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크> 감상 - 극한의 퍼즐 맞추기 (노스포)
어젯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다크>를 완주했습니다.
시즌 2 까지 딱 다 보고 넷플릭스 구독을 해지했는데, 그 때쯤 시즌 3 가 나왔었어요... ㅠ
몇달이 지난 뒤, 시즌 3만 달랑 보고 스토리를 이해할 자신이 없어서 내친김에 시즌 1-3 다시 한번 정주행 달렸습니다.
시즌 1-2는 내용을 얼추 알고 보니까 그 전에 몰랐던 복선이나 힌트들도 쏙쏙 보여서 다시 봐도 굉장히 재밌었는데, 시즌 3 는.... 어휴ㅋㅋㅋ
앞선 이야기에서 이미 풀어놓은 흥미진진한 떡밥들과 꼬아놓은 전개를 풀면서 결말을 향해 달리기는 커녕, 세계관을 더욱 확장시키며 시청자들을 끝모를 미로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더 많은 시간대와 더 많은 떡밥, 더 많은 얼굴들... ㅠㅠ
시즌 1-2도 상당히 복잡한 이야기에 충분히 막장스러운 가계도였는데, 시즌 3는 한술만 더 뜨는게 아니라 두어술은 더 뜨는 것 같았네요. 특히 그 놈의 가계도... ㅡㅡ 생각할수록 머리가 아찔해집니다ㅋㅋ
신기한 것은, 시즌 피날레에 가까워지며 그것들이 어찌어찌 다 차례대로 접혀서 정리가 된다는 겁니다. 흔히 치밀한 플롯을 톱니바퀴에 비유하곤 하는데, 이건 완성한 모양이 뭘지 감도 안오고 맞추기도 더럽게 힘든 직쏘 퍼즐 같습니다. 어쨌든 마지막엔 깔끔하게 큰 그림이 나오니까 욕할 수도 없어요ㅠㅠ
따로 스토리 외적인 요소를 언급하자면, 미술과 세트가 상당히 고풍스럽고 멋집니다. 독일의 한 작은 마을인 '빈덴'이라는 공간을 단 한번도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스펙터클을 보여주진 않지만, 세심한 미장센을 통해 다양한 시간대를 충실히 재현하여 꽤 괜찮은 몰입감을 선사하기도 하죠.
<다크>는 타임슬립물치고 템포가 상당히 느린 편입니다. 다시 보면 오히려 되게 느긋하고 친절?하게 떡밥을 풀며 전개되는데, 처음 보는 입장에선 그게 뭔지를 모르고 기억도 못하니 감이 안 오죠. 그 때문에 보면서 지루함과 현자타임을 느끼기도 쉽습니다.
또한 이 드라마의 특징인지 단점인지 고민되는 부분인데, 대사들이 상당히 어렵고 암시적입니다. 웬만하면 시원시원하게 뭔가를 알려주질 않아요ㅠㅠ 인물들이 온갖 시간대를 넘나들며 이야기가 진행되고, 당연히 인물들 사이에 정보의 비대칭은 항시 존재한다고 봐도 되는데, 이 때 굉장히 흔하게 나오는 패턴이 다음과 같습니다.
과거 인물: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Xx는 또 뭐고??!
미래 인물: 모든건 다 연결되어 있어. 내가 시키는 대로 해... 어쩌구저쩌구 딴소리....
과거 인물 & 시청자: ..... (빡침)
결국에는 떡밥이 풀리면 각기 의미를 찾아가는 대사들이니 허세라고 단정하긴 힘들지만, 이 패턴이 세 시즌 동안 정말 여러번 반복되니 시즌 3 보면서는 솔직히 지겹고 짜증도 나더라고요ㅋㅋㅠ
저런 아리송한 디테일, 극단적으로 복잡한 플롯, 전반적으로 무겁고 느릿한 연출을 종합해보면... 대중적으로 크게 흥하기보다 열성적인 매니아층이 형성되기 쉬울 것 같습니다. 끝없는 설정 놀이와 떡밥 찾기 등 깊게 팔수록 재미가 있을 드라마죠.
분명히 쉽게 추천할 만한 드라마는 아닙니다. 출퇴근할 때 시간 때우기로, 혹은 여가 시간에 가벼운 기분으로 보면서 기분 전환할 만한 상당수의 넷플릭스 컨텐츠랑은 백만 광년쯤 떨어져 있고, 앉아서 각잡고 봐야 그 재미를 느낄랑 말랑.. 하는 정도죠.
하지만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모든 퍼즐 조각이 착착 맞춰질 때의 쾌감은 정말 굉장해요. 큰 그림의 완성도만큼은 정말 높다고 장담할 수 있고, 오랫동안 회자될 역대급 타임슬립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잡한 플롯으로 머리를 싸매는 지적 유희를 즐기시는 분들은 이 드라마의 진가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ㅎㅎ
추천인 7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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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1은 밤새서 보고 2의 엔딩충격이 제일 컷네욬ㅋㅋ 이게 또 뭐야!!
컨디션 좋을 때 각잡고 다시 도전해 보고 싶은 작품이에요.
엄청 복잡하다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