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 몬스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조명을 받았다는 kafa 출신 감독의 연출 데뷔작 럭키 몬스터를 보고 왔습니다. 봉준영 감독은 봉준호와 이름이 비슷하기도 하고 같은 영화 아카데미 출신이네요. 제목인 럭키 몬스터가 의미하는 바는 관객마다 다를 수가 있겠는데 저는 영화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이건 혹시 문학작품 운수 좋은 날의 독립영화 장르물 버전인가 하는 추측을 했었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를 보면 주인공에게 극 중 일어난 행운이 지속되지 않고 좌절 되었다는 점에서 엇나가지 않은 예상이었기는 하지만 감독은 이 점 외에도 자신이 영향 받은 갖가지 작품들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살을 붙여가며 데뷔작을 만들고자 하였습니다.
먼저 이 영화에 흐르는 정서를 살펴보자면 2000년대 초에 박찬욱이 만든 옴니버스 영화인 쓰리 몬스터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럭키 몬스터와 쓰리 몬스터. 이병헌과 강혜정과 임원희가 각각 맡은 역할이 이 영화에서 김도윤과 장진희 그리고 우강민 연기자에 대응하는 것으로 보이는군요. 관객과의 대화에서 감독은 주인공의 또 다른 자아인 럭키 몬스터의 의상을 설명하면서 보라색이 주는 광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자주색에 가까운 보라색 의상을 광기의 또 다른 단면으로 표현한 개성 있는 인물로는 헐리우드에서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가 있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럭키 몬스터라는 제목은 다른 말로 운 좋은 맹수라는 뜻이 되는데 극 중에서 맹한 면이 있는 인물인 맹수가 나중에 가서는 또 다른 동음이의인 savage beast, 즉, 맹렬한 야수가 되는 과정에 들어서기에 주인공을 돋보이게 하는 간결한 제목으로는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한편으로 감독이 만들고자 한 본래 영화는 거칠고 현실적이며 표현 수위가 제법 높은 작품이었을 것이라 짐작하는데 이를 표현하는 스타일은 음향효과나 편집 혹은 트릭을 최대한 이용하여 판타지처럼 나타내고 있어서 이 부분에 괴리를 느낄 관객도 제법 많을 것이다 싶군요.
성리아 역에 장진희는 영화를 촬영하면서 생긴 후유증으로 아직도 고생하고 있다는 일화를 들며 여성관객에게 공감을 사고 감독에게 죄책감을 상기시키기도 했는데 이 사람의 개성을 최대한 살린 영화에서 머지않아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화에 참여한 연기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박성준은 아직 나아가야 할 길이 멀지만 마지막 소감에서 포부를 들어보니 배우고자 하는 욕구도 크고 당돌한 면이 있어서 잘 풀렸으면 좋겠다 싶더군요. 정리하자면 럭키 몬스터는 한국독립영화에 애정이 있으면서도 표현수위에 거부감 없고 저예산 영화 스타일에 민감하지 않은 관객이라면 선택해 볼 만한 개봉영화라 하겠습니다.
추천인 1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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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인 몬스터 시리즈라고 봐야겠군요 ㅎㅎ
장진희 배우의 대표 캐릭터를 떠올리고 보면 다른 모습에 놀라면서 이분의 다른 이미지도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