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쉬프테 파라하니 주연 태양의 소녀들
이란 출신 연기자 골쉬프테 파라하니는 리들리 스캇이 연출한 바디 오브 라이즈와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에 출연해서 조금씩 이름을 알렸다. 한국에서는 짐 자무쉬가 자신의 개인사를 옮긴 영화 패터슨에서 애덤 드라이버 아내 역으로 나와 알아보는 사람이 늘었다. 파라하니가 주연으로 분한 태양의 소녀들은 영화 안에서 연기자 자신이 드러낸 본연 그대로의 모습을 잠시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였다. 골쉬프테 파라하니는 이슬람 문화권 출신 국가인 이란 태생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하다가 자신의 누드가 실린 잡지 사진을 이유로 고국에서 비난을 받고 프랑스에 거주하게 되었다. 실화 바탕 영화를 거론할 때면 사람들은 언제나 빠짐없이 세계 정세를 둘러싼 배경을 언급하면서 이야기를 거대한 담론으로 몰고 가고는 한다. 하지만 예술에서 개인의 초상은 늘 이념이나 당위에 앞서 자리에 놓인다.
태양의 소녀들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장면은 터진 폭탄의 잔해 사이에서 재를 뒤집어 쓴 골쉬프테 파라하니의 쓰러진 얼굴이다. 그리고 영화는 그가 연기한 전투대원 바하르와 종군기자 마틸드의 이야기를 주된 동력으로 삼아서 바하르가 과거에 무슨 일을 겪었는지 플래쉬백으로 곳곳에 삽입한다. 그 과정에서 필연으로 일어나는 문제는 연대를 위해 모인 여인들의 개별 얼굴과 사연은 하나로 모이지 않고 이를 주도하는 변호사 출신 주인공 바하르의 아픔만이 보인다는 것이다. 영화가 바하르의 개인사에 집중하면 할수록 영화는 태양의 소녀들이라는 공동체를 내세운 서사에서 멀어진다. 골쉬프테 파라하니는 실제로 영화에서 극에 스며드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영화가 애초 의도한 목적에서 벗어날수록 그가 보여준 인물의 내면화는 관객이 관람하는 동안 실시간으로 공중에서 흩어진다. 현실의 비참함을 재현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인간의 개별 서사가 와닿는 대신 피사체의 모델화처럼 보이는 것이다. 연기자 파라하니가 집중하고 몰입하여 자신의 내면을 외면화 하고 있음에도 너무나 아름답게 보이는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 잡지 모델 혹은 피사체처럼 느껴진다. 태양의 소녀들이라는 본래 제목 대신 그들을 모으는 한 여인만을 주로 조명하는 데 그친 영화 태양의 소녀들은 화면 안에서 연기자가 아무리 진실함을 보여주더라도 렌즈에 담는 사람의 방식이 잘못 되면 모든 것이 일순간에 어긋나고 마는 실수를 되풀이하여 보여준다.
실제 야지디족 여성과 그들의 아이들 그리고 남성들의 삶은 영화가 묘사한 장면들보다 훨씬 참혹할 것이다. 현실 고발을 목적으로 한 숱한 실화 기획 영화들처럼 태양의 소녀들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에 맞서 총을 든 부족의 여성들과 그들의 얼굴을 보여주기에 실패한 또 하나의 평범한 영화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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