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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크] 관람평(스포X)

텐더로인 텐더로인
2684 18 6

movie_image.jpg


 

개봉일인 오늘 관람했습니다.

데이빗 핀처가 단단히 힘을 주고 공들인 작품으로 돌아왔네요.

아래는 스포일러 없는 관람평입니다.

 

------------------------------------------------------------

 

<맹크>는 피할 수 없이 대차대조표를 그려가며 보아야 할 작품이다.

어떤 영화? 당연히 <시민 케인>이다.

오랜 세월 영화의 만신전에 모셔지고 있는 전설의 제목.

작품 자체만이 아니라 그 주위를 둘러싼 환경까지 메타적 시선으로 보아야 한다.

 

데이빗 핀처는 영화장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의 세공술은 이미 <조디악>이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부터 돋보였지만,

<맹크>의 흑백세계에서 더 광휘를 발휘하는 듯하다. 확실히 그는 독종이다.

 

어느 정도냐면, 오프닝 크레딧이 올라오는 순간조차 이름들 사이에 얼룩, 더스트가 끼어있다.

고전영화처럼 실제로 패널을 만들어 올렸든, CG로 구성했든

이것은 마치 실제 사람이 수동으로 스크롤을 올리듯이 표현되어있다.

1942년 아카데미 시상식은 어떠한가.

실제로 각본상 발표에서 맹키위츠가 호명되고 시상식장은 박수소리로 뒤덮여서

곧이어 공동각본가로 발표된 오손 웰스의 이름이 잘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영화를 보면 이걸 실감 나게 재현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디테일의 토대 위에서, 핀처는 이번에도 고립되고 분리된 개인에 집중한다.

이건 그의 필모그래피를 전반적으로 관통하는 하나의 경향이다.

 

폴린 카엘을 비롯한 후세 비평가와 연구자들의 견해를 반영한 <맹크>

오손 웰스라는 초인의 마스터피스였던 <시민 케인>

허먼 J. 맹키위츠를 비롯한 여러 영화인의 잼세션 연주로 변주한다.

그리하여 그 위대했던 작법까지 재현을 시도하고 있다.

<시민 케인>의 위대함을 설명할 때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게 딥 포커스.

 

촬영기술적 설명은 생략하겠지만

이 기법이 진정 위대한 이유를 나는 시점의 해방에서 찾는다.

창작자의 비전에 종속되었던 카메라의 포커스를 확장, 다양화함으로써

관객에게 주도권을 이양한 것이다. 어찌 보면 민주주의적 변화다.

영화 관람에서 종속자였던 관객은 피사체 주목의 선택을 통해 비로소 관람과 해석의 자유를 얻었다.

선배 영화에 대한 존중의 자세인지 <맹크>역시 딥 포커스를 자주 활용한다.

 

그리고 이 흑백촬영에 좀 더 진한 콘트라스트가 있다.

<맹크>가 제대로 그리고자 한 시대는 정확히 10년간이다.

대공황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30년부터 <시민 케인>의 각본을 쓰는 40년까지.

미국의 어둠이 드리운 시대. 또한, 금주령의 시대(33년까지).

하지만 진한 그늘의 자양분을 먹고 자란 할리우드는 역설적으로 골든 에이지의 꽃을 피운다.

이때가 30~40년대(혹은 넉넉히 잡아 50년대까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즈의 마법사>, <시민 케인> 등등

수많은 역사적 작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그야말로 쏟아져 나왔다.

이 찬란한 할리우드의 뒷모습은 어떠한가.

데이빗 핀처가 그린 할리우드의 빛과 그림자는 그 콘트라스트만큼이나 대비된다.

 

영화와 정치는 필연적으로 얽힐 수밖에 없다.

둘 다 대중동원이라는 공통분모가 있기 때문이다.

선거와 정치판에 영화의 순수성이 훼손되고 동원되는 일도 부지기수.

레니 리펜슈탈의 나치당 찬양영화 <의지의 승리>는 그 기저에 깔린 나치즘의 악마성을 제거하고 보면

정말 위엄있고 인상적인 영상미를 뽐낸다.

정치공학적 계산과 예술성 사이에서의 고민과 저울질이 <맹크>에 있다.

 

허먼 J. 맹키위츠는 20세기의 세르반테스를 꿈꾸었을까?

또 다른 돈키호테탄생의 원천은 어디에서 비롯했는가?

<맹크><시민 케인> 탄생의 영감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래서 서두에 말했듯 대차대조표를 그려가며 보아야 한다.

쾌락의 궁전 제나두의 이미지가 어디서 출발했는지도 확인해보자.

 

각본 집필의 미스터리를 집요히 파고든 이 영화는

그 철두철미한 고전미의 재현에 놀라다가도 한편으론 뭔가 아쉽다.

그 갈증을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그 시대의 걸작이 주던 마법 같은 감흥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손 웰스와 맹키위츠의 갈등에 힘을 실었으면 어땠을까 싶은 상상도 해본다.

 

별개로 배우들의 호연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술에 찌들어 침대위에서 비틀거리는 연기는 게리 올드먼이 지구 최고일 것이다.

(문득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다키스트 아워>가 오버랩된다)

하지만 놀라운 건 데이비스역의 아만다 사이프리드.

이번이 그녀의 최고 연기라는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이프리드가 재현, 아니 완전히 부활시킨 고전미의 이미지는 잊기가 어려울 것.

 

데이빗 핀처의 아버지 잭 핀처는 대공황의 시대인 1930년에 태어나

자신이 유년시절 때 각본가의 뒷모습을 조명한 이 영화의 각본을 썼다.

그리고 그걸 아들에게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지난세기부터 시작되어 우여곡절 끝에 완성했다.

그러니 핀처는 얼마나 정성껏 만들어야 했겠는가?

 

 

★★★☆

 

------------------------------------------------------------

 

 

+ 영화 속에서 조셉 콘래드의 소설 어둠의 심연이 언급됩니다.

이 작품은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야 영화로 각색되어 제작될 수 있었습니다. 바로 <지옥의 묵시록>.

타이밍이 좋게도 그 작품의 파이널 컷이 이번 달에 개봉합니다.

 

텐더로인 텐더로인
33 Lv. 172339/190000P

"All those moments will be lost in time, like tears in 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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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비선형 구조(이것도 <시민케인>이 혁신적으로 시작한)에서 인물의 내면과 외면, 주변 현실까지 모두 조망하는 극작술이나
딥 포커스도 있지만 호화로운 미술, 강한 콘트라스트 모두 <시민 케인>의 영향을 받으려는 연출력이 대단하더라구요.

 

너무 훌륭한 작품인데 한번 더 봐야할 것 같슴다.. 인물도 많고(자막은 인물의 성과 이름을 통일해서 사용하지 않아서 더 헷갈렸어요)

배경지식을 완전히 흡수하지 못해서 따라가기는 좀 버거웠던 거 같아요ㅜ

17:50
20.11.18.
profile image
율은사랑
맞습니다. 의식과 회상을 따라 종횡무진 30년대로 플래시백하죠.
17:59
20.11.18.
profile image 2등
어둠의 심연 얘기까지...^^
오슨 웰스가 영화화 하려다 못했던 프로젝트였죠.
글 잘 봤습니다.
17:53
20.11.18.
profile image
golgo
예산문제로 좌절되었다죠? 영화의 초인이 이 작품을 만들었다면 또 어땠을지 궁금하네요.
18:01
20.11.18.
profile image 3등
어둠의 심연이 지옥의 묵시록 원작이었군요. 후기 잘 보았습니다!
18:07
20.11.18.
profile image
룰루리요
고맙습니다. 영화속에서 다양한 작품들이 휙 언급되더군요.
18:19
20.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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