대선지자를 만나 부활하고,
마블 스튜디오에서 영화로 만들어지고 디즈니를 통해 전세계로 전파되어
지금은 지구에서 제일 인기있는 신이 되었습니다^^
추천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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