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무 GV 시사)잔칫날-간단 후기
"Size does matter!"라던 고전(이제 이걸 고전으로 부를 수 있으려나요?) 영화의 카피가 떠오릅니다. 블록버스터 영화를 치장하거나 광고할 때 무시로 등장하고는 했습니다. 그러나 이 문장을 부정한 "Size doesn't matter!" 역시 반대적인 의미로 힐난하거나 조소하며 블록버스터를 깨알처럼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굳이 부가합니다만, 저 문장은 때론 맞지만 때론 틀리기도 해서 명제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영화는 때로는 사이즈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뒤집어 때로는 사이즈의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는 걸 영화는 영화를 통해 알려주기도 합니다. 앞 문장에 대해 긍정 가능한 수없는 영화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반대로 [잔칫날]을 통해서, 영화는 사이즈의 문제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적어도 영화가 카타르시스라면, 물론 이렇게 단순화시키는 게 부적절합니다만, 영화 [잔칫날]은 앞에 썼던 모든 단락과 단어를 뒤집어, 카타르시스의 사이즈만큼은 거대하다, 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물론 거기까지 다다르는 과정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만.
이 영화의 플롯은 매우 단순합니다. 있을 것 같지 않은 상황과 대비를 통해 가장 직관적이며 단순하게 관객을 유인합니다. 남과 여, 부와 빈, 생과 사, 같은 것들로 말입니다. 반면 [잔칫날]이 쌓아가는 플롯의 과정은 매끄럽지 않습니다. 크나큰 극적인 대비가 있기에 참고 보아줄 수 있는 정도의 갸냘픈 연결고리로 이어지는 플롯이라고 할까요.
그러나!
단언컨대!
이 영화는 관객의 감정을 소모키시는 데에서는 참으로 독하게 자기 역할을 해냅니다. 즉 카타르시스를 극한으로 몰아 붙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대비가 만들어낸 극적인 상황 탓입니다. 이는 영화로 꼭 확인하시라 말씀드리고 싶네요.
영화는, 제 식으로 극찬하자면, 오 헨리의 소설 한 편을 보는 듯했습니다. 한국에서야, <마지막 잎새> 정도로만 기억되는 오 헨리는 20세기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단편소설 작가입니다. 그의 단편은, 해학과 위트를 넘어 역설과 모순을 고스란히 담아낸 걸작의 총아입니다. 영화 [잔칫날]은 오 헨리의 소설을 보듯 대비와 모순적인 상황을 통해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립니다. 그리고 카타르시스 빵!
많은 분들이 극장에서 내가 이렇게도 울 수 있구나, 하실지 몰라요. 물론 공감 못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상당히 높은 타율로 이 영화를 보며 눈물을 넘어 콧물까지 맛볼지도 모릅니다.
하준 배우의 연기와, 소주연 배우의 대비되는 연기. 하준과 마을로 통칭할 개인과 집단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가 가진 민낯이 고스란히 보이기도 합니다. 감독의 경험이 어우러진 연출 역시 많은 공감을 끌어내거나 장례라는, 한 인간 여정의 끝을 통해 삶을 돌아보게도 합니다.
물론 이렇게 극찬합니다만. 플롯이 엮이는 과정이나 앞으로 나아가는 진행은 반드시 매끄럽다, 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산을 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산을 타야 하는 법이죠. 그리고 내려다본 경치는 멋지지 않습니까. 영화 [잔칫날]이 그렇답니다. 이 영화를 보며 한 번쯤은 저와 똑같은 감정을 느끼시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영화는 적어도 사이즈의 문제는 아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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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헨리의 단편집들을 마르고 닳도록 읽고 또 읽는 저로서는 정말 이끌릴 수 밖에 없네요ㅠㅜㅠㅜ
저도 O. 헨리야말로 시대상을 완벽하게 반영하면서도, 필연적인 애환과 온화한 유머와 경탄과 감동의 반전까지 갖춘 단편소설의 천재 작가 분이라고 생각해서요;ㅁ;
[잔칫날] GV가 진행되면 소설가 님께서 모더레이터로 진행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0+
모더레이터... ㅋ 이건 뭐 하려는 분들이 넘나 많아서...
좋은 날 되십시오. 영화는, 큰 기대 없이 들어간다면 큰 감정의 홍역(!)을 겪으며 나올 수 있으실 겁니다.
영화에 대한 기대가 확 올라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